손학규의 정면 돌파? 사퇴 거부에다 孫 비난한 이언주 징계까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좌)와 같은 당 이언주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좌)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같은 당 이언주 의원(우).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미래당이 4·3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다시금 분당 위기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은 앞서 4·3보궐선거에 창원 성산 한 곳에만 후보를 내놓고 손학규 대표가 창원에서 숙식까지 하며 당력을 집중시켰으나 당내 일각에선 승산 없는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켰다며 내부 불협화음만 불거지던 끝에 자당의 이재환 후보가 과거 2016년 선거 당시 얻은 득표율 8.27%에도 크게 못 미치는 3.57%에 그친데다 민중당 후보에도 밀린 4위를 기록하면서 당장 선거 직후 ‘지도부 책임론’부터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사퇴보다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체성 문제 등으로 그간 분당 위기까지 겪었던 바른미래당이 과연 이번 파고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선거 패배했지만 지도부 사퇴 아닌 ‘단결’ 강조한 孫

바른미래당이 유일하게 후보를 내놨던 창원 성산은 故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데다 정의당 강세지역이었던 만큼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았고 정의당 후보가 여당과 단일화까지 단행한데다 일찌감치 자유한국당 후보와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바른미래당 후보에 대해선 당선보다 어느 정도 득표하느냐에 더 이목이 쏠렸다.

무엇보다 창원으로 내려가 선거유세 중이던 손 대표에 대해 지난달 20일 같은 당 이언주 의원이 “창원 숙식하는 것도 찌질하다”, “완전히 벽창호”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낸데 이어 28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문 정권 심판선거이므로 5%도 얻지 못할 거라고 본다. 손 대표는 이번 창원 보궐선거에서 본인 약속대로 10%를 얻지 못한다면 즉각 물러나라”고 압박해왔던 만큼 결국 10%는커녕 5%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를 얻었기에 손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득표율 10% 안 된다면 사퇴하라’던 이 의원의 요구에 “대답할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대응을 자제해왔던 손 대표는 보궐선거 하루 뒤인 4일 창원 성산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선거운동을 보면 눈물겨운 운동이었는데 참 성과라는 게 힘이 들더라”라며 “제3의길, 새로운 길, 중도실용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양당체제에서 끌고 가는 원심력이나 이런 것들로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고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3의 길이 이번 선거만 보면 완전 망한 거지만 아무리 우리가 망했어도 그냥 ‘망했으니까 피해서 도망가자’ 이건 있을 수 없다. 정치를 26년 했는데, 그런대로 손학규가 버텨오고 있다”며 “우여곡절도 많고 낙선도 해보고 당도 옮겨보고 정치 배신도 겪고 했는데 그럼에도 새로운 길을 찾아 정치를 좀 바꿔서 나라를 잘 되게 해보자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길을 제대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퇴 불가 쪽에 방점을 뒀다.

오히려 손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선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한국당과 손잡았어야 한다는 비판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며 “탄핵 이후 반성 없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세력과 어떻게 손을 잡느냐”고 그간 범여권 후보 낙선을 위해 바른미래당 후보를 불출마시키자던 당내 일부의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을 갖고 단결하면 양당체제를 균열 낼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이번 바른미래당 선거에 교훈을 주는 말은 없다”고 덧붙여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이 비단 자신 뿐 아니라 당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 일부에도 있음을 에둘러 지적했다.

여기에 김관영 원내대표마저 4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창원 성산은 바른미래당 입장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선거구였지만 손 대표와 많은 동지 여러분이 하나 되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오늘의 교훈이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서 더 큰 승리를 가져올 자양분이 되도록 스스로 더 채찍질 하겠다”며 지도부 사퇴는커녕 총선까지 염두에 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아예 회의 직후엔 당 일각의 ‘지도부 사퇴’ 압박에 맞서 “다른 사람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으며 본인 결단이고 본인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방식이 맞다”고 응수했다.

◆ 선거 결과 놓고 ‘네 탓’ 공방 속 “갈라서자” 주장까지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내 분란이 계속되자 '떠날 사람은 떠나보내고 단결할 때'라고 일갈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내 분란이 계속되자 '떠날 사람은 떠나보내고 단결할 때'라고 일갈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지도부는 사퇴에 부정적이지만 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스스로 지도부 일원임에도 하태경 최고위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악의 쓰라린 패배다. 당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손 대표와 상의해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사퇴론 쪽에 힘을 실었고 이언주 의원도 같은 날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은 (야권) 통합해서 문 정권 심판해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민심을 받들지 못한 부분에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바른미래당 일부 전직 원외 지역위원장들도 이 의원 측 협조 하에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를 보면 바른미래당에 미래는 없었으며, 새 비전을 찾아야 한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제왕적 당대표만 연상시키는 (이 의원) 징계 논의는 중단해야 하고, 분란을 야기하는 내부 총질은 서로 그만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손 대표를 압박했다.

이처럼 ‘비대위 전환’ 주장까지 불거진 가운데 5일 선거 이후 당 향방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분열된 당 내부 상황을 한층 확연하게 드러냈는데,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모든 의원들이 조기 전당대회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든지 아니면 최소한 재심의 투표라도 해야 한다”며 “그것도 복잡하다면 당장 오늘부터 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현 지도체제에 대한 여론조사라도 시행했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국민의당 출신인 권은희 최고위원조차 “바른미래당은 변화가 필요하다. 손 대표의 방식을 국민이 지금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손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는데, 반면 전국청년위원장인 김수민 의원은 “우리의 선택은 하나로 ‘흩어지면 죽는다’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 하던 일, 가던 길, 묵묵히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찬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지도부 책임을 요구하는 측에 거꾸로 책임을 물었다.

특히 이 의원은 작심한 듯 “국민들이 봤을 때 해당행위라고 생각하는 언사나 행동을 뭐라 생각하겠나? 콩가루 정당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뭉쳐서 새 집을 짓고, 끝없는 단결을 해야 할 때”라고 분당까지 각오한 듯한 입장을 내놨다.

◆ 이언주 징계 계기로 ‘단결’은커녕 ‘분당’ 치닫나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언주 의원에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언주 의원에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일부 의원들의 지원사격 속에 손 대표 역시 이 자리에서 “지난 6·13 지방선거와 이번 보궐선거를 돌이켜봤을 때 당의 내부분열이 항상 발목을 잡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지금은 당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부를 도려내서 전진해야 할 때”라고 역공에 나섰는데, 빈말이 아니라는 듯 손 대표를 ‘찌질하다’고 직격했었던 이언주 의원에 대해 이날 당 윤리위원회에선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 윤리위에선 그간 이 의원의 언행을 꼬집어 “당헌 제8조제1항제2호, 제6호, 윤리규범 제4조제2항, 제3항 후단(해당행위), 제5조제2항 위반으로 윤리위원회규정 제14조제1항제1호, 제3호, 제4호, 제6호의 각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제명’ 다음으로 높은 중징계를 내렸는데, 이에 따라 징계기간이 ‘1년’인 만큼 내년 4월 총선에 바른미래당 당적으로 출마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패스트트랙 등 최근 당내 쟁점사안에 대한 찬반 투표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상 주요 현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기 위해선 29명의 의원 중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당론화에 반대해온 이 의원과 뜻을 같이 한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그러다 보니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란 중징계 조치에 즉각 거세게 항의했다.

먼저 하태경 최고위원은 5일 SNS를 통해 “경고 정도로 끝낼 일을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당원권 1년 정지란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의 출당 조치로, 오늘 아침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면 차라리 당을 나가라는 말이 실행된 것”이라며 “선거 참패하고 당원과 국민에 희망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먼저 심판대상이다. 대표가 자신의 몸을 던져 당의 위기를 수습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당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이준석 최고위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정도의 발언을 제지할 것 같으면 오히려 ‘내로남불’ 등을 타인에 대해 쓰는 것 또한 문제 삼아야 될 것”이라며 “김부겸 장관이 과거 당내에서 찌질이라는 말로 다른 의원의 정치적 행위를 비판했는데 민주당에서 이거 징계하자는 얘기조차 나왔다는 말 못 들었다. 이게 어떻게 징계 대상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징계 당사자인 이 의원 본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것이 바른미래당의 현실이다.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절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 선거 결과를 계기로 당내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자칫 분당이 드디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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