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앞장 서겠다

지난 7일 오전 11시. 문래동에 위치한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여성 정치인 중 최초다. 물론 민노당 내에서도 최초다.

대권도전을 시사한 심 의원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자신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우리의 부모세대는 못 배우고 못 입어도 자식 세대는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지니고 있었지만 민주화 20년, IMF 10년을 거치면서 서민들의 소박한 꿈은 산산조각 났다”는 말로 자신의 대권도전 심중을 드러냈다.

심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을 겨냥하며 “한나라당이 말하는 정권교체는 냉전의 부활이자 신자유주의 강화이고 부자들의 희망, 서민들의 절망, 역사의 반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민노당 위기론에 대해서는 “진보정당하려면 대안사회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진취적이면서도 촘촘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강력한 지지계급 계층을 조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7일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해오름식을 가진 심 의원은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을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와 평화”라며 “세 박자 경제론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진보정당 차례?


심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를 박정희의 1세대와 김대중의 2세대로 나눌 수 있다며 이제는 3세대인 진보정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장제일주의 박정희와 반독재, 민주화, 햇빛정책의 설계자 김대중은 서로가 서로를 넘지 못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아성을 넘으려는 의욕과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 심의원의 생각.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3세대 정치의 단초를 열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이 답을 보여줄 것이고 심상정 후보가 그 물꼬를 트겠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대권 지지율 1·2·3위를 휩쓸고 있는 한나라당을 의식한 듯 “이번 대선의 중심은 한나라당”이라고 지적하며 “한나라당이 검증을 한다는데 집안 식구끼리 하는 검증은 의미가 없다”며 “제가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검증하겠다”고도 말해 한나라당의 현 대선 경쟁 사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중 누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제가 가장 설득력 있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심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현대건설 사장 출신에 개발주의자 이미지의 남성인 반면 자신은 노동운동 출신의 여성이고 서민경제를 중점으로 해 왔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대립각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가 된다 해도 ‘여성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관심을 유발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심 의원은 당내 다른 대권주자인 권영길, 노회찬 의원에 비해 열세라는 지적에도 “대선을 2번 치른 권영길 의원과 2004년의 총선 스타 노회찬에 주어진 기회가 저에겐 없었기 때문”이라며 “불리하다고 보지 않고 그만큼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지원사격은 누가?


그렇다면 심 의원을 돕는 이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심 의원의 핵심 공약인 ‘3박자 경제론’을 만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있다.

김 소장은 참여연대에서 장하성 교수 등과 함께 재벌기업구조개선과 소액주주운동 등을 통해 재벌개혁 운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인물중 한명이다.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에버랜드 편법상속과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지난해 삼성의 사과와 8천억 사회 환원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현 정부 초기 경제 정책들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한미FTA 협상 추진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임영일 영남노동운동연구소 소장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영남지역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산별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산별전문가다.

또한 심 의원의 후원회장인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도 측면 사격을 하고 있다. 그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로 망명했지만 지난 2002년 귀국해 현재 한겨레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심 의원을 대선후보로 직접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의원은 모두 노동운동 출신으로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 시절부터 단 의원이 위원장을, 심 의원이 쟁의국장을 맡는 등 20년 가까이 함께 투쟁해온 동지다. 단 의원이 향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심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만 하다.

한편 심 의원은 이날 향후 자신의 대선공약이 될 수도 있는 가칭 ‘세 박자 경제론’을 공개했다. 양극화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국내 서민경제론-한반도 평화경제론-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의 3층 체계로 이뤄진 경제 패러다임이다. 심 의원은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제시했던 분배 중심론과 일국적 대안모델을 극복하는 대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국내 서민경제론’은 재벌과 관료집단이 지배한 한국 경제를 대신해 서민이 다시 세우는 대안 경제 모델이다. 심 의원은 “소득 재분배를 뛰어넘는 자산 재분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더불어 서민금융 체제 구축, 재벌과 투기적 자본에 대한 강력한 규제, 기업의 민주화, 공공부문 혁신 프로그램 등을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6자회담 이후 한반도의 평화 협력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심 의원은 “남북은 평화협정, 북미수교를 넘어 한반도 평화공동체로 숨 가쁘게 달려갈 것”이라며 “이제 평화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통일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경제론’이 경제론의 핵심이자 한반도 정책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 ‘아시아 호혜경제론’은 한미FTA로 대표되는 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과 양분화에 대응하는 국가간 경제협력 체계라는 대안적 성격을 갖는다. 심 의원은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당장 현실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호혜협력, 사회연대 전략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으로 확대되는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특히 ‘한반도 평화경제론’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넘어서는 정책”이며 정치 “민주노동당만이 만들 수 있는 특허 정책”이라고 말해 '특허도용' 위험성에 미리 쐐기를 밖기도 했다.


‘세 박자 경제론’ 들고 나선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열차페리 정책을 가리켜 “박근혜의 정책적 상상력은 휴전선에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에 대해서도 “국내 양극화 해결도 못한 여권이 남북 공동 번영 프로그램을 낼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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