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수수료 적용 구간 확대로 수익 급감 불 보듯 뻔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협상 지지부진
금융당국, 오는 8일 대책 내놓는다고 하지만…

사진ⓒ시사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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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에 이달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우대수수료 혜택 대상이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가맹점으로 확대되는 등 수수료 체계가 개편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주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완성차업체가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와 유통업계도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를 검토한다고 밝혀 카드업계가 금융당국과 대형가맹점, 소비자에게 압박을 받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으로 카드사 연 7000억원 손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여신전문금융업 감동규정 개정안’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 확대로 19개 신용카드업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연간 419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0년간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할인율 5.5%를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조3383억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통해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도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금융위는 연매출 5억원~10억원 가맹점은 연간 2197억원, 연매출 10억원~30억원 가맹점은 연간 2001억원의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사포커스DB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사포커스DB

당시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신용카드업자의 카드수수료 이익은 감소하지만 중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크다”면서 “기존 우대수수료율 체계에서 적용 범위만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력을 추가로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따른 규제영향분석 자료도 함께 내놓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영세 온라인사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를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신규가맹점도 최초 반기 말 이후 우대가맹점으로 확인되면 우대수수료율을 소급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위는 동 정책으로 온라인사업자가 1000억원, 신규가맹점이 1700억원, 개인택시사업자가 150억원의 혜택을 누릴 것이지만 카드사는 연간 285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역시 10년간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2조2664억원에 달한다.

 

▲ 역진성 해소 위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해야 되는데…

이에 신용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에 대해 지난 3월부터 카드수수료율을 최대 0.2%p~0.4%p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방침대로 영세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은 인하하는 대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할 예정”이라며 “다만 대형 가맹점은 매출 기여도 등 협상력이 큰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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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달 현대자동차는 카드사들이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결정하며 수수료율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카드사와 열흘 가량 이어진 협상 끝에 카드사가 한발 물러나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대형마트·슈퍼마켓 등 유통기업 21개사와 협력업체 27개사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체인스토어협회도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내고 “카드사들이 대형마트 등에 0.1%p~0.3%p의 수수료율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달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수수료율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인상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쌍용자동차와도 수수료율 협상을 위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무금융노조 두성학 여수신업종본부장은 이러한 대기업의 입장에 대해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드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성장한 대기업인 만큼 고통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카드사만 죽으라는 논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당초 금융위도 역진성 해소라는 명목 하에 카드수수료를 개편했고 최근 스탠스를 봐도 카드사와 맥락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카드사 노조 “제2의 카드대란·대규모 구조조정 촉발하는 금융감독원 규탄한다”

지난달 28일 마지막으로 예정됐던 ‘카드산업 건전화·경쟁력 제고 방안 TF’가 4월 4일과 8일까지로 2차례 연장됐다. 대책 마련이 계속해서 늦어지자 카드사 노동조합은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제 2의 카드대란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금융감독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특사경의 조사범위를 자본시장법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로 대두된 역진성 해소와 관련해 초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역진성 해소를 무시고 일방적인 가맹점 해지를 통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행태도 불공정거래 행위로 보고 특사경에서 즉각 적으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방안 TF’ 회의는 현재 쟁점중에 있는 휴면카드 해지기준 폐지, 렌탈업무 확대,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과거에 출시된 카드 상품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특정 카드상품의 경우는 연간 500억 이상의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해 제한적이라도 부가서비스 축소를 허락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일 회의를 통해 카드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공투본과 카드사 노조는 “TF에서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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