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조국·조현옥 경질 한 목소리 촉구…청문회 제도 개편도 요구

장관 인사에 대한 연이은 부실 검증 문제로 도마에 오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 / 오훈 기자
장관 인사에 대한 연이은 부실 검증 문제로 도마에 오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야권의 반대에도 대체로 인선을 강행하는 자세를 취해왔던 문재인 정권이 지지율 하락을 의식했는지 지난 3월 31일 처음으로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내놔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야권에선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정도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다른 인선에 대해서도 지명 철회를 요구할 뿐 아니라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수석 교체도 촉구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지명 철회’ 결단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가는 양상이다.

◆ 일부 인선 철회에도 나머지 ‘전원’ 보고서 채택엔 난항

지지율 하락에 여론을 의식한 문재인 정권이 장관 후보 2명의 낙마를 수용했음에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1차 마감시한인 1일 여야 간 공방은 잦아들지 않고 도리어 확전되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증절차를 더 많이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는 경험을 이번에 충분히 했다. (나머지 장관 후보자) 5명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야당은 부적격이라 판단되는 후보들에 대해 그 의견을 분명히 청문보고서에 반영시키고, 청문보고서 자체를 거부해선 안된다”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야권에 요청했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청와대가 조기 결단한 것으로 평가하고 당도 깊은 성찰과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어도 같은 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장관 연배인 50대 후반 사람들이 젊은 시절엔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가 통상화 되어 있던 게 사회 분위기”라고 낙마 인사들까지 옹호하는 등 여당에서 일부 진정성 없는 모습이 비쳐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은 김연철·박영선 후보자도 철회해야 한다면서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먼저 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처음부터 요구했던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는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청문보고서는 부적격이란 의견을 달아서 3명의 장관 후보자(문성혁·박양우·진영)에 대해 채택해드릴 생각”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뿐 아니라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창원시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선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마저 “2명의 비코드 인사가 낙마한 것”이라며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키려는 꼼수이자 꼬리자르기”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CD’를 거론하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직격했던 박영선 후보자를 겨냥 “본인에 대한 의혹 제기를 거짓과 음해로 덮으려고 청문회를 야당 저격용으로 변질시켰다”면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은 물론 직권남용죄, 업무방해죄, 뇌물죄,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실제로 이날 오후 같은 당 이종배, 정유섭이 직접 대검찰청을 방문해 박 후보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 한미관계를 위해서라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같은 지명해선 안 된다”라거나 “경제부처 장관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왜 정치적 고려만 해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나”라고 지적한 데 이어 김관영 원내대표조차 “지명 철회와 사퇴를 요구한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청와대가 부담 없는 인사만 경질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의 당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이날 조동호·최정호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낙마도 문 대통령의 취향과 기호로 판단하는 청와대인 모양”이라며 “온갖 의혹의 표상인 김연철과 박영선을 살리기 위한 청와대의 수작”이라고 청와대에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최 후보자 인선에 반감을 갖고 있던 정의당이나 조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당론화했던 민주평화당에선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 이후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가 “모든 후보자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정쟁에 불과하다.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여당과 한 목소리를 내 보수야당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는 김연철·박영선 후보자가 최대 관건이 된 셈인데,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한국당에서 보고서 채택 수용 의사를 표했던 3명 중 일정상 가장 먼저 상임위에서 논의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 세금누락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1일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 중 처음으로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일단 인사청문회법상 문 대통령은 이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2일부터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어 청와대에선 1차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시한 마감인 이날을 지나도 박양우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 이르면 2일 국회에 재송부 요청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민주당에선 추가 낙마는 없다는 입장이고 최종시한인 11일까지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가능하지만 윤도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5명의 장관 후보 거취에 대해 “종합적으로 모아 판단할 것”이라고 전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野, ‘조국 문책’ 한 목소리 촉구해도 마지노선 그은 靑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잇따른 인사 문제로 지명 철회 사례까지 나오자 야권은 낙마시키는 데에만 방점을 두지 않고 공세범위를 청와대로까지 확장하는 분위기인데, 우선 표적이 된 이들은 현존하는 문재인 정부의 원년 멤버이자 인사 관련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인데, 그중에서도 다음 달이면 임명된 지 2년째가 되는 조 수석은 유독 야권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인사검증이 목불인견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고집부릴 게 아니라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 등 조 남매를 문책하는 게 국민 뜻을 따르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갈했으며 나 원내대표는 조 수석을 꼬집어 “본연 업무 보다 유튜브 출연, 페이스북 등 온갖 다른 짓에만 전념하고 있다. 무능한 건지, 무지한 건지 묻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조국, 조현옥 수석은 그대로 청와대에 있는데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만약 그대로 둔다면 청와대의 오만한 DNA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른바 조 남매를 경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가 “조 수석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나가 국회의원을 조롱하는 정치 이야기만 하니 청와대 인사가 제대로 되겠나”라며 “조 수석 본인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다면 대통령이 물러나게 해야 한다. 잘못한 게 없다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사퇴시켜라”라고 문 대통령에 주문했다.

이어 같은 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은 무능의 대명사”라며 “정부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인 이 두 분을 하루속히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하태경 최고위원도 “청와대가 지명한 조동호 후보자 지명 철회 사유를 조국 탓이 아니라 후보자 조동호 탓으로 돌렸다. 검증 못한 책임이 검증 못한 사람한테는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잘못에 책임지는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고 잘못은 있지만 전혀 책임지지 않는 정부는 독재정부”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평화당마저 1일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데 청와대에서 인사 추천과 검증의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를 촉구한다”고 다른 야당과 함께 ‘청와대 인사라인 책임론’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모두 이번 장관 인선 문제가 청와대 수석 경질론으로까지 연결되는 데 대해선 적극 반대 의사를 드러냈는데,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인사청문회 때마다 문제가 나오는데 청문회 할 때마다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을 바꿔야 한다면 수십 명을 갈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두둔했으며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도 같은 날 MBC라디오‘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자리 내던지는 게 능사인가는 의문”이라고 설 의원과 한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청와대 윤도현 국민소통수석까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인사검증 과정에서 인사·민정수석이 뭐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지 제가 모르겠다. 시스템으로 거를 만큼 걸렀으며 흠결이 있는데도 잡아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허점이 드러났다면 제도적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 인사라인 경질보단 검증 시스템에 대한 보완만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 인사검증 부실에 일부선 국회 제도 변화 필요성 제기하기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선 시스템 측면에서 개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인사청문 제도가 유명무실한 형식 논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의 싸움판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국회의 권위를 지키고 청와대에 주의를 주기 위해서라도 강제성을 가질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지금까지 경과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 10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이것이 부실한 인사검증을 부추겼다고 본다”며 “국회 인사청문 시스템에 강제성을 부여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평화당에서도 같은 날 정동영 대표가 “국회에서 문제가 되든 말든 임명하면 된다는 배짱이 부실검증의 뿌리이자 배경”이라며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잘못된) 인사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면 이런 식의 부실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제도적 문제점을 꼬집었는데, 두 정당 모두 청와대 인사라인에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국회 인사청문 제도 자체의 고질적 문제도 분명하게 짚어내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질적인 법 개정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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