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알짜기업 글로벌서비스. 지주사 자회사로 이동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5%지분…정몽준 고액배당은 승계자금?
대우조선 합병되면 글로벌서비스 일감몰려 정씨일가 수혜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이 지난해 3월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7주기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이 지난해 3월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7주기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 정씨 일가가 30%대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고액배당을 발표하면서,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지분을 키운 지주사로 안정된 내부일감을 받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계열사 현대중공업에서 떼어온 상태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과 합병시키면서 글로벌서비스의 덩치를 본격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과의 합병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총수일가 승계 위해 계열사 수익으로 고액배당?

1일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획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오는 6월 1일을 분할 기일로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합병 전 작업이 완료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다시 현대중공업과 기존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였던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게 되고, 인수되는 대우조선해양을 새로운 계열사로 합병하게 된다.

올해 현대중공업지주는 약 2700억원의 대규모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주가 현금성 자산 규모가 1136억원이고 당해 순이익이 1306억원이라는 점에서 부채까지 끌어와야 할 정도로 이번 배당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올해 당기순이익 1306억원의 곱절이 넘는 금액으로 정몽준 부자(30.9%)에게 총 836억원이 배당된다.

지난해 4월 정기선 부회장이 3300억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매입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를 승계자금으로 충당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지주는 2018년 말 임시주총을 통해 자본잉여금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발표하면서 대규모 배당을 암시한 바 있는데, 당시 시장에서도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자금 확보가 주요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부서를 모두 계열사로 분할해 설립된 지주사로 이제 2년뿐이 안된 회사”라며 “배당의 재원은 사업을 벌인 계열사가 벌어들인 것이다. 지주에 끌어모아 무리한 배당을 한 점은 주주환원이라기보다 정 씨일가를 고려한 게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 내부거래 65% 알짜기업 중공업에 떼온 것은 총수수익 키우려?

앞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주사가 이를 떼어내 자회사로 둔 점도, 정기선 부회장의 소유와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서비스는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지주가 분할할 때 현대중공업에서 떨어져나온 내외부 수주가 가능한 선박부품과 용역서비스 알짜 사업부서였다.

실제 지난해 1월 정기선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했던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당해 5월말 기준 계열사에서 받은 내부일감 비율이 65.5%에 달했다.

노종화 전국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의 사업부서로 현물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굳이 따로 떼어 지주사 100% 자회사로 둘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알짜회사를 계열사에서 부적절하게 떼어낸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정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배력 확대로 통해 모든 측면에서 수혜가 총수일가에게 고스란이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씨일가는 현대중공업이 매입해 보유해온 자사주 9670억원 어치 주식교환을 활용해 사실상 별 부담없이 현대중공업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정몽준 회장이 사업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 지분으로 모두 교환했기 때문에 그룹 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알짜 기업인 글로벌서비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시켰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그룹 지배구조도 @ 현대중공업, 삼성증권 정리
현대중공업 그룹 지배구조도 @ 현대중공업, 삼성증권 정리

◇ 알짜기업 가지고 오고, 중공업은 리스크만 늘어...

현대중공업지주가 글로벌서비스를 가져오면서, 합병으로 총수일가로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이를 떼인 현대중공업은 오히려 리스크 부담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성장동력은 글로벌서비스”라면서 “선박부품, 기술 서비스뿐 아니라 2018년부터 시작된 선박 벙커링까지 조선 부문에 관련된 파생사업에서 수혜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지주는 대우조선 인수거래에 참여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사업기회가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회사의 사업기회가 집중된 글로벌서비스 사업부를 넘긴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지주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리스크를 대신 떠안아야 할 처지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과의 합병이 완료되려면 국내외 이해 당사자국들로부터 이뤄지는 기업결합심사만 길게는 1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은 업종 재편으로 인한 비용, 유상증자를 포함한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이를 일정부분 상쇄시킬 수 있겠으나 직접적인 시너지 발현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종화 변호사는 “정몽준, 정기선 부자는 이번 합병 등 일련의 과정에 거쳐 ‘지배권 강화’, ‘이익 집중’이라는 사익을 얻은 반면 현대중공업은 경영개선에 쓸 수 있었던 자금과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라면서 “경영자로서 회사의 최대이익보다 총수일가의 사적이익에 충실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합병에 따라 독과점 규제 리스크도 안고 있다고 본다. LNG선 시장부문에서 현대중공업의 18%, 현대삼호중공업 12%에 현 점유율에 대우조선해양 33%이 더해지면 총 시장점유율은 63%까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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