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어차피 강행하겠지만’ 볼멘소리…인사청문회법 개정 ‘목소리’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정국반전을 위한 개각이 될 줄 알았는데 새로 내정된 장관들의 논문표절과 증여세 탈루, 자녀 채용 특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이 인사청문회 과정 속에서 드러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인사청문회 검증에 단골 소재인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전입, 탈루 등 기본적 사항조차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반복되고 있는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기간 중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야당은 정부 인사검증시스템 부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사난맥의 책임자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하면서 이른바 ‘조국 책임론’이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가시밭길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정부 부처 7곳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2명의 차관급 인선도 함께 단행했다./ⓒ뉴시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 중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주택 정책을 총괄을 할 최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에 대한 부동산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것.

최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59㎡ 아파트(7억7200만원)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84㎡ 아파트(3000만원) 및 세종시 반곡동 155㎡ 규모 아파트 분양권(4억973만원) 1개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투기 수요를 억제, 서민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1가구 1주택 부동산 정책에 맞지 않는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분당구 아파트는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인 지난달 18일 장녀 부부에게 증여, 본인이 월세로 거주하자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 증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볼 때도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지혜롭지 못하게 재산을 관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은 ‘꼼수 증여’ 논란에 대해 “세금을 줄이기 위해 딸과 사위에게 나눠서 증여한 것 아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건 잘못됐다”며 “평소 소신대로라면 이런 논란 있기 전에 처리했거나 이후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딸에게 증여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최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 “다주택 상태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져왔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지난 26일에 이어 28일 두 차례 불발됐다.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조 후보자 경우도 부동산 투기 의혹, 다주택 보유 논란 등 부동산 문제가 지적됐지만 허위출장, 장남 인턴 특혜 채용 의혹, 아들의 황제 유학 문제가 크게 쟁점화됐다.

우선 아들 황제유학과 관련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연봉이 1억 내외로 알고 있는데 7년간 63만 달러 7억을 한 해 연봉을 다 준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녀는 포르쉐라든지 좋은 차를 타고 월세 24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살며 ‘황제유학’을 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자녀 지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녀 문제로 물의를 빚게 돼 송구스럽다. 유학자금은 보낼 수 있는 범위에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동차 구입비 지원 송금은 외환관리법 위반과 증여세 포탈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며 “증여세가 신고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후보자가 재직한 회사에 장남이 인턴으로 채용된 것과 관련 특혜채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9년 카이스트(KAIST) 무선전력 전송 연구단 단장에 취임한 뒤, 무선 충전 전기차 개발 업체 ‘동원올레브’를 설립했다. 2011년부터 3년간은 직접 사내이사로 근무했다.

조 후보자의 장남은 아버지 조 후보자가 사내이사 근무 당시인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 일했고 차남의 경우에는 조 후보자가 재직 중인 카이스트에서 위촉기능원으로 근무했다. 조 후보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2013년부터 2018년 동안 조 후보자가 해외 출장을 간 곳이 장·차남이 유학한 곳과 일치하고 국가연구 과정으로 미국에 출장가면서 아들이 유학 간 지역에 방문했으며 해외 출장 중 아들 대학원 입학식과 졸업식을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박선숙 의원은 “카이스트가 제출한 조 후보자의 해외출장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 상 참석 행사 개최 날짜가 해당 지역에 학회가 아예 열리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허위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허위가 아니냐”며 “장관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문서 자료를 제출했다면 장관은커녕 교수할 자격조차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미국 대사관이나 행사 기관을 통해서 사실조회 확인하면 간단하게 파악된다”며 “만약 허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자는 “출장 계획에 맞춰서 보고했다”며 “허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8건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거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고액 후원금 논란, 자녀들의 위장전입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이중국적 논란, 다주택 논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 4회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 6회, 증여세 탈루, 논문대필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해당 후보자 모두 ‘부적격’이라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도 7명 후보자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며 박영선 후보자와 김연철 후보자의 경우 자진사퇴 혹은 청와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영선·김연철 후보자 외의 나머지 후보자의 경우 미제출된 자료를 검토 후 적절한 해명이 있다면 채택이 가능하다는 방침이다.

◆靑, 임명 강행할까?

청문보고서 불발 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지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은 총 8명이다. 이러한 와중에 7명 모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적 여론을 등 돌리게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후보자들의 도덕성 면에서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임명이 강행된다면 결과적으로 정권 운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고 정권을 뒷받침할 여당으로서도 궁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야당에서는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청문회 도중 야당 측 의원들은 ‘어차피 강행하겠지만’, ‘어차피 장관 되시겠지만’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여야 대치가 하루이틀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를 강조 해왔던 문재인 정부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여론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文 대통령 지지율 하락 영향

 ⓒ리얼미터 제공.

실제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비위 의혹', 고(故) 장자연씨 리스트 사건 수사 지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지만 1주일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0.8%포인트 내린 46.3%를 기록한데에는 김연철(통일부)·문성혁(해양수산부)·박양우(문화체육관광부)·진영(행정안전부)·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결과 부정적 여론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4명(무선 80 : 유선 20)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을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5%p·응답률 6.9%) 46.3%(매우 잘함 23.7%, 잘하는 편 22.6%)로 집계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0%p 오른 48.2%(매우 잘못함 32.5%, 잘못하는 편 15.7%)로 부정평가와 긍정평가가 1.9%p 격차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와 같은 내림세에 대해 리얼미터는 “사흘 연속 이어진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 자질 논란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인사검증 시스템 왜 있나…‘조국 책임론’ 대두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국민정서와 눈높이 모두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7명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 및 청와대 검증라인 전원 교체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장관 후보자 7명은 모두 부적격자로서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부적격자를 체크했다고 주장하는 청와대 검증라인도 전원 교체해야 한다.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전원 교체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문정권 문제인사청문회 평가회의’에서 “부적격 인사를 내놓는 것은 이 정부의 인사검증 문제로 조현옥, 조국 수석이 책임지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거들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론과 함께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허물을 뻔히 알면서 후보자로 내놓았다”며 “아닌 말로 야당이 뭐라 하든지 대통령이 임명강행을 하면 그만이라는 오만한 발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보자들마저도 자료요구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청와대 인사팀과 검증팀의 안이한 인식과 비민주적 발상이 문재인 정부의 큰 짐이 되고 있지만 대통령만 모르시는 것 같다”며 “차제에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청와대의 인사 담당자와 검증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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