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겨냥 ‘찌질·벽창호’ 발언에 지역위원장들 나서서 ‘李 정계은퇴’ 촉구

27일 국회서 진행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모습 사진 / 장현호 기자
27일 국회서 진행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의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모습. 사진 / 장현호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제 패스트트랙 문제로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바른미래당이 이번엔 손학규 대표를 직격한 이언주 의원의 발언으로 한층 파열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 또 孫 직격한 이언주, 정체성 설전에서 급기야 “벽창호” 폭언까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자당 대표를 지적한 발언으로 인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인 바른미래당을 다시금 흔들어놓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방송에서 4·3보궐선거 지원유세차 지방으로 내려간 손 대표를 겨냥 “창원에서 숙식하고 있는 것도 솔직히 말해 정말 찌질하다”며 “정당은 아무것도 없어도 있는 척해야 하고 너무 절박하게 매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명분이 있을 때 절박하게 하면 국민 마음이 동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하면 짜증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내부적으로 후보 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손 대표가 완전히 벽창호다. 지지율이 낮게 나올 것이고, 그러면 국민들 봤을 때 힘 빠지고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나가서 숙식까지 하는지 모르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손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벌써부터 거취 압박까지 가하고 나섰다.

이 같은 이 의원의 발언에 26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재훈 의원은 원내대책회의 공개발언에서 실명 거론까진 하지 않았지만 “당 대표가 숙식하면서까지 온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찌질이니 벽창호니 인신공격성 발언한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총질을 즉각 중단하라”며 “당원으로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가 있어야 한다”고 사실상 이 의원을 질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임 의원은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가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데 특정 정당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의원은 해당 행위적이고 인신공격성 망언에 대해 당 지도부와 당원들, 특히 창원지역에서 이름 없이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이 의원을 재차 몰아붙였다.

급기야 27일엔 정찬택 서울 영등포구갑 지역위원장·황환웅 서울 노원구갑 지역위원장·최용수 충북 충주시 지역위원장·박홍기 서울 강동구을 지역위원장 등 바른미래당 원외 위원장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금기어를 부모님 연배 분에게 거리낌 없이 내뱉는 이 의원은 패륜적 행위로 대한민국 정치를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라며 “친노·친문에 대한 이 의원 개인의 분열증적 증오의 감정을 우리 당에 덧씌워서 당과 당 대표 및 지도부를 이리저리 흔드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이 의원을 성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손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반복되는 인격 모독과 비하 발언, 바른미래당에 대한 음해는 그동안의 당원 동지로서의 배려와 포용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자신이 살겠다고 당을 죽이는 이 의원은 손 대표와 당원,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라”며 “바른미래당의 가치와 부합할 수 없는 자신의 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들이 손학규 대표를 비난한 이 의원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들이 손학규 대표를 비난한 이 의원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이들은 회견 하루 전인 26일 저녁 당 윤리위원회에 이 의원을 해당행위로 제소했는데, 같은 날 당 차원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격도, 품위도 없는 오물 투척꾼으로 전락했는가”란 김정화 대변인의 공식 논평으로 이 의원 발언을 비판했던 데다 이제 징계 청원까지 들어온 만큼 일단 이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한 모양새다.

이처럼 당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간 이 의원이 손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줄곧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던 부분까지 누적돼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보여주듯 정찬택 지역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동안 이 의원 망언에 대해 계속 참아왔는데 ‘찌질하다’ 발언은 도를 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13일에도 자신을 향해 정체성을 밝히라고 한 손 대표 발언에 맞서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야말로 정체성이 뭔지 궁금하다. 손 대표는 반문인가, 친문인가”라고 즉각 응수한 바 있으며 선거제 등 현안을 놓고 소속의원들의 견해가 엇갈렸을 때에도 손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와는 대체로 맞서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 수위제한 없는 李 발언, 내심 ‘징계’ 바랐나?

이렇듯 이 의원이 당내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데도 과감히 이 같은 ‘강성’ 발언을 계속하는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으로 원내 입성한데다 재선까지 했었던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보수 이미지’를 강화하는 자기 홍보 목적이란 측면도 있고,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계속 지지부진해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 전까지 다시 당적을 옮기고자 당 흔들기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본인 지역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미 한 차례 탈당한 상황에서 또 탈당을 감행하기엔 정치적 부담감도 없지 않은데다 절차도 번거로워 차라리 제명 등의 징계를 당하는 형태가 나을 수도 있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칫 바른미래당 내 다른 의원들의 이탈까지 촉발시키는 분당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 의원이 자신을 징계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당을 흔들고자 손 대표 등을 비난하는 행보를 이어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물론 이 의원은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라 보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정체성 논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나의 정치적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은데 청년바람포럼 강연에서 한국당 입당 발언은 한 적 없고 새판짜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며 스스로 선을 그었지만 내내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는 행보는 이어오고 있어 의혹 어린 시선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손 대표가 이 의원에 경고한 원인이었던 ‘한국당 행사 참석(11월 9일 한국당 청년특위 주최 포럼)’ 자리에서 이 의원이 “지금 상태에서 제가 그냥 입당해버리면 저의 자극과 충격이 사라지고 ‘원 오브 뎀’이 된다. 나도 똑같이 한국당에서 대장이 되기 위해 싸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아직 그건 아니다”라며 한국당 내 상황 변화에 따라 입당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던 데다 이 의원의 고향인 ‘부산 영도 출마설’도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당에선 이 지역구 출신인 김무성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당협위원장도 사퇴했다.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말해 이 의원의 영도 출마설에 한층 힘이 실렸었는데, 얼마 전인 지난 6일엔 황교안 한국당 신임 대표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의 족쇄를 풀어라’ 세미나에 참석한 이 의원을 만나 “우리 이 의원은 나와 각별한 관계인데 잘 모르는가”라며 손을 맞잡을 정도로 친근감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져 바른미래당 일부 당원들은 벌써 이 의원의 한국당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의원 자신도 문제의 20일 ‘고성국TV’ 인터뷰 당시 이미 자당 후보가 출마했음에도 4·3보궐선거와 관련 “창원 같은 경우는 심판선거를 해야 해서 거기에 힘을 보태야 하는데 몇 퍼센트 받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은 훼방 놓는 것밖에 안 된다”며 사실상 한국당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취지의 시각을 드러내 바른미래당 소속이면서도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일부 자당 의원들처럼 소속은 바른미래당이지만 한국당 의원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이언주 징계, 바른정당 출신 자극할 수 있는 ‘시한폭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창원에서 4.3보궐선거 지원유세 도중 이언주 의원 발언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창원에서 4.3보궐선거 지원유세 도중 이언주 의원 발언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바른미래당

다만 바른미래당의 분당으로 한국당이 반사효과를 누릴까 우려하고 있는 손 대표 입장에선 이 의원 뿐 아니라 이에 영향 받을 수 있는 자당 내 바른정당 출신 보수 성향 의원들의 동향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신중히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지난해 11월 이 의원에게 소속정당과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경고했을 당시에도 ‘해당행위’로 판단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발언을 좀 더 검토해보겠다”며 수위를 낮췄고 이번 ‘벽창호’ 망언 사태조차 이 의원 징계 여부와 관련해선 “입장은 무슨 입장”이라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하태경 최고위원이나 오신환 사무총장, 정병국 의원 등 몇몇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선거제 패스트트랙과 같은 현안 관련해 지도부와의 견해 차이에 상관없이 창원으로 내려가 손 대표와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외견상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속의원이 많지 않은 관계로 이 의원에 대한 징계수위에 따라 당론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 등의 중징계가 내려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최고위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금 패스트트랙을 놓고 당내 이견이 분출되고 있는데 당론으로 정하려면 3분의 2의 재적 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며 “그런데 저희가 실질적으로 25명 정도의 활동 위원이 있기 때문에 9명이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되는 구조라 이러다가 이 의원을 당원권 정지시킨 다음에 의원총회에서 3분의 1을 넘겨보려는 혹시 그런 의도 아니냐”고 이 의원 징계에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청원한 지역위원장들은 27일 “이 의원이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게 원외 지역위원장 대다수의 의견”이라며 “윤리위에서 강력한 처벌을 했으면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과연 당 윤리위에서 고심 끝에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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