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 고려한 판단으로 보여 유감”…청와대 “기각 결정 존중”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뉴시스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아온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26일 청와대부터 야당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내놨다.

먼저 자유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결국 블랙리스트에 관여된 330개 기관, 660여명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며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분까지 앞장서서 압박한 게 제대로 작동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앞서 지난 22일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5일 “이전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공무원 축출이 이뤄졌는데 당시 검찰은 불법에 눈 감았고 언론은 불법을 이해했다”고 강조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의 SNS 내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서울동부지법에서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로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이라고 꼽은 데 대해선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기각 사유에 청와대 관련성이 밝혀졌다.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김현아 원내대변인 역시 같은 날 ‘법적 증거에 의한 결정인가, 정치적 핑계인가’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객관적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법원 압박과 가이드라인이 기각 사유와 대동소이하다”며 “국민은 법원이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믿지만 이번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정치상황까지 고려한 판단으로 보여 유감”이라고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 대해선 적폐라면서 처벌하더니 문 정부가 하면 관행이 되는 것인가. 문 정부의 수많은 적폐가 관행으로 바뀐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놀랍지도 않다”며 “적폐가 다시 관행이 되는 역사의 퇴행을 보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를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서도 이종철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어떤 건 적폐고 어떤 건 관행인지, 관행이면 인정해야 한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위법성에 대한 정당행위 등이 아니라 ‘위법성 인식 여부’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가 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대변인은 “과거 기준이 될 수는 없고 김 전 장관 스스로 밝힌 대로 김 전 장관은 권한이 없다. 몸통도 아니며 머리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검찰은 증거에 따라 윗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사건의 전모를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내는 소임에 추호도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반해 같은 날 민주평화당에선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 문 정부 장관 출신에 대해 첫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만큼 기각됐지만 내로남불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엄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자 직권남용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청와대 역시 김의겸 대변인이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새벽에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는데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이 있고 새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 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직권남용의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힌 바 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 등)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불응하면 표적감사를 벌여 후임에 친정부 인사를 앉히려 한 것으로 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김 전 장관은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김 전 장관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씨의 후임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출신인 친정부 인사 박모씨가 임명되도록 미리 박씨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지난해 7월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다른 산하기관이 출자한 자원순환 전문업체 대표로 임명하도록 지시해 지난해 9월 이를 관철시킨 혐의도 받고 있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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