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구속영장 기각...이유는?
檢, 블랙리스트 ‘윗선’ 수사 제동 걸릴듯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인사를 ‘찍어내기’ 위해 표적 감사가 진행됐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63)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사법부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청와대가 그간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자 인사권 행사를 위한 통상적 업무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무엇보다 검찰의 블랙리스트 ‘위선’ 수사도 제동에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박 판사는 일괄사직서 징구 및 표적감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되었던 사정이 있다”며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임원에 대한 복무감사 결과 비위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에 비추어, 이 부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원추천위원회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관련법령의 해당 규정과는 달리 그들에 관한 최종 임명권, 제청권을 가진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명단을 작성한 뒤 사표를 내도록 종용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감사해 표적감사를 벌이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의 채용 특혜 개입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환경부 산하 기관 주요 보직에 앉히기 위해 공모 정보를 미리 흘려 주거나 내정자에게 면접질문, 모범답안을 미리 전달하고 서류심사에서도 다른 지원자보다 높은 점수를 준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환경 특보로 활동한 유성찬 전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의 상임감사 임명 과정과 환경공단 노무현 정부 비서관 출신의 장준영 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등도 이와 유사한 특혜를 받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에 대해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변인은 “동시에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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