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극적 발언 쏟아졌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어…오히려 장관들 설화에 ‘눈길’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모습. ⓒ시사포커스DB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제·공수처·검경수사권 패스트트랙 문제와 더불어민주당의 김학의 특검 주장에 황운하·이주민 특검으로 자유한국당이 맞불을 놓는 등 최근 여야 충돌 중인 현안이 무수하다 보니 지난 19일부터 나흘 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여기에 내주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청문회도 열려, 장차 격돌할 만한 사안이 넘치는 만큼 야당이 공세 준비에 집중하면서 이번 대정부질문은 별 다른 ‘한 방’이 없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비록 그런 와중에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이 간간이 나와 짧은 4일 간이었지만 여러 의미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조명균 “남북관계 추진 필요 시점”…이낙연 “김연철 막말? 스크린 돼”

정치 분야로 시작한 19일 대정부질문은 첫날답게 초반부터 불꽃 튀는 질문도 쏟아졌지만 그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정부 인사들의 답변이 도마에 올랐는데,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한 데 이어 북한이 더는 회담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까지 미국에 경고한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19일 대정부질문에서 “남북관계는 계속해서 적극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러고 역설해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날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과거 SNS 글로 이미 구설에 오른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 등 막말을 남발했을 뿐 아니라 친북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후보자인데 다 검증한 것이냐”고 질의하자 “그런 문제도 스크린이 됐다”며 사전 인지하고 있었음을 순순히 시인해 본회의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총리는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여러 장단점을 함께 논의했고 모든 분들이 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중에서는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으며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의 관련 질의를 받고도 “학자로서의 연구실적, 그리고 과거에 남북협상에 임했던 현장의 경험, 이것을 갖고 있다는 걸 높이 샀다”고 호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정경두 “천안함, 불미스러운 충돌” 발언에 결국 폭발한 野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인 듯 문 정부 각료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그 수위가 나날이 높아졌는데, 20일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서해수호의 날’을 설명하는 와중에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 천안함 이런 것들 포함,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심지어 이를 질문했던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3번이나 동일한 질문을 했음에도 정 장관은 비록 ‘불미스럽다’는 표현은 뺐지만 ‘충돌’이란 부분은 끝까지 고수했는데, 앞서 지난 1월에도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먼저 사과할 것을 요구해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비핵화를) 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하며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었던 만큼 또 다시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정부질문 당시에도 정 장관은 연평해전 등에 ‘우발적 충돌’이란 시각을 내비쳤던 점도 있어 ‘서해수호의 날’인 2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미스러운 충돌’이란 정 장관의 대정부질문 발언을 꼬집어 “북한의 도발은 온데간데없고 쌍방과실에 의한 ‘충돌’이란 단어를 썼다.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인식”이라며 “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논란의 소지가 높은 발언을 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진 / 오훈 기자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논란의 소지가 높은 발언을 했다가 보수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진 / 오훈 기자

더욱이 정 장관은 불에 기름을 붓듯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전직 장성 400명이 왜 9·19 군사합의에 반대성명을 내고 장관을 질책하냐’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상당히 잘못된 지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고, 이념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변해 한층 파장이 커졌는데,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22일 성명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는 물론 정 장관의 사퇴와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까지 촉구했다.

뒤늦게 국방부는 21일 최현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 장관 발언과 관련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는 취지”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선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들끓는 여론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 홍남기 “잘한 경제정책? 너무 많아”…與마저 “겸허하게 인식하라” 일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단 안보 분야 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설화가 끊이지 않았는데, 정 장관의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인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파탄 조짐’이라 지적한 정유섭 한국당 의원으로부터 “현 정부에서 제일 잘한 경제정책이 뭔가”란 질문이 나오자 “너무 많아서 제가 이야기를 잘 못하겠다”고 맞받아쳐 태도 논란이 일어났다.

오죽하면 범여권 색채인 민주평화당에서도 유성엽 의원이 “문 정부 경제 성적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도 나쁘다.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과속도 경제난을 가속시켰다”고 꼬집었고 집권여당에서마저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많은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바닥은 여전히 차가워 보인다.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최운열 민주당 의원까지 “정부여당은 무한책임을 져야 하기에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경제현실을 인식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홍 장관을 에둘러 질타했다.

그나마 이 총리의 경우 홍 장관보다는 일부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일자리 지표 악화 등에 대해선 “대단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한 이종배 한국당 의원의 비판엔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을 드렸고 그로 인해 일자리마저 잃는 분이 계신 것 잘 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의미의 ‘문송합니다’란 말을 들어 “‘문재인 뽑아 죄송합니다’란 말로 변했는데 총리는 책임 통감하는가”라고 직격했음에도 “깊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자세를 낮췄던 이 총리가 정작 외환보유고와 국가신용등급은 양호하다고 밝힌 자신의 해명에 맞서 “현 정부의 치적인 것처럼 포장해 국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응수한 송언석 한국당 의원의 질타엔 못 참겠는지 “이전 정부에서 (경제 문제) 누적된 것도 있을 것 아니냐. 그걸 다 부정하고 ‘니들 탓’이라는 것도 무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전 정부 책임이라는 식의 이 같은 ‘단골 레퍼토리’는 이 총리에 그치지 않고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2일에도 이어져 조명래 환경부 장관까지 “문 정부 들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주범인 경유차가 10%나 늘었다”는 이학재 한국당 의원의 비판에 “전 정부의 경유차 보급 장려 정책 탓”이라고 도리어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 눈길 끈 의원도 있었지만 예전만 못한 관심?…‘텅텅 빈’ 본회의장

20일 대정부질문 직전 진행된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 ⓒ정의당
20일 대정부질문 직전 진행된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 ⓒ정의당

이처럼 야당 의원들이 총리와 장관들에 날선 비판을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과거 화제가 됐던 발언이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도 또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거론됐던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을 재언급한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21일 경제 부문 대정부질문에서 “경포대 시즌 2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시즌 1보다 더 블록버스터급”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국민들은 소득주도성장을 소득절망성장이라며 절규하고 있다. 경제망치기로 기네스북 등재해도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보다 하루 전인 20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목을 끈 발언이 나왔는데, 지난 2016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중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사퇴하세요”라고 일갈해 화제가 됐던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이번엔 조 교육감이 아니라 백승주 한국당 의원에게 사퇴 여부 관련 질의를 받던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향해 “사퇴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이 “한미 간 견해차가 크게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이 총리의 발언에 “그 고장 난 레코드 같은 답변은 그만하라”고 직격했다가 즉각 이 총리로부터 “고장 난 레코드를 여기 세워둔 이유는 뭐냐”고 역공을 받은 데 이어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려 들자 “듣기 싫으면 나가!”라고 여당 의원들에게 소리 질러 재차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대정부질문 분위기는 예전처럼 내내 긴장감이 조성될 정도로 격렬하기보다 아예 야당의원들마저 확연히 관심이 줄어든 모양새였는데, 지난 19일엔 대정부질문 첫날임에도 시작된 지 3시간이 넘어가자 의원들 다수가 본회의장을 떠났고 약 60여명 정도만 남았으며 그나마 이들마저도 책을 꺼내놓고 독서를 하거나 동료 의원과 담소를 나누는 등 대정부질문에 집중하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여야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어느 민주당 의원은 의자에 기대 고개까지 젖히고 잠을 자는 모습이 포착됐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연설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했던 20일엔 한국당 의원들의 퇴장을 비난했던 정의당에서조차 대정부질문 도중에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였으며 21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개인 일정 등 여러 이유로 본회의장 절반 이상이 텅 빈 채로 진행됐다.

일각에선 매년 뻔한 답변만 나오는데다 열심히 준비한 데 비해 언론보도는 잘 되지 않는 편이다 보니 의원들조차 관심이 줄어들게 된 거라 분석하기도 하는데, 그래선지 이번 대정부질문도 새로운 건 없고 이미 제기됐던 부분만 반복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점이 바뀌지 않을 경우 앞으로 대정부질문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늘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