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컸던 포항지진 발생 원인을 조사해온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재였다고 발표한 이후 정치권은 벌써부터 서로를 탓하며 책임 공방에 우선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지열발전소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 국책사업으로 무리하게 강행됐다면서 ‘이전 정권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심지어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에너지정책에 불똥 튈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태양광과 풍력”이라며 ‘선 긋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까지 들면서 “인재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일으킨 원인은 문재인 정권의 안일함”이라며 포항지진이 문 정권 재임 중 일어났다고 반박하는 등 여야 모두 내달 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안의 정치적 파장에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평소에 민생 곳곳에 관심을 갖기보다 정쟁에만 주력하다가 매번 어떤 사안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반응하는 모습도 꼴불견이지만 마땅히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술수로 활용하려 하거나 자당에 후폭풍이 일까 걱정하는 모습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대의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국민이 아니라 당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로 착각하는 것 아닌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 어느덧 1년 5개월째 기약 없이 체육관에 쳐놓은 임시막사(텐트) 안에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을 여야 어느 누구라도 수습하기 위해 나서보거나 관심을 가져본 적 있는가. 그저 재난이 발생했을 당시만 잠깐 현장에 모습을 내비치다 언론보도가 뜸할 때쯤이면 돌아서버리고, 만일 정치적 활용가치가 있다면 그때서야 수개월이든 수년이든 특정 사건에 관심을 두는 지극히 정략적인 행태를 보인다.

비단 지진 문제 뿐 아니라 전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어도 어떻게든 경유차, 석탄발전소 등 국내 발생 원인만 찾아보려는 태도로 일관할 뿐 서해 바다를 건너오는 엄청난 양의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특별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여론의 비난만 피해보려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현 정권부터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권력기관이 앞다투어 압수수색에 나서고 진상을 규명한다며 끝까지 파헤치지만 그런 이슈보다 국민 생활에 직접 와 닿는 미세먼지 문제에는 대선 공약이 무색하게 미온적 자세만 보이다 마지못해 움직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정치권은 오죽 하겠는가.

사상최악의 미세먼지가 관측된 지난 5일부터 며칠째 전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민들의 성화가 극에 달해서야 국회도 정쟁을 뒤로 하고 지난 13일 미세먼지 관련된 8개 개정 법안을 함께 통과시켰다.

진즉 이런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여야는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뒤로하다가 꼭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나서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선 참으로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하다.

정부 역시 뒤늦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고 위원장직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맡겼는데, 근본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을 그간 도외시한 채 국내 발생 미세먼지 감축에만 주력하다 야당의 제안을 받고서야 움직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듯하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그동안 중국을 향해선 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정부에서 그저 면피성 대안으로 반 전 총장을 대신 내세운 게 아니길 바라는 여론의 기대가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적극 미세먼지 원인 규명을 위한 과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중국에 적극 문제를 제기해주었으면 한다.

민생에는 여야가 없고 정부는 국민건강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지율과 같은 민심 동향엔 민감하지만 정작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민생은 상대방을 비판하는 공세용 ‘방패막이’로만 거론해온 게 그간 한국정치 현실이었는데, 저마다 늘 표심을 어떻게 끌어모을지 궁리하기보다 미세먼지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갖고 먼저 상대 당에 협력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토록 얻으려던 표심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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