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아진 한국당의 ‘러브콜’…의총 열었으나 ‘중도 퇴장’ 속출하며 분열된 바른미래

민주당 등과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협상에 속도를 올리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좌)와 그에 반발해 의총 소집을 주도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민주당 등과의 선거법 패스트트랙 협상에 속도를 올리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좌)와 그에 반발해 의총 소집을 주도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선거제 개편 잠정 단일안에 대해 여야 4당 중 가장 먼저 의원총회를 통해 만장일치 추인하며 일단 패스트트랙에 힘을 실어주기로 내부 분위기 수습에 들어간 민주평화당과 달리 그간 같은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어온 바른미래당에선 날이 갈수록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급기야 이런 상황을 기회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자유한국당에선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개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보수결집으로 세를 불리기 위한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나경원 “우파야권 단결해 좌파 독재 막아야”…정계개편 시동?

지난해 12월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옮겨간 이후론 의원들의 추가 탈당은 일어나지 않아 어느 정도 잦아드는 듯 했던 ‘보수통합 정계개편’설이 최근 선거제 개편 문제를 놓고 일어난 바른미래당의 균열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의원인 이학재 의원의 경우 지난달 9일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이학재TV – 이학재의 보이스’에서 “한국당으로 복당 내지는 통합할 의원들이 여러분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즉 보수진영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대부분인데 숫자로 8~9명 정도이고 국민의당 출신의 바른미래당에 계신 분들 중 보수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 포함하면 많게는 10명이고 적어도 7~8명”이라며 시점에 대해선 “아무리 늦게 잡아도 내년 총선 이전”이라고 주장했을 만큼 보수대통합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더구나 한국당이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법·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현재 여야 4당이 분열 없이 결속해 추진할 경우 실질적으로 저지할 방도는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보니 가장 흔들리기 쉬운 고리인 바른미래당을 집중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에 그 연장선상에서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과 정계개편 논의까지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전까지만 해도 바른미래당에 박수를 보내자는 수준의 호소에 머무르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수위도 취임 100일을 맞은 20일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점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데,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선거대책회의에서 “지난 대선 결과 우파 야권은 분열됐고 일부 야당은 여당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여서 늘 문재인 정권을 견제·감시하는데 힘이 부족했다”며 “정권 중심으로 뭉친 여당과 동상이몽, 사분오열하고 있는 야당이 대립하는 구도를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대해 우파 야권이 반드시 단결해 좌파집권세력의 장기독재 야욕을 막아야 한다. 다른 야당에서도 조금씩 (패스트트랙)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니 다행”이라며 “이제 패스트트랙 강행 세력과 선거제 개편 저지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세력으로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진영 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다시 입당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다시 입당했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를 보여주듯 복당파 출신 의원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20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 방식이든 개별 영입 방식이든, 이런 식의 인위적 통합 노력을 하는 것을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자연스러운 통합의 계기에 이런 흐름이 형성된다면 통합이 될 수도 있지 않나”라며 “과거 자유선진당, 자민련 같은 정당들이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양당 체제로 회귀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양당 체제로 개편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런 시각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진 않은데,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잔류파 김태흠 의원의 경우 19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보수통합 아니면 보수개편이니 언론들이 그렇게 보던데 그건 정치공학적, 정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이나 민주당 내에서도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분이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바른미래, 분당설 일축하면서도 내분은 절정 치달아

이처럼 한국당이 여야 공조체제 균열만 노린 정략적 차원에서든, 아니면 진정으로 보수진영 정계개편에 방점을 두고 꺼낸 발언이든 최소한 바른미래당을 흔드는 데엔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데, 지난 14일 약 4시간에 걸친 긴급 의총에도 결론을 못 낸 채 다른 정당과 협상이 진행된 지 불과 닷새 만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의총 소집을 다시 요구하며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동안 구 바른정당 출신 중 꾸준히 당직을 맡아 활동하며 유승민 의원 측과 손학규 대표 사이를 중재하기도 했던 하태경 의원조차 19일 SNS로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당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에 최고위, 의총 뿐 아니라 지역위원장 총회 모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당론 결정이 필요한지 여부는 원내대표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당론 불필요론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에 반발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주도한 같은 당 지상욱 의원도 20일 의총 직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원내대표를 겨냥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그거보다 조금 더 많은 의원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패스트트랙 찬성) 이게 공식 입장이라 얘기하면 본인이 여당인 민주당한텐 맨날 내로남불이라고 욕을 하면서 어떻게 똑같은 일을 하느냐”며 “당론 모으는 절차가 의무사항 아니라고 한 김 원내대표 말씀 보면 의견 수렴 안 했다는 거 인정하는 거고 당론 아니란 걸 인정한 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협상 중인 내용에 찬성하고 있는 당내 의원들 규모에 대해서도 “당론 의결을 하려면 당헌에는 재적 의원 수의 3분의 2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숫자가 안 된다. 지난번 심야 의총했을 때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했다”며 지난 19일 자신이 주도한 의총 소집 요구에 동의한 의원들에 대해서도 “시간이 없어서 일단 정족수 채워 의총 소집하기 위해 빨리했다. 여덟 분이 모두 바른정당 출신은 아니고 그 외에 (패스트트랙) 반대하는 분이 권은희 정책위의장 또 박주선 전 대표, 이런 두 분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에 대해선 “지난번 심야 의총 4시간 했을 때 아주 강력하게 반대하고 반발했지만 단 한 분의 의원도 탈당 얘기를 거론한 분은 아무도 없었다”며 “오히려 거꾸로 당헌을 파괴하고 문제 야기했으면 나가도 그분들이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 잘못한 분이 책임지면 된다는 거지 분당 수순으로 말하는 건 좀 과한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어제 서명한 분들이 탈당을 위해서 서명하고 의총을 소집한 게 아니다. 당의 가치와 절차적인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라며 “어떤 음모적인 정치, 또 야합 정치, 이런 걸 생각해 그렇게 보이는 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국민들한테 항상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재삼 힘주어 말했다.

마찬가지로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나와 자신을 비판한 지 의원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본인 생각을 썼는데 상당히 유감”이라고 응수하면서도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탈당설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보는 건 무리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 의원들과 접촉한다는 한국당 측 주장을 의식한 듯 실제 이런 정황을 ‘들은 바는 없다’면서도 “저희 당 지지율이 낮고 미래의 선거 승리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과거 친분 이용해 지금 한국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대부분 그런 관계에 있지 않냐. 대체 개별접촉해서 어떤 얘기하는지 제가 모르겠지만 단순히 이것만 반대해달라고 얘기하는 건지, 이런 정치공작은 그만둬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갈등만 확인만 280분 의원총회…소속의원들에게 남은 선택은?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모습.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모습. ⓒ바른미래당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찍이 예상됐듯 20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총은 오전부터 시작돼 이어진 4시간 40분 내내 일부 의원이 중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는데, 의총 소집 요구서에 서명한 이언주 의원이나 김중로 의원은 도중에 퇴장하며 패스트트랙에 대해 “당론으로 하려면 3분의2가 동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건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유승민 의원마저 중도 퇴장하면서 “아무리 좋은 선거법이라도 패스트트랙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단호히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

심지어 유 의원은 “과거에 지금보다 다수당 횡포가 심할 때에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 없다.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다수당이 있었다고 해도 이 문제는 끝까지 최종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게 국회 전통”이라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 두 가지는 권력기관이 우리 국민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 관점에서 안을 내고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고 보지만 선거법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래선지 이날 의총 직후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에 대해선 “당론을 정하고 적어도 반드시 관철되도록 요구하기로 했으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하기로 했다”면서도 선거법과 관련해선 “지난번 목요일 (의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는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계시다”며 결국 평행선만 달렸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내년 선거를 고려하면 이미 일정도 촉박한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야3당 중 평화당과 정의당 모두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상황에서 바른미래당만 계속 당론화되지 못한 채 어떤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만일 지도부가 시간에 쫓겨 강행처리할 경우 지금껏 내재돼 온 정체성 문제 등 다양한 앙금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자칫 분당으로 흐를 여지도 없지 않아 그야말로 진퇴양난 속에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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