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바라는 시나리오는?…황교안 잡고 국면전환
공방거리 쌓아둔 한국당…정국 격랑 예고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김영배 민정비서관.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김영배 민정비서관./ⓒ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끝내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복귀한 첫날 고(故) 장자연 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클럽 버닝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를 ‘야당 대표 죽이기’, ‘여론 반전을 위한 적폐몰이’로 규정하며 야권탄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그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차관의 당시 직속상관이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인사 검증을 담당하던 곽상도 의원이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한국당에서는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은 상황에서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소재로 활용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황교안·곽상도 ‘정조준’하는 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4일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부터 민주당은 연일 논평 및 국회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당은 ‘흠짓내기’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민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명분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국회 차원의 특검 및 국정도사 도입을 검토 하는 등 한국당을 향해 칼끝을 들이대고 있다.

민주당은 19일 지도부 회의에서 황 대표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황교안 대표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이 이번 사건에 얼마만큼 개입되었는지 여부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원내부대표도 “박근혜 정부가 김 전 차관을 임명하기 전 동영상의 존재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는데 십상시 문건을 작성했던 박관천 전 경정은 그 배경이 최순실씨라고 진술”했다며 “이제 국민들의 눈길은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 대표와 인사검증의 책임자인 곽 의원으로 향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즉 김 전 차관 임명에 최씨가 개입됐고 해당 사건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직속 상관이던 황 대표와 인사 검증을 맡은 민정수석인 곽 의원이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박 원내부대표는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다는 소문은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 여의도 증권가의 정보지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법조계에서도 회자됐다고 한다”며 “당시 김 차관은 검찰총장 후보 3인에 들지 못해 사실상 퇴진 예상된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차관으로 임명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 대표, 곽 의원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발뺌하지 말고 정직하게 답하라”며 “부실검증 했다면 무능의 책임을 져야 하고, 알고도 덮을 수밖에 없는 윗선 때문이라면 사실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당시 박근혜 정권하에서는 대형 사건이나 주요 인물과 관련된 수사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까지 보고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따라서 김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었던 황 전 법무부 장관과 곽 청와대 민정수석이 별장 성접대 사건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이 서로 경기고·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 사이인 점 ▲검찰이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얼굴을 두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점을 들어 “이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했는지, 그랬다면 어느 선까지 영향력이 행사 됐는지”라면서 황 대표의 역할 유무를 밝혀야 한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야당탄압’ 프레임 몰고가는 한국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한국당은 ‘적폐청산 카드’를 꺼내들고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날선 반응을 보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핵 위기가 가시화되고, 민생이 파탄나는 가운데 동남아 순방을 다녀와 첫 일정이 결국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는 그러한 검·경 수사에 대한 지시라니 국민들이 아연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잘못된 부분, 궁금한 부분은 밝혀야 되지만 지금 민생파탄, 북핵 문제로 어려워진 안보파탄의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해야 될 일인지 묻고 싶다”며 “이러한 수사는 검찰과 경찰에 맡기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통령 최측근의 댓글공작 의혹과 손혜원 게이트 그리고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아주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이제는 결국 여론반전을 위한 다시 적폐몰이에 들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나 최근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후보가 측근비리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 당시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꺼내들면서 맞불을 놨다.

나 원내대표는 “김기현 (당시) 시장을 죽이고 울산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한국당 전체를 비리집단화하기 위한 공작수사, 기획수사였음이 드러났다”며 “대표적으로 공권력이 동원된 선거개입이며 야당 말살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운하 청장을 즉각 해임하고 황 청장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당시의 편파수사의 기획자, 책임선상에 있는 자들의 직권남용과 선거 방해 행위의 전반에 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야당 말살 음모를 위한 선거개입의 윗선이 과연 어디인지, 황 청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황운하 청장이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김태우 전 수사관의 말에 의하면, 이와 관련된 보고서가 청와대 누구누구 책상 위에 올려져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윗선도 밝혀야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 황 대표도 지난 18일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이날 통영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데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임명 됐다”며 “며칠 뒤 그런 보도가 나왔고 얼마 후 본인이 사표를 내고 나갔다. 그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치지 않는 여야 공방…언제까지 갈까

국회 본회의장.[사진 / 시사포커스 DB]

현재 몇 달 새 역대 최저 지지율을 계속 갱신하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을 만회해야 하는 민주당과 매번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하는 한국당이 싸우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야가 극한 대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의 승기를 이어갈 수 있기에 이처럼 여야의 대충돌은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인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소수 특권층이 저지른 비리 범죄이고, 공권력의 유착, 은폐, 왜곡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수 년 동안 진실을 규명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수사기관에 의해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경찰과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와 같은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기관 상호 견제와 균형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해당 사건을 통해 여론 전환 및 ‘개혁과제 필요성’을 부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한국당에 빼앗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개혁과제 입법화를 통해 집권 3년차 떨어지는 국정 동력을 살려내겠다는 ‘반전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나아가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온 황 대표 이미지도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일타이피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지율 상승에 힘입은 한국당이 대여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보석 여부, 손혜원 의혹,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블랙리스트 의혹 등 공방거리를 쌓아 놓았기 때문에 여야의 싸움이 쉽게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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