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은 역사관 문서실에서 3월 6일부터 6월 10일까지 ‘옛 편지에 담긴 멋스러움, 시전지’라는 주제로 ‘작은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조선후기에 제작된 연꽃무늬가 새겨진 시전지판과 실제 연꽃무늬가 있는 시전지, 그리고 매화와 대나무가 각각 있는 시전지에 옛 편지글이 적혀 있는 편지를 소개하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시전지는 주로 17세기에 사용된 것이며, 옛 편지 첩에 수록되어 있는 것들이다.


이메일이 일상화된 요즘 현대인들에게 편지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친구 혹은 연인에게 편지를 쓸 때 이메일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편지지에 정성을 들인 글씨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혹은 우정을 쌓거나 사랑을 꽃피우곤 했다. 옛 선비들 역시 친구나 부모형제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멋스러운 무늬가 새겨져 있는 시전지詩箋紙 위에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정다운 소식을 전하곤 하였다.


시전지란 문자 그대로 시를 쓰기 위하여 별도로 만든 무늬가 있는 종이를 말하였으나, 사실상 편지를 쓸 때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때문에 시전지란 그 글자의 풀이와 관계없이 시나 편지를 쓰기 위하여 특별히 만든 예쁜 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전지에는 옛날부터 선비들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사군자의 무늬가 많이 들어가고, 연꽃·새·병에 담긴 꽃 등도 있다. 또한 이러한 무늬 이외에도 길상이나 편지를 의미하는 문구를 함께 넣기도 했다.


시전지는 편지에 담긴 내용과 어우러져 편지 속에 담긴 마음을 한층 멋스럽고 품위있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시전지를 통해서 옛 선비들의 은은한 정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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