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김정은 수석대변인…민생파탄” 文 정부에 직격탄 날려
정국 냉각 장기화 우려…민주당, 국회 윤리위 제소·원내대표직 사퇴 촉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민생·경제를 화두로 어렵사리 문을 연 3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기점으로 여야 대립은 극에 달하고 있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나 원내대표의 12일 대표연설의 발언은 수위가 높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대북정책·미세먼지 정책에 직격탄을 날린 대목이 적지 않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대북정책에 대해 “일방적 북한 옹호”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맹비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는 발언이 나오자 여당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에 양 진영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 연설 도중 단상 위에 올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아무리 해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런 모욕이 어딨느냐”며 “어떻게 대통령을 무슨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조용히 하라”고 장내를 정리하려 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그만해라”, “사과하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장내는 소란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 연설, 연설”이라며 연설 진행을 독려하며 “잘했다”, “옳소”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줬다”며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 내가 하면 체크리스트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와의 싸움에만 매달린 동안, 우리 민생은 완전히 파탄 났다”, “원전 산업은 붕괴되고, 학계마저 침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좌파단체, 강성노조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잘못을 시인하라”, “정권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법관을 탄핵시키겠다는 정당이 정상적인 민주정당인가”, “패스트트랙은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 헌정 파괴”라고 연이어 맹폭을 퍼부었다.

◆정점 찍는 ‘여야 대립’…윤리위 검토·원내대표직 사퇴 촉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현재 국회는 선거제 개혁안과 각종 개혁 입법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방안 등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 충돌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 이번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야 대립의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법 제146조(모욕 등 발언의 금지)에 따라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더욱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로 규정, 나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의 발언 취소 및 사과가 없을 시 3월 임시국회가 공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대표 임에도 불구하고 앉아 있을 수 없는 그런 발언을 들으면서 분노도 생기고 답답했다”며 “지난번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서 오늘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냐’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인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될 것”이라며 “‘좌파정권’이라는 것을 입에 달고 있는데 그야말로 냉전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저 정도의 정치의식과 냉전 의식을 가지고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결코 동의를 받지 못하고, 지지를 받지 못한다”며 “이제 냉전은 끝나가고 있는데 저 분들은 얼음을 손에 들고 있다. 곧 여름이 오면 얼음은 다 녹아버리고 만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탄생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회가 걱정이 되지만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품격과 존엄도 깡그리 짓밟은 망언을 한 상황에서 어떻게 여야가 생산적이고 건설적 논의 할 수 있을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나 원내대표는 즉각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나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 즉각 발언을 사과하고 취소하지 않으면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박하는 與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최저임금 정책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독일, 뉴욕, 일본 등 다른 나라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사회주의 정책인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가당치도 않다”며 “현행 헌법에도 국회의원 상한 규정은 없다. 헌법을 조금만 공부하면 알수 있다. 헌법을 무시한 발언이다”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가 ‘명백한 법외 노조인 전교조에 대한민국 교육이 좌지우지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과거 청와대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관련 문서를 고용노동부가 제출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언급 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 연설문에서 상임위에서의 활동과 특검, 국민투쟁을 얘기한다”며 “남은 20대 국회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내에서 정상적인 의정 활동 안하겠다는 정당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야3당과의 연대나 공조를 더 강화해서 한국당이 국회 내에서 활동 안한다고 해도 국민 위한 개혁입법들이 아무 지장 없이 통과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靑·야3당 한목소리 비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장현호 기자

청와대도 이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한 부대변인은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나라를 위해 써야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마라”며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수성향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진보성향 정당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먼저 바른미래당은 “국회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되질 않는 싸구려 비판”이라며 “한마디 한마디 한국당 자신부터 성찰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며 “한국당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에 빗대어 놓고 한국당이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코미디”라며 “이런 개그 망언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회 정상화된지 불과 며칠새인데 정쟁을 부르는 초대장밖에 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가 ‘좌파독재’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면,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극우파독재’를 걱정한다”며 “제1야당으로서 정책대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장사에 올인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은 “국리민복'(國利民福·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에는 철저하게 무능하면서, 싸움 거는 데만 능한 한국당의 대표연설”이라며 “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대표연설”이라고 맹비난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 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며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마치 자기들은 지난 9년간 잘했던 것처럼 내로남불로 문재인 정부를 질타하면서, 그 대책으로 내놓은 것들은 구체적인 논평의 가치조차 없는 시대착오적인 내용들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오늘 나 원내대표 연설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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