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개각 의미와 특징

문재인 대통령이 8일 2기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장고 끝에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2기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통일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7개 부처의 장관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다.

엄밀한 수치 뿐 아니라 그간 웬만해선 ‘사람을 바꾸기’를 꺼려온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보면 대규모 개각 폭이라고 평가된다.

이는 민생·경제 분야 부진과 민심 이반, 지지도 하락 등 국정운영 동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기된 국정 쇄신 요구에 부응하고 분위기를 일신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2기 내각의 성격은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먼저 청와대는 이번 개각의 의미와 성격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맞아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게 중요”하다며 “이런 성과를 위해서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신년 기자간담회 이후 여러 차례 강조한 ‘성과 창출’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특히 전문가, 관료 출신을 대거 기용, 임기 후반기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정운영 및 핵심 국정과제 실현에 성과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정부 부처 7곳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2명의 차관급 인선도 함께 단행했다.[사진 / 뉴시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으로 남북 경제협력 현장에서 쌓은 경험으로 참여정부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북핵 협상과 남북회담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전문가 자문단이기도 하는 등 과거와 현재의 북한 문제 최전선에 있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내정된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는 40년간 통신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 온 국내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연구자로 지난 1월 KAIST와 LG전자가 설립한 ‘6G 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된 문성혁 세계해사대학교 교수는 현대상선 1등항해사 출신으로 항해사로 10여년 간 현장 경험을 갖고 있다. 2008년부터는 한국인 최초로 스웨덴 말뫼 세계해사대학(WMU) 교수를 역임하는 등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행양·항만 분야의 전문가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인 박양우 전 문화부 차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CJ E&M 사외이사 및 감사를 맡는 등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비문(非文)계 박영선 의원과 진영 의원을 내각에 전격 발탁한 점은 ‘탕평인사’의 의미도 갖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와 정당의 요직을 두루 거친 언론인 출신 4선 국회의원으로 풍부한 경륜과 정무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언론인 시절부터 쌓아온 경제에 대한 식견을 토대로 재벌개혁,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의정활동을 해왔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법조인 출신 4선 정치인으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위원장,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해 행정?안전 분야 정책과 행정안전부 조직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문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우상호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잔류 요청으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 의원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당의 요청”이라며 “강기정 정무수석이 어제(7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우 의원에 대해서는 이 대표의 만류가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우 의원은 원내대표를 역임한 당내 중진 의원으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추후 당에서 적합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동력 살려야만 한다…경제 악화→총선 패배→급격한 레임덕 맞이

문재인 대통령.[사진 / 뉴시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한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 등 그간의 악재들과 더불어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새 내각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레임덕 현상이 빨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제는 새 내각이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도 파급영향이 크다. 우리 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2019년 3.5%에서 0.2%p 낮아진 3.3%로 하향 조정돼 암울한 경제상황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맞물려 수출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최저임금 인상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요인으로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을 개각만으로 만회하기는 한계가 있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패배로 몰고가 결국 급격한 레임덕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여야 개각(改閣) 반응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여야 각 당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단행된 8일의 개각과 인선 내용에 대해 각기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성과와 집권 3년차 국정 전반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한데 반해 야권은 안보파탄, 경제파탄, 민생파탄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하고, 민생경제를 책임질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사회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검증되고 정책 실행능력이 우선시된 적재적소의 인사”라며 “당은 새롭게 임명된 인사들이 한반도 평화와 민생경제에 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안보파탄, 경제파탄, 민생파탄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고 오로지 좌파독재를 위한 레일 깔기에 골몰한 흔적만 보인다”고 맹비난 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강화 필요성과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는데 오직 대한민국만 ‘남북경협’이니 ‘다음 회담’이니를 외치며 국제정세와 전혀 동떨어진 헛꿈을 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재설정과 대북·외교·안보라인의 교체를 주장해 왔는데 들어내야 할 이들은 고스란히 놔두고, 오히려 점입가경으로 ‘남북경협’, ‘북한 퍼주기’에 매몰된 김연철과 같은 인사를 통일부 장관으로 앉혔다”며 “아무리 청와대만 있고 부처는 없는 정부라지만 이번 개각은 정부실종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도 “개각(改閣)보다 자각(自覺)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현직장관’과 ‘장관 스펙 희망자’의 ‘바톤터치’에 불과하다”며 “기대할게 없는 인사단행. 국정 쇄신의 기회를 또 다시 날려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민생이 파탄이다”라며 “개각(改閣)보다 자각(自覺)이 먼저”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개각 인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중소기업 문제, 생존 위기에 처한 700만명의 자영업자들의 장사할 권리를 보호하고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 토대를 만드는 것도 숙제”라며 “박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지난 2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심화된 자산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노력도 절실하다”며 “아파트 후분양제와 분양원가 공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개혁 등 개혁적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성과를 내줄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이후난(先易後難, 쉬운 것부터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 선경후정(先經後政, 경제부터 먼저하고 정치는 나중에 한다)의 정신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정치적, 외교적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노력 해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의당은 “내치의 안정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변화와 혁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고 인선을 했다”면서 “정의당은 이번 개각의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직무 수행 적합 여부를 철저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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