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수료율 협의 없을 경우 오는 10일부터 주요 카드사와 계약해지 통보
정부는 연말정산 비중 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하고 있어
핀테크 등 혁신성장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된 카드업계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에 이달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우대수수료 혜택 대상이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가맹점으로 확대되는 등 수수료 체계가 개편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주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완성차업체가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와 유통업계도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를 검토한다고 밝혀 카드업계가 금융당국과 대형가맹점, 소비자에게 압박을 받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현대차, 신한 등 5개 카드사에 계약해지 통보

지난 4일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며 오는 10일부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결정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각각 현대차에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지난 1월말 금융위원회가 대형가맹점에 대한 마케팅비용을 현실화하라고 지도해 현대차 등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결정, 통보했다.

현대차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카드사들과 수수료율 협의를 계속해 인상된 수수료율의 적용을 유예와 함께 공정한 수수료율을 협상을 통해 이를 소급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계약해지까지 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들에게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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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적격비용을 산정하면 카드사는 따라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여전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카드 수수료 원가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공기업이 아닌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단언하며 “현대차가 신차의 원가를 공개한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말한) 10일까지 원칙에 의거해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기본입장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합의점을 도출해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제안을 수용한 BC·NH농협·현대·씨티카드와는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적정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 정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방안 검토 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취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제도에 대해 축소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 중 총 급여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일정 한도에서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제도로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15%,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은 30%를 공제해준다. 사업자의 탈세를 막고 세원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당초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해 말 일몰 예정이었으나 올해 말로 1년 연장됐다. 이로써 일몰기한을 8번이나 늘렸지만 2~3년씩 연장되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연장기한이 짧아 이번에는 정말 일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신용카드로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는 것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양성화 차원이 아닌 중산층 소득공제라는 생각으로 3년 연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납세자연맹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증세하는 것과 다름없는데다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넘어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면서 ”자영업자들의 과표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정부의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00만명 중 968만명이 22조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서민과 중산층 근로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며 “근로소득자와 사업자간 세금 형평성이 악화되고 지하경제가 더욱 활성화돼 경제 전체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잇단 정부 정책으로 카드사 입지 좁아질 전망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4일 한국 정부가 은행결제망 개방을 계획하고 있어 신용카드사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국내 결제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비중을 줄이고 계좌이체 기반의 간편결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했다.

무디스는 “해당 방안은 은행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이지만 카드사 신용등급에는 부정적이고 대체 결제 서비스와의 경쟁 심화로 카드사는 수익성에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한국에서 특히 높은 소비자 지출 분야의 카드사 시장 점유율이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국내 1000조원대 결제 시장 중 신용카드가 650조원, 체크카드가 170조원 등을 차지하는 현 상황을 두고 ‘정상적이지 않은 결제문화’라고 규정했다.

또 “신용카드의 외상 결제로 인해 가계건전성에 부정적이고 연간 카드수수료로 부담하는 비용이 11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전반에 부담”이라며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인프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5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요 금융지주회장들과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
25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요 금융지주회장들과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카드사에 “빅데이터, 마이데이터 등의 정보를 활용해 얼마든지 새로운 영역의 융합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데 카드사는 부가서비스 경쟁만하고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다그쳤다.

한때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소비로 성장한 카드산업이 핀테크(FinTech) 시대에 이르러 간편결제 등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카드수수료 우대구간 확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의 어려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카드사에 어두운 정책과 전망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와 대기업, 소비자에게 압박을 받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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