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당직 인선엔 ‘친박 일색’…他 야당과의 상견례선 ‘냉랭’ 기류

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신임 황교안 대표 체제 하의 자유한국당 지도부 모습. ⓒ자유한국당
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신임 황교안 대표 체제 하의 자유한국당 지도부 모습.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4일 당직 인선을 확정하며 속속 당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곳곳에서 일부 의혹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등 시작부터 신임 지도부는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여서 이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황교안 체제, 당직 인선부터 ‘친박 논란’ 불거져

황교안 신임 한국당 대표가 4일 “싸워 이기는 정당을 위한 과제로 강한 한국당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 지금 우리가 주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첫째 경제를 살리는 일, 둘째는 민생을 일으키는 일, 셋째는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며 경제·민생·안보를 우선한 당 운영방향을 설명하고 좌파 독재 저지 투쟁과 경제실정백서 위원회 출범, 여의도연구원 개혁을 비롯한 여러 계획도 밝혔는데, 당 운영과 관련해 본격 시동을 건 모습이지만 일부에선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당장 이날 당 운영방향과 함께 정해진 주요 당직 인선과 관련해선 ‘도로 친박’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협위원장 감사를 포함해 총선 공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각각 ‘원조 친박’인 한선교 의원과 추경호 의원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이미 취임 이후 첫 당직 인선으로 지난달 28일 친박계 4선 중진인 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하자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디에 친박계로 되어 있느냐”고 응수하면서 내정 의사를 한층 분명히 했다.

이처럼 황 대표가 한 의원 인선에 적극적인 데에는 본인이 당권경쟁 중 피선거권 논란에 휩싸였을 때,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이던 한 의원이 문제될 게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손을 들어줬던 점 등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는데, 한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인 지난 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생신도 구치소에서 보내시니 마음이 아프다”고 입장을 표명했을 만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보니 여전히 뒷말이 무성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에 중앙연수원장을 맡은 정종섭 의원과 함께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TK 진박 공천’ 논란의 중심에 섰었던 추 의원 역시 전략기획부총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데다 당 공동대변인과 대표비서실장에도 친박계로 꼽히는 민경욱, 이헌승 의원을 발탁해 사실상 첫 인선에 대해선 ‘친박 중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인재영입위원장과 중앙여성위원장 자리에도 범친박계인 이명수 의원과 송희경 의원이 선임됐으며 디지털정당위원장엔 친박 색채의 김성태 의원, 신적폐저지특별위원장엔 친박 김태흠 의원을 각각 임명해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물론 황 대표가 줄곧 ‘계파 불식’과 ‘당 통합’을 강조해온 만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엔 복당파 출신인 김세연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으나 이외엔 대외협력위원장(이은재 의원), 재외동포위원장(강석호 의원), 상임특보단장(이진복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은 주로 총선 공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직책을 맡게 됐다는 면에서 핵심 요직에 내정된 친박계와 확연히 대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인선이 확정 발표되진 않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역인 조직부총장직조차 친박계 인사가 차지할 경우 비박계의 반발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일각에선 지난해 당협위원장 교체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던 친박계 윤상직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기도 해 자칫 당 내홍이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 黃, ‘보수통합’·‘5·18 폄훼’로 他 야당과 관계설정 ‘쉽지 않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월 28일 취임인사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해 손을 맞잡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월 28일 취임인사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해 손을 맞잡고 있다. ⓒ자유한국당

비단 당직 인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다른 야당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초반부터 불협화음이 일어났는데, 당선 하루 뒤인 지난달 28일 취임 인사차 바른미래당을 찾은 황 대표는 당권 경쟁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물론 개별 입당도 가능하다’고 발언했던 점 때문에 이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로부터 “당대당 통합 이런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 받았다.

특히 당선 직후 가진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자유우파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천명한 점이 ‘보수통합’을 경계해온 손 대표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다만 황 대표가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기본적으로 우리 당내 통합이 중요하다. 우선 그걸로 시작해 우리 당이 바닥을 다지고 외연을 넓혀나가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이나 이번 당직 인선 결과 ‘친박계’에 대부분 중책을 맡기는 한편 ‘유승민계’로는 김세연 의원만 요직에 내정한 데 비추어 바른미래당과의 정계개편 추진은 손 대표의 우려와 달리 당장 염두에 두고 있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황 대표는 손 대표에게 “잘못된 정책을 적절하게 비판하고 막을 건 막아내는 과정에서 양당이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 바른미래당이 가진 역량과 한국당의 역량을 합쳐 정부의 잘못된 폭정을 막아냈으면 한다”며 정계개편 시도보다는 대정부투쟁 공조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도리어 정계개편 관련해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바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인데, 앞서 한국당이 보수통합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범보수정당 중 바른미래당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마저 선을 그을 만큼 어떤 당대당 통합에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보니 또 다른 정계개편 대상으로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대표는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홍준표 전 대표와 권성동, 김성태 의원 4명을 당에서 내보내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를 입당시키지 않는 걸 전제로 한국당과 통합하자며 손을 내밀었는데, 당대당 통합이 어려울 경우 내년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할 수 있다고도 제안해 성사 여부와 별개로 황 대표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질적으로 대한애국당은 의석 1석 뿐인 미니정당이어서 조 의원의 이런 요구를 황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일단 최근 여론조사에선 보수통합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보니 무작정 묵과할 수만은 없기 때문인데, 지난달 28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에게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 당면 과제’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4.4%P)에 따르면 극우세력 단절을 통한 중도 확장(20.9%)보다 극우세력을 포함한 보수통합(23.3%)에 더 손을 들어준 결과가 나왔던 점만 봐도 이런 민심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의 당면 과제 조사 결과. ⓒ리얼미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의 당면 과제 조사 결과. ⓒ리얼미터

이런 가운데 소위 ‘보수통합’ 뿐 아니라 손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지적 받았던 ‘5·18 폄훼 발언’ 관련 처리 문제 또한 다른 야당들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황 대표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데, 급기야 4일 상견례 차원에서 진보 정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을 방문했다가 황 대표는 이들 지도부와 설전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먼저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5·18 폄훼’로 한국당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전당대회 출마로 징계유예 조치를 받았던 김진태·김순례 의원과 관련해 “황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이른바 ‘5·18 망언’ 사태에 대해 고심했겠지만 슬기롭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하자 황 대표는 “자꾸 과거에 붙들리는 정책과 행정을 할 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을 끌어가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응수했고, 아예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5·18 망언에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촉구하자 황 대표는 “김경수 댓글조작에 정의당은 어떤 입장을 갖나”라고 역공을 가했다.

이렇듯 제1야당의 신임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여당도 아닌, 다른 야당 지도부들과의 첫 인사 자리부터 내내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면서 쉽지 않을 향후 행로를 전망케 했는데, 이들 야3당이 호소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도 한국당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보니 황 대표에게 야권과의 관계설정은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일찌감치 활동 재개한 ‘전대 패배 주자들’도 黃에 부담

한 발 더 나아가 전당대회 패배로 잠행에 들어가나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이 이례적으로 즉각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 역시 정치초년생인 황 대표를 적잖이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장 김진태 의원은 지난 1일 태극기 집회에서 “한국당에 입당하신 분들은 탈당하지 말라. 남아 있어야 힘이 생긴다”고 호소해 ‘5·18 폄훼’로 전대 후 징계 여부를 결론지어야 하는 황 대표를 압박했으며 오 전 시장도 이보다 하루 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을 건전 보수 세력의 본산으로 만들겠다. 내년 총선 승리를 목표로 다시 뛰겠다”고 자신의 지역구인 광진을로 출마할 것을 공언했다.

결국 황 대표도 이런 움직임을 간과할 수는 없었는지 일단 오 전 시장에게 저녁식사를 제안해 지난 2일 서울 모처에서 함께 만났는데, 일설에서처럼 지명직 최고위원을 제안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은 당 화합과 통합을 위해 뜻을 모으자는 데엔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전대 출마를 포기하고 중도하차했던 홍준표 전 대표까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금 현안 관련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 속에서 황 신임 대표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갈 수 있을 것인지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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