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50% 득표율’로 대세론 입증…당선 일성부터 ‘계파 불식·文과 투쟁’ 역설

황교안 신임 대표가 27일 당선 직후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신임 대표가 27일 당선 직후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황교안 신임 대표 선출로 대미를 장식하며 그 막을 내렸다.

‘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조차 일찍부터 돌았을 만큼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채 ‘어대황’으로 전당대회가 끝났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등 황 대표가 공언해온 사항들이 실제 이행될 것인지 여부에도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국당 전대, ‘흥행 무색’ 투표율 저조…黃 대세론 탓?

한국당 전당대회는 앞서 5·18 폄훼 의혹을 받은 김진태 당 대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당으로부터 징계유예 조치만 받은 채 참여하면서 논란을 자초했고, 여기에 합동연설회에서 태극기부대의 성원에 힘입은 김준교 최고위원 후보 등 일부가 극단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 급기야 당 내외로부터 ‘급진 우경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 부산에서 열린 3차 합동연설회부터는 특정 후보에 대한 야유나 태극기부대의 일방적 응원보다는 한층 차분해진 분위기를 보여줬는데, 그래선지 30%대를 목전에 두고 떨어졌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8~22일 전국 성인 2514명에게 조사한 2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집계 결과(95% 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26.8%를 얻어 전주 대비 1.6%P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2.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한국당은 지지율 32.4%로 나와 선두인 민주당과의 격차를 5.6%P로 크게 줄인 것은 물론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고무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현장에서 “여론조사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32%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여당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사실상 우리가 앞서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당은 위대한 국민들과 새 지도부와 함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자신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이날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 최고위원 후보 4명을 각각 지지하는 당원들까지 플래카드를 들고 일찌감치 열띤 장외 응원전을 펼치는 등 한껏 분위기를 띄웠는데, 이는 지난 23~24일 완료된 모바일 사전투표가 24.58%에 그쳐 사실상 흥행 실패 아니냐는 지적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이날 발표된 최종 투표율조차 당 대표 선거의 경우 25.4%(96103명)에 그쳐 과거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던 2014년 당시 전당대회 투표율 30.5%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기에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출마에 비해 이번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는 기대와 달리 용두사미란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투표율 30%선을 넘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바 있는 김무성 의원은 이미 26일 저조한 투표율을 꼬집어 “당에 대한 실망과 신뢰를 잃은 당원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이라며 “통합으로 가는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분열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황교안 대세론’도 흥행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미 특정 후보(황 대표)에 유리한 경선 룰이라면서 후보 등록 직전 상당수의 당 대표 후보들이 출마를 철회해 한 차례 김이 빠진데다 3명의 당권주자 중 친박과 가장 거리가 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그나마 유리한 국민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30%에 그치고 비박계의 적극적 지원도 받지 못해 ‘황 대표 대세론’은 더 굳어진 채 그저 김진태 후보와 2위 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 黃 대세론 속 2위 싸움은 ‘吳 31.1% > 金 18.9%’로 결론

한국당 당권경쟁을 벌였던 김진태 의원(좌)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가 27일 전당대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 당권경쟁을 벌였던 김진태 의원(좌)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우)가 27일 전당대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낮은 전당대회 투표율은 결속력이나 조직력이 강한 지지층을 가진 후보에게 유리해지는 만큼 오히려 오 전 시장보다는 태극기부대의 지원을 바탕으로 황 후보에 갈 수 있는 친박 표심까지 분산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세론’을 흔들 변수로 꼽혀온 김 후보의 선전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이미 5·18 폄훼 논란을 안고 전대에 등판한 김 후보는 배수진을 친 듯 이날 전당대회에서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고 한 게 망언인가. 그 얘기 밖에 한 게 없는데 왜 제명시키라고 난리인가”라며 일관되게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그와 함께 당 윤리위에 회부됐던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까지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런 기조를 예상했는지 일찌감치전당대회장인 일산 킨텍스로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명이 찾아와 5·18 폄훼에 항의하고 ‘한국당을 해체하라’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김진태·김순례 제명을 주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 중대 범죄혐의자 황교안’이란 피켓을 들어 올리는 등 유력후보인 황 대표까지 겨냥하고 나섰는데, 이 해프닝은 도리어 당내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는지 이날 황 전 대표가 타 후보와 큰 차이로 당선되는 결과만 나왔고, 반대로 관심을 모았던 2위 싸움은 25923표를 얻은 김 후보에 비해 42653표를 얻은 오 전 시장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한편으로는 태극기부대가 ‘목소리 큰 소수’에 지나지 않아 과잉대표 됐었다는 일각의 지적을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했지만 김 의원과 함께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순례 의원의 경우 이날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직에 당선돼 1명만 선출되는 당 대표 선거 특성상 태극기부대마저 일단 오 전 시장에 유리해질 ‘친박 표심 분산’보다는 황 대표에 몰아주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표 결과를 살펴보면 오 전 시장의 경우 국민 여론조사에선 50.2%(20689표)로 과반 득표하면서 황 대표(37.7%, 15527표)와 김 후보(12.1%, 4969표)를 합친 수준을 넘어버려 만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30%가 아니라 50%였다면 자칫 ‘황교안 대세론’까지 흔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70% 비중을 차지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선 황 전 총리가 53185표로 압도한 반면 오 전 시장(21963표)은 2위도 김 후보(20955표)를 1000여 표 정도로 겨우 제치고 오른 정도라 다른 당의 역투표도 작용할 여지가 큰 국민 여론조사에 힘입어 설령 당 대표에 당선됐다고 해도 당내 지지층이 극히 제한된 수준에 그치는 만큼 ‘당 통제’는 어려워지고 내홍만 가중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강력한’ 당권 쥐었지만 여전히 ‘신중한’ 황교안

27일 선출된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자유한국당 신임 지도부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27일 선출된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자유한국당 신임 지도부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그렇다 해도 보다 ‘극우적’ 후보로 비쳐진 김 후보가 아니라 중도개혁을 외치며 그 반대편에 선 오 전 시장이 2위를 차지한 점은 ‘친박 프레임’에 갇힐까봐 친박과 비박 어느 쪽에도 애매한 입장을 유지해온 황 대표에게 적잖은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 외엔 대선후보로서의 확장성도 염두에 둔 만큼 친박 측에 경도된 발언을 일절 내놓은 적이 없었는데,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압승을 계기로 보다 친박 색채가 짙은 방향으로 당을 이끌 것인지 표면적으로나마 오 전 시장이 2위한 결과를 감안해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등을 추진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합산 투표서 50% 득표율을 기록한데다 단일지도체제이고 임기 중 총선 공천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과거 ‘강한 대표’를 모토로 한 홍준표 전 대표처럼 황 대표 뜻에 따라 당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인데, 일단 정치초년생인 그는 이날 당 대표 수락 회견에서 “기본적으로 당내 통합이 중요하다”고 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고 이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매진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이밖에 당 대표 취임하자마자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5·18 폄훼 의원 징계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취합해 잘 처리하려고 한다”고 답했으며 조직 정비 복안 역시 “당내 의견을 충분히 잘 수용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원론적 차원의 답변만 내놓는 등 내내 즉답을 피했다.

다만 보수통합과 관련해 황 대표는 “계파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우선 그것으로 시작해서 우리 당이 튼튼하게 바닥을 다지고 외형을 넓혀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우리 당 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재들이 많다. 이분들과 함께 우리 당의 영역 확산이랄까, 또 중도 통합이라든지 다 같이 이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우선 당대당 통합 같은 형태의 정계개편 시도보다는 자당 내부를 중심으로 확장시키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나마 황 대표가 이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명확히 밝히면서 최우선순위로 꼽은 부분은 ‘현 정권과의 투쟁’이었는데, “이 단상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문재인 정부 폭정에 맞서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할 것”이라며 “정책정당, 민생정당, 미래정당으로 한국당을 과감하게 바꿔나가겠다.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선포했다.

원외 출신에 정치 초년생이지만 ‘강한 야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황 대표가 어떤 식으로 정부여당과 맞서 나가며 현재 5·18 논란 이후 여권으로 넘어간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것인지 그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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