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 목표
풋옵션 포함해 FI들과 2012년 체결한 SHA가 발목
기업공개도, 풋옵션도 결국은 자본 확충이 문제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교보생명이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고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 행사와 관련해 진통을 겪고 있다.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고 손해배상 중재소송을 신청하겠다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FI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는 강경대응 입장과 FI들에게 중재 신청을 보류해달라고 협상을 제안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상장을 위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신 회장과 교보생명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기업공개 위해 한발 한발 내딛는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11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IPO 추진을 결의하고 주관사를 추가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상장 배경이라고 밝혔다. IPO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잠정 결정됐다.

교보생명의 보험금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92.0%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10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라 적게는 2조원에서 최대 5조원의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어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8월 대표 주관사로 크레딧스위스와 NH투자증권을 IPO주관사로 선정했으며 미래에셋대우증권, 시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 국내외 대형증권사 3곳을 주관사로 추가 선정했다.

또 내달 중 해외 기업설명회(IR)을 추진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IR은 상장사가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로 글로벌 투자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교보생명은 이전에도 해외 IR 담당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르면 4~5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으로 이르면 6월쯤 해외 IR 추진 및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 FI "약속 지키라“며 풋옵션 행사 강행 의지 내비쳐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어피니티( 9.05%)·IMM(5.23%)·베어링(5.23%)·싱가포르투자청(4.50%) 등 FI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들은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에게 해당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이때 내걸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기업공개(IPO) 결정은 계속 늦어졌다. 이에 지난 10월 교보생명의 사외이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포함한 IMMPE, 베어링PEA 등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 행사를 통보한 바 있다.

FI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교보생명의 IPO로 인한 자금회수보다 풋옵션 행사로 인한 자금회수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풋옵션은 신 회장 개인에게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IPO를 결정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논리가 숨어있다.

당시 FI들은 “교보생명이 (이제서야) IPO 카드를 꺼내는 것은 풋옵션 행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FI들은 주당 40만9000원, 총 2조123억원을 돌려달라며 풋옵션을 요구하고 있다. FI들이 당시 사들였던 금액(주당 24만5000원, 총 1억2054억원)보다 80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뉴시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뉴시스

현재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이고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39.4%다.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46.7%에 달한다. IPO로 신주가 발행되면 이 지분은 다소 희석되겠지만 우리사주조합과 우호적 투자자 지분을 더하면 신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상사중재원의 중재가 내려지면 신 회장이 FI들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넘기거나 압류당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FI들의 지분을 묶어놓음으로써 이들을 사실상 우호지분으로 활용한 셈이기 때문에 지체 이자+α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 법정 다툼보다는 협상이 우선돼야

FI들이 신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신청을 하기로 하자 신 회장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맺은 주주 간 계약 무효소송이나 안진회계법인의 풋옵션 자의적 가격 산정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FI 측 대표 격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박영택 회장을 만나 손해배상국제중재 소송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동시에 제3의 투자자를 찾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시작되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양측 모두 결과를 자신하기 힘들고 소송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협상을 통해 신 회장은 시간을 벌고, FI들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금액이 쟁점이다. FI들은 주당 40만9000원, 총 2조123억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보생명은 상장 공모가를 주당 20만원 선으로 예상하고 있어 그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또 앞서 상장한 생보사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과 FI 간 법적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IPO는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FI들이 중재를 신청하면 주주 간 분쟁사유로 인정돼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FI들도 신 회장을 몰아세우고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거나 그 금액이 떨어질 수도 있을뿐더러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

양측의 법정 공방보다는 협상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협상에 한 달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의 명암이 이 협상에 달려있다. FI들도 투자금을 회수하고 교보생명도 무사히 기업공개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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