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호남석유화학에 올인 '이 정도면 대박'

그동안 롯데그룹을 대표하던 양대산맥은 롯데쇼핑과 롯데리아. 즉 유통과 먹거리 중심의 사업으로 세인에게 각인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롯데는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다각화'를 향한 힘찬 의욕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통전문기업'으로 알려진 롯데그룹.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으로부터 '다각화'의 야심 찬 기운이 엿보인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의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중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는 것. "그룹의 주력 축이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 6월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매출규모가 1조4천억원 안팎이던 호남석유화학은 2003년 1월 LG화학과 함께 매출규모 2조3천억원인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매출규모 1조1천억원인 KP케미칼의 인수를 적극 추진중이다. 호남석유화학이 예정대로 올해 10월까지 현대유화를 LG화학과 분할인수하고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P케미칼까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매출규모 3조6천억원이 넘는 가히 매머드급의 석유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 경우 호남석유화학은 매출규모 5조6천억원으로 업계 1위인 LG화학의 뒤를 이어 확고부동한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정통 석유화학 부문만 따질 경우 3조2천억원 규모인 LG화학을 제치고 업계 1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 같은 매출규모는 36개에 달하는 롯데그룹 계열사중 매출 1위인 롯데백화점(7조3천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 작년 총 매출이 17조4천억원을 기록한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관광업종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60%에 달해 명실공히 유통전문기업으로 불리고 있으나 최근 호남석유화학의 공격적 M&A로 인해 "그룹의 주력 축이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롯데는 특히 최근 신격호 회장의 2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을 호남석유화학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신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여천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석유화학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통을 주력으로 하던 롯데그룹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석유화학 부문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통과 석유화학이 롯데그룹을 이끌어가는 양대 축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KP케미칼 인수 협상시한 연기 통보받은 롯데 하지만, 롯데그룹의 다각화를 향한 야심은 만만치 않은 벽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6월 1일 호남석유화학은 KP케미칼 채권단으로부터 KP케미칼 인수관련 협상시한 연기를 통보받은 것. 지난 5월31일 우리은행 등 5개 대형 KP케미칼 채권단금융기관은 운영회의를 열고 KP케미칼 매각대금 등 결론을 낼 예정이었으나 채권단 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시한을 연기하게 됐다. 호남석유화학에 따르면 KP케미칼 매각 작업에 있어 이 회사의 자회사 KP켐텍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채권단은 희망하고 있으나 호남석유화학은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사업구조상 화섬업체인 KP켐텍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민주노동당이 KP케미칼 매각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채권단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은 "KP케미칼이 최근 실적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워크아웃 졸업조건을 맞췄다"며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석유화학을 통한 롯데그룹의 중화학사업 강화 전략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KP케미칼의 폴리에스테르 공장이 있는 중국 칭다오에 25% 지분을 출자해 300어원 규모의 제품 판매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롯데1번가' 둘러싸고 입점 업체와 마찰 롯데그룹의 어려움은 이것뿐이 아니다.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1번가 조성 사업이, 공사 지연으로 오픈일이 연기되며 입점 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1번가 조성 사업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과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상가를 새롭게 꾸미는 사업으로 이곳에 패밀리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등이 입점하는 푸드존으로 롯데그룹 차원의 프로젝트. 롯데1번가는 소유는 롯데호텔이며 운영은 롯데백화점 측에서 맡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공사에 돌입, 이곳에 입점해 있는 은행, 양복점, 레스토랑 등의 문을 닫고 공사를 해왔다. 그러나 롯데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공사를 끝내 4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오픈일이 연기돼 입점 업체들의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실제 롯데호텔은 롯데1번가 600여평 규모의 푸드존에 독일식 정통 소시지 테이크아웃점 '운더바 한스(Wunderbar Hans)'를 6월 4일 오픈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부터 홈페이지를 비롯, 고객 및 언론에 알렸으나 공사지연으로 오픈일을 연기하는 등 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또 풀무원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ECMD의 레스토랑인 '엔즐'도 롯데1번가 푸드코트에 입점, 역시 6월 4일에 오픈 할 계획이었으나 오픈일이 연기돼 영업 손실을 입게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측에서 지난달 31일에야 전화로 오픈 일이 연기됐다고 통보했다"면서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픈일을 못박은 적이 없다"며 "입점업체들과 오픈일을 놓고 사전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6월 3일, 롯데마트는 고속철도 서울역사에 33호점인 서울역점을 연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할인점으로는 처음 고속철도 역사에 들어선 것. 지상 2층 매장은 식품과 생활용품을 취급하고, 3층 매장은 가전, 의류, 잡화 등으로 꾸며진다. 롯데마트는 개점 기념으로 6월 13일까지 할인판매 행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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