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앞둔 한국당, ‘당심과 민심은 별개’ 염두…민주당, ‘프레임 사로잡힌 친문의 오만’

5.18 파문을 촉발시킨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좌)과 20대 비하로 구설에 오른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5.18 파문을 촉발시킨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좌)과 20대 비하로 구설에 오른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일부 의원들이 ‘5·18 폄훼’ 발언으로 자충수를 두더니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의원이 소위 ‘20대 폄훼’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양당 모두 ‘설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한국당 ‘5·18 폄훼’ 논란, 당 ‘우경화’ 재편 노린 김진태의 승부수?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으로 인해 불거진 5·18 망언 논란은 아직도 정치권에 그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근 전당대회에서 태극기부대 등 강성 세력의 목소리가 이전과 달리 다소 잦아들면서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지난 23일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청계광장 등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 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난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과 손잡고 5.18 왜곡 처벌법을 공동발의한 데 그치지 않고 24일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 등 전국 15개 시·도지사들이 국회를 찾아 한국당 의원들의 5·18 발언을 규탄하는 등 당 밖에서의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까지 두 차례나 5.18 관련 입장을 밝힐 만큼 정부여당에선 김태우·신재민 폭로와 손혜원·서영교 파문 등으로 그간 계속 압박받아왔던 국면을 전환시키고 다시 한국당을 몰아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데, 여러모로 한국당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몇몇 의원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를 초청한 국회 공청회를 공동 개최한 두 의원 중 김진태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일단 ‘징계 유예’를 받는 선에 그친데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본인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태극기부대 등 강성 우파 세력의 ‘얼굴’로까지 주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2일 3일간 전국 성인 1만3790명 중 한국당 지지층 710명에게 당 대표 선호도를 질문한 결과, ‘대세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이어 오 전 시장이 아니라 김 의원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1위가 60.7%인데 비해 김 의원은 17.3%를 얻는 데 그쳐 그 격차는 상당하다지만 당초 표심 확장성이 없다시피 한 ‘극우’ 색채의 김 의원이 줄곧 확장성을 강조해온 오 전 시장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점 자체는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5·18 망언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셈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동안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당 대표 선호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3.1%P,)에선 오 전 시장이 37%로 1위였고 김 후보는 고작 7%로 3위를 했다는 데 비추어 전반적인 국민 여론(민심)과 당 지지층 여론(당심)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 또한 김 의원에 향해 비판이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왜 당권경쟁 과정에서 그가 자신 있게 ‘태풍론’을 외칠 수 있는 것인지 명확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우려했는지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25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놓는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극기부대를 겨냥 “절대 이 당의 주류가 될 수 없다. 한국당이 과거에 보였던 극단적인 우경화 모습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자신감에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에서 ‘조용히 하라’고 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거듭 “물이 흘러도 굽이굽이 흐른다. 한번씩 굽이친다고 해서 그 물이 다른 데로 가는 거 아니다”라며 “결국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람의 자율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갈 것으로 본다. 시대가 우경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 민주당의 ‘20대 폄훼’ 논란, ‘문 대통령 옹위’ 나선 친문의 무리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당내 일각의 20대 비하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 기자단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당내 일각의 20대 비하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 기자단

이렇듯 한국당 일각에서 촉발시킨 ‘망언 논란’은 그 역풍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당 밖 여론보다는 당 내부 상황을 보다 염두에 뒀기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일으킨 ‘20대 폄훼 망언’ 논란 역시 대체로 민심보다 문 대통령을 의식해 벌어진 사건으로 풀이되고 있다.

발단은 설훈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20대 남성층에서 여성보다 더 낮은 이유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분(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고 발언한 데에서 비롯됐는데, 최악의 청년 실업률로 정부여당에 대한 20대의 시선이 곱지 못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20대 남성들은 물론 야권까지 크게 들끓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2월 3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선 20대의 평가는 긍정 41%, 부정 45%로 긍정이 부정에 4%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전 조사와 비교해 봐도 20대 평가는 긍정이 10%p 떨어진 데 반해 부정평가는 8%p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마치 1년 전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남북단일팀 구성 문제와 비트코인 규제 정책으로 20대 지지율이 급락했던 상황이 오버랩 될 만큼 https 차단으로 인한 인터넷 검열 강화 논란, 여성가족부의 아이돌 외모 지침 등 20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이 정부에서 줄줄이 나오고 있는 상황도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청년 민심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 역시 격앙된 20대 여론에 부응해 설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는데, 한국당은 22일 장능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설 최고위원은 본인 잘못을 즉각 인정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24일엔 이양수 원내대변인까지 “20대 비하 망언을 했다. 민주당은 설 최고위원에 대해 제명을 포함한 응분의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기자간담회에서 설 최고위원을 꼬집어 “안 되면 전 정권 탓이고 잘 되면 이 정권 덕인가”라며 “20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정책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에선 하태경 의원이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설 최고위원에 ‘꼰대 망언’이라고 꼬집었고, 민주평화당마저 문정선 대변인 논평으로 “설훈은 20대를 향한 막말로 설화를 자초하고, 7선의 이해찬 당 대표는 한가롭게 20년 집권놀이나 하고 있다. 민주당이 믿는 것은 5·18 망언과 같이 수시로 터지는 한국당 자살골 뿐”이라고 여당에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여론의 뭇매와 더불어 정치권의 성토까지 계속되자 설 최고위원도 입장문을 통해 “발언의 의도와 사실을 보면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적하는 게 아니라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인의 한 측면에서 교육-환경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고, 20대 청년들에게 사실이 아닌 일로 자극하고 갈등을 초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에둘러 사과 의사를 밝혔다.

설훈 최고위원과 함께 또 다른 20대 비하 망언 의혹을 받고 있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사진)은 사과 입장을 표한 자당 원내대표의 결정에 불복하고, 오히려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말린 것이라 항변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설훈 최고위원과 함께 또 다른 20대 비하 망언 의혹을 받고 있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사진)은 사과 입장을 표한 자당 원내대표의 결정에 불복하고, 오히려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말린 것이라 항변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같은 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역시 설 최고위원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다시금 불 붙었는데,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홍 대변인은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한층 확산됐다.

사태가 진화되기는커녕 자칫 5·18 망언 논란으로 간신히 쥐게 됐던 정국 주도권까지 도로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급기야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직접 수습에 들어갔는데, 이해찬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3·1혁명을 이끈 자유민주청년정신은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왔다. 위대한 힘은 청년정신에 있다”고 청년층을 부각시켰으며 홍영표 원내대표는 아예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됐다.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문제의 발언을 했었던 홍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원내대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홍 원내대표가 제 발언의 취지를 모르고 하신 말씀”이라고 이견을 드러낸 데 이어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서도 이전 정권에서의 교육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언론과 야당 측의 허무맹랑한 정치공세에 강력한 유감”이라고 도리어 맞불을 놔 이번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면에서 일각에선 한국당에선 일부 친박이, 민주당에선 일부 친문이 여론은 도외시한 채 ‘이념적 프레임’에만 사로잡히다 보니 이런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는데, 상대 당의 설화조차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아 양당 역시 공세에만 매몰되면서 현재 국회 정상화도 계속 지연되고 있어 결국 설화 논란을 자초하는 이러한 배경 역시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역설적으로 굳게 믿고 있기 비아냥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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