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세력화 바람몰이 부추겨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희상 의원 간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문 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은 초.재선 의원들의 세력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천-문의 난기류는 지난 2일 천 대표가 문 의원을 겨냥 “문 특보는 ‘문창구’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준하는 분으로 대우하면 된다”고 발언한 데서 노출됐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지명한 분이 아니고 그야말로 청와대에서 열어놓은 창구"라면서 "정무수석제도가 없어지고 청와대에서 지명한 당과의 연락기구"라고 문 특보의 위상을 규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천 대표의 발언은 최근 `김혁규 총리 지명설' 관련 파동을 거치면서 그에 대해 `제2수석당원', `총독' 등의 당내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내심 문 특보의 역할을 당.청간 창구로 한정시키려는 속내로도 해석됐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내 자리는 원내대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자리가 아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 의원은 "정치특보는 당직이 아닌 대통령한테 임명받은 자리로 원내대표가 왈가왈부할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정무수석은 발(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같이 움직일만한 사람이 없다"며 "원내대표가 나한테 정무수석 역할을 하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다"고도 말했다. 문 의원의 이런 반응은 `김혁규 총리카드'와 관련한 당내 파동과정에서 `제2수석당원' `총독' 등 자신에 대한 당내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천 대표가 직접 나서 자신의 역할을 `자의적'으로 규정한데 대한 반감으로도 읽혀진다. 김혁규 총리 지명설 옹호론이 화근 이와 관련 앞서 천 대표는 지난달 27일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국무총리 지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과 관련, "총리 인선은 청문회를 통해서 검증돼야 하고 국회의 검증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총리인선은)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인사청문회를 충실하게 한 후에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또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김혁규 불가론'에 대해 "인사문제이므로 내부적으로 논의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인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천 대표는 지난달 29일에는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지명 문제와 관련, "당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어 "대통령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당의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히고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인사문제이기 때문에 공개토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불필요한 분란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다음날 "김혁규 총리 문제는 여당 지도부의 시험대"라며 "총체적으로 책임질 일이 올 수도 있다"고 화근을 재촉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청간 공식 채널로 지명한바 있는 문 의원은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은 본질적으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대통령도 부담을 느낄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예전 같으면 이런 인사동의안 문제가 잘못될 경우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고 말하고 "지금 당내 유시민 의원 등도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며 인준안 부결시 조기전대 개최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다만 "누가 당 지도부를 인책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당정분리에 따라 당직 임명권도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김 전 지사가 문제가 된다면 청문회를 통해 혹독하게 도덕적이나 업무 능력으로 따지면 된다"며 "청문회를 열고 국회 의결 전에 의총을 열어 당론을 수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반대하는 사람은 20-30명 정도"라면서 "반대여론은 의총을 열어 다 걸러지게 되고, 부결될 경우 대통령과 여당이 입을 상처를 고려해 찬성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 `김혁규 반대론'를 조속히 차단하고 당 지도부에 소속의원들에 대한 압박용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당-청 공식 채널 당 지도부로 바꿔야 특히 김 전 지사의 총리지명 논란 와중에서 불거져 나온 당내 소장파들의 `당.청 채널 재검토' 주장 등 여권내 파열음을 조기에 진화하지 않을 경우 참여정부 2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당.청 채널 조기 공식화를 이끌어낸 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소장파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당.청간 시스템에 의한 협의였고, 이 요구를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이다. 당.청간 정무관계회의가 최근 김 전 지사 문제와 관련한 당내 논란 진화를 위해한 차례 소집됐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이같은 채널 설정만으로 당.청 관계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16년만의 여대야소, 탄핵폭풍 이후 노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예상되는 참여정부 2기, 여기에 세대교체로 상징되는 여권내 신 의회권력 엘리트의 급부상이 맞물려 있는 정국 상황에서 새로운 당.청 관계의 근본적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주요 현안에 대해 청와대가 지침을 주고 이에 당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구조라면 아무리 당총재와 대통령이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당정분리'는 아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힘은 다양한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이를 합의로 도출해 내는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문제를 놓고 "우리가 거수기냐"는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표출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청관계가 상명하복에 기초한 과거 권위정부 때의 일방통행식 관행이 아닌 합리적 파트너십, 다시 말해 수평적 협력관계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창구'로 통하는 문 의원의 `인준안 부결시 조기 전대 불가피' 발언에 대해 당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당정 분리는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질 것"이라며 "(청와대는) 당직 임명이나 공천에 한번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정무관계 회의도 과거 주례보고처럼 대통령이 당 총재로서 보고받는 시스템은 아니다"고 민주적 당 운영과 열린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한 문 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의원들 위에 군림한 적이 없다"면서 "청와대가 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김혁규 총리 지명을) 정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난달 전.현직 지도부 19명을 초청해 만찬을 한 자리에서 직접 총리 지명 문제를 설명했다"며 "천 대표는 `대통령 말의 의미를 몰랐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또 "지도부가 나서서 의견수렴을 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아 나만 독박을 썼다"며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한 뒤, 김 전 지사 총리 카드에 대해 "그대로 간다"고 못 박았고, 국회인준이 필요한 인사의 경우 당.청간 사전 협의를 하자는 소장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문 의원의 역할론에 반기를 들었던 천 대표도 이와 관련 당 의장과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이 참석하는 당.청협의채널과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 `격이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채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격을 따질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천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니라 행정관 하고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식적인 당청간 협의나 회동의 멤버십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문 의원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 당 의장, 원내대표, 정치특보 등 5명이 만나는 정무관계 회의를 주 1회 정례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총리 지명에 대해 당내 소장파 일각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 뒤, 노 대통령이 지난 29일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당과 협의해 지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난 후 처음 나온 당.청간 공식 대화 채널이 설치된 셈이다. 당.청은 정치적 채널 외에도 총리가 주재하는 고위 당정회의를 부활시키고, 청와대 정책실장-당 정책위원장간 상설채널도 마련했다. 고위 당정회의에는 당 의장, 원내대표, 정조위원장,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정책실장, 정부에서 관계 장관 등이 참석하며, 월례회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대통령은 청와대와 제정당 및 국회 관계가 청와대 정책실 위주로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향후 정책관련 당.정 조율은 청와대 정책실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여권이 이같이 다양한 당.청 채널을 복원키로 한 것은 과반 여당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도록 해야 한다는 당측의 요구를 청와대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천 대표는 최근 문 특보가 언급했던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역선거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데 현 시점은 통합을 거론할 시기가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 뿐 아니라 다른 정파와도 어차피 사안별로 정책이 같아서 공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그것은 자민련이나 민노당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자신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소장파 의원들을 만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장선 송영길 안영근 의원 등이 `오해가 다 풀렸기 때문에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며 "김현미 대변인도 그런 이야기(나에 대한 비판)가 안나왔다고 펄펄 뛰더라. 기자들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 특보와 천대표 간의 난기류는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세력화에 불을 붙이고 있어 당분간 당.청관계로 인한 천-문 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은 삭으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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