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 절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다. 엉터리 좌파 이념의 상징이며 민생 파탄의 주범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본질적으로 성장보단 분배 우선의 사회주의 정책임을 국민에게 이실직고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전형적인 불통과 오기, 독선의 정치이고 국민 앞에서 오기 부리면 그 결과는 비극으로 간다.”

지난해 9월 야당의 한 유명 정치인의 발언이다. 당시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기저기 악성 댓글을 달며 격하게 반응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은 전혀 없고 욕설과 험담이 대부분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2019년 2월22일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매우 착잡했다.

하나는 통계청이 발표한 사상 최악의 소득분배 뉴스다. 지난해 4분기에 소득 하위 20%의 가구당 평균소득이 1년 전보다 17.7%나 감소한 반면 상위 20% 가구는 10.4%나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발표였다. 언론들도 ‘저소득층 덮친 소득 대참사’ ‘ 소득성장 최악 역주행’ ‘저소득층 소득절망성장’ ‘민생 비상사태’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비율이 아니라 숫자로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소득 최하위 20%라면 400만 가구를 의미한다. 그 바로 위 계층인 하위 20~40%의 소득도 5%포인트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무려 800만 가구가 1년 전보다 가난해졌다. ‘성장보다 분배’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도대체 무슨 헛발질을 했기에 이런 ‘분배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을까.

통계청의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소식은 하위 20% 중 일자리 없는 무직 가구가 1년 새 12%포인트나 늘어나 56%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저소득층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영세사업자가 장사를 접으면서 심각한 고용 한파가 저소득층을 때린 것이다.

이러한 고용한파의 최대 요인으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2년 사이 29%나 올린 최저임금으로 인해 도소매 음식숙박 시설관리 등 최저임금에 민감한 3대 취약업종의 일자리가 1년 새 29만개나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정책실패 뒤에는 ‘최저임금도 가격’이라는 극히 평범한 사실을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사 먹을 때 가성비(가격대비성능 혹은 가격대비효용)를 따진다. 만 원짜리 물건이나 음식은 만원의 값어치를 해야 한다. 그보다 못한 물건은 사지 않는다. 가성비가 좋지 않은 음식도 외면받기 마련이고 그런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문을 닫는다.

임금도 가격이다. 지불한 임금만큼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될 때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시간당 6천 원 정도가 적당한 임금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7천 원 이상을 줘야한다고 강요하면 아예 사람을 뽑지 않는다. 그게 노동시장의 이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시간당 7530원(월 157만 3,770원)의 최저임금을 책정했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8,350원(월 174만 5,150원)이고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시간당 1만원에 달한다. 저소득층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 이분들의 생산성은 낮으므로 고용주로서는 높은 임금을 줘가며 고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게 고용축소로 나타나고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라는 대참사의 원인이 됐다.

정부도 통계청 발표에 얼마나 놀랐는지 21일 긴급장관회의를 가졌다. 그러면서 기껏 내놓은 말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하나마나한 소리였다. 하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MBC기자를 병문안하는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확고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악의 분배 참사가 발표된 날에도 대학 졸업식에서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고 말했다. 경제는 망가지는데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기본생활을 영위하는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는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대통령의 말과 생각이 말이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관련 장관들이 무슨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소득주도성장을 줄기차게 외치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재산이 취임 시점과 비교해 16개월 만에 11억 원이나 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보유한 아파트의 가격이 4억8천만 원이나 올랐고 예금도 무려 82억5천만 원에 달했다. 재산이 104억 원이나 되는 장하성 전 실장은 “(본인도) 16.4%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깜짝 놀랐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또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발언도 한 바 있다.

여기서 조그만 소식 하나. 오는 2월26일 오후 6시 고려대학교의 LG-POSCO 경영관에서 경영대 교수의 정년 퇴임식이 열린다. 이름에서 보듯이 LG와 포스코에서 기부한 돈으로 지은 건물임을 짐작케 한다. 이날 주인공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초청장에는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사랑과 열정으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과 함께 하신 장하성 교수님의 명예로운 정년 퇴임을 축하하고자 아래와 같이 정년 퇴임식을 시행할 예정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날 퇴임식에는 화환도 많이 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화환도 오지 않을까 여겨진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물을 밀어붙여 800만 가구의 소득을 감소시키는데 주역이 된 장하성 교수의 퇴임은 과연 얼마나 명예로울지 그리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야당 정치인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험담과 욕설을 퍼붓던 대깨문과 문빠들은 5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무슨 생각을 할까.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던 문재인 대통령, 장하성 전 실장과 청와대 참모들 그리고 친여 성향의 학자와 언론들은 분배 참사에 대해 무슨 말로 방어막을 칠까. 최소한의 반성을 하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게 인간적인 도리가 아닐까.

인터넷에는 지금 “대학생들이 대깨문 하다가 실제로 대가리가 깨지고 있다”라는 글이 마구 올라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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