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올스타 6회 연속 1위 이상민



3월 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는 2006-20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치러진다.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올스타전은 그 이름만으로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그 설레임의 주역으로 6년동안이나 변함 없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수가 이상민이다. 2001-2002시즌부터 팬투표로 선정된 올스타에서 그는 언제나 부동의 1위다. 올해도 총 13만2633표 중 5만296표를 얻어 ‘별중의 별’이 됐다. 01-02시즌 이전에 기자단 투표때부터 되짚어보면 이상민은 올스타에만 9년째 연속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 프로 농구계에 있어 변함 없는 최고의 스타다. 어느새 은퇴를 고려할만한 노장의 나이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오빠’로 불리우며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상민은 KBL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97-98, 98-99, 99-2000시즌 3년 연속 현대의 정규리그 1위 및 98-99, 99-2000시즌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 팀이 KCC로 바뀐 후에도 2003-2004, 2004-2005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했고, 2003-2004시즌에서는 팀이 우승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성실함과 승부근성의 결정체


이상민은 팀의 공헌과 더불어서 97-98, 98-99시즌 정규리그 MVP 2회, 2003-2004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 97-98, 98-99, 2001-2002, 2003-2004시즌 베스트5상 4회, 98-99시즌 어시스트상, 2000-20001시즌 스틸상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상을 휩쓸었다. 그의 활동사항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정도로 화려한 수상경력이다.


그의 화려한 경력과 달리 이상민은 말이 없고 쇼맨십도 없다. 화려하게 튀는 것과 달리 그는 수줍은듯한 외모에 조금은 가냘파 보이는 몸매를 보여준다. 목소리도 강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면들이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였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그의 말끔한 외모로 인하여 처음 농구판에 나타났을때부터 여성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세대 시절부터 우지원, 문경은과 더불어 오빠 부대를 농구판에 불러왔던 장본인이 바로 이상민이었다.


그러나 그의 팬들은 ‘이상민의 외모에 반해 그의 팬이 됐고, 그의 플레이를 보고 진정한 농구팬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의 진가는 외모가 아니라 코트 안에서의 실력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준다. 같은 편 선수가 슛하기 가장 좋은 위치로 찔러넣어주는 정확한 패스를 비롯한 팀을 조율하는 실력은 당연 최고다. 현란한 드리블 실력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낼뿐만 아니라 여유롭기까지 한 그의 플레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어시스트에 치중하는만큼 슛이 많지는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터뜨려주는 한방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안정되고 높은 집중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도 그를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가 이러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승부근성과 끝 없는 성실함때문이었다. 이상민은 플레이하는동안 한순간이라도 쉬엄 쉬엄 가려고 하지 않는다. 끝까지 파고들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런 저돌적인 플레이 때문에 늘 많은 파울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상민을 경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구대잔치시절부터 쌓아온 그의 승부근성은 오랜 세월과 함께 노련함과 풍부한 경험으로 성숙했고, 그 노련함은 경기중에 세련된 빛을 발하고 있다. 몇 해전부터 KCC에서 뛰면서 팀의 독특한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사실 그는 ‘전국구 스타’로 불린다. 홈경기뿐 아니라 원정경기에서도 언제나 이상민 팬은 풍성하다. 그래서 그가 나오는 경기는 언제나 많은 관객수를 자랑한다. 지방의 관객 동원이 어려운 팀들도 KCC와의 경기에서는 이상민 덕을 톡톡히 본다. 전국에 퍼져 있는 수많은 팬들, 더군다나 변함없는 충성을 보이는 두터운 팬들 때문에 이상민의 6회 연속 올스타 투표 1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민에게도 고민은 있다. 최근 프로농구의 국내 선수 세대교체가 원만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주를 이룬다. 팀의 핵심적인 공격루트로서 존재하는 국내 선수는 서장훈과 방성윤정도밖에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 보조에 만족하며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할 뿐이다. 외국인 선수들에 의해 좌우되는 현 프로농구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렇다 할 신세대 스타를 찾기도 힘들다. 2001-2002시즌에 김승현이 이상민을 바짝 뒤쫓는 듯 했지만 갈수록 힘을 잃었다. 올해는 올스타 선정에서 베스트5에도 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들중에도 5년차 이하의 젊은 선수는 두세명 정도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사라지질 않는다. 현재 인기 있는 스타들 대부분이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인기를 모아왔던 스타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대부분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조만간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스타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프로농구의 인기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편에는 이상민이 6년 연속 올스타 선정 1위를 차지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스타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황이 뭐 그리 대단할 것 있냐는 것이다. 이는 한국 농구가 정체되고 있으며 노장들에 의해 겨우 겨우 연명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판단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이상민의 노력은 이런 상황이기에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를 잃고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속에서 굳건히 최고의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이상민의 모습은 국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 KBL의 ‘성적우선주위’에만 치우친 운영이 가장 큰 이유라 하더라도 선수 개인 개인이 자신의 자리에서 한방울이라도 더 땀을 흘리는 것이 우리 농구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영원한 스타의 고민과 노력



올해 이상민이 속한 KCC의 성적은 좋지 않다. 더군다나 이상민도 잦은 부상과 세월의 무게로 인해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구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시 태어나도 농구 선수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상민인만큼 그 역시 뒤이을 스타가 없는 상황속에서 안타깝게 선수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의 컨디션과 팀의 회복을 원하는 것 이상으로 이상민 역시 한국 농구를 대표할만한 걸출한 스타들이 속히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