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종사한 베테랑 A씨, 설 연휴 중 극단적인 선택
함께 근무하던 동료 청원으로 드러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비씨카드의 차세대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개발자가 과도한 업무와 무리한 일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BC카드 IT 개발자의 죽음”이라는 청원글에 따르면 비씨카드에 재재하청으로 IT 프로젝트에 투입된 A씨가 설 연휴 중 자살했다. 관련업계에서 30여년 동안 종사했던 A씨는 업무능력은 물론 리더십도 출중한 인물이었지만 처참한 현실 앞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본인도 동업무를 20년 이상 수행했고 수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다”며 "난이도와 상관없이 일주일에 채워야 하는 개수가 정해져있고 개인별 실적을 일일이 공개한다.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일에 매진해도 그 실적을 채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무가 과도하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기업의 이윤이 우리 목숨보다 소중한가”라고 물으며 “기업의 이윤은 우리의 피, 땀, 눈물”이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청원인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발주사의 갑질도 팽배하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무리한 수정 요청과 실적을 체크하는 그들의 무시와 압박은 모멸감을 가지게 한다”며 “이견은 의견을 조율한 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받으면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일하기를 바라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앞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실패했고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IT 개발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무조건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우리는 열악한 개발자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존경스러운 부모이며, 믿음직스러운 형제자매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소중한 목숨까지 버린 그분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개인의 나약한 일탈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애원하며 IT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동참할 것을 부탁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재 노무법인과 법무법인 통해서 객관적인 사실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IT 개발자가 업무 중 숨진 채로 발견돼 IT 개발자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지금 비슷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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