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채권단 갈등 심각해질수도...

2002년 초 하이닉스는 박종섭 대표이사 사장과 박상호 사장 체제에서 박종섭 사장이 물러나면서 후임 공동대표를 맡을 CEO를 물색했지만 아무도 침몰하는 하이닉스 호의 승선하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침몰 직전의 하이닉스 호에 뛰어든 사람은 다름아닌 우의제 현 하이닉스 사장이다. 당시 그는 하이닉스 사외외사를 맡고 있었다. 여러차례 거절 끝에 쉽지 않은 선택을 내렸다며 우사장은 이렇게 술회했다. “아무도 사장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했고, 나 역시 또한 여러 차례 고사를 했었다. 결국 맡기는 했지만 당시 결정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선장은 누구(?)

▲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그 후 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기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도 자그마치 30%대를 기록했다. 불과 5년전 워크아웃을 거쳐야 했던 기업이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우 전 사장이 금융전문가로서 IMF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는 하이닉스를 안정적인 기반위로 올려놓은 후 뜻밖의 용퇴를 했다. 본인 스스로 후배를 위해 길을 터 주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외압설과 채권단의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기존 경영체제에 변화를 주겠다는 채권단의 입장과 이천공장증설문제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진단한다. 여기에다 하이닉스를 더 좋은 값에 매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새로운 CEO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 대주주인 출자전환주식관리협의회는 지난 16일에 헤드헌트사가 추천한 10명의 후보중 5명의 후보를 선정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 오계환 u-IT 클러스터 추진센터 소장, 오춘식 하이닉스 부사장, 최진석 하이닉스 전무 등이 그들이다. 하이닉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의견과 이견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라고 밝히며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지나친 언론의 관심에 대해 불편한 심기도 나타냈다.

반도체에 대한 전문성으로 평가할 때에는 진대제 전 장관이 단연 으뜸이다. 진 전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오늘의 하이닉스가 있게 한 임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하이닉스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가기 위해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진대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이닉스 사장선임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 한편, 하이닉스의 현안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 등을 제시하고, 자신이 적합한 인물 중 한 사람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하이닉스 사장이 되는 부분에 대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질문에 진 전 장관은 "삼성은 삼성이고, 나는 나다. 삼성에 매여 있을 이유가 없으며 삼성과는 별 상관없는 문제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현대전자에서 태동한 하이닉스는,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CEO 출신이며 관료 출신인 진 전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진 전 장관이 사장이 될 경우 하이닉스는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산자부 정책국장과 특허청장, 산자부 제 1 차관등을 역임했다. 김 전차관은 반도체등 전자산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특히 관료경험을 살려 정부와 교섭이 필요한 현안들을 원만히 해결할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외부에서 사장을 데려오는 것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또한 관료출신이 차기 사장이 될 경우 낙하산 인사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점이 김 전 차관을 비롯하여 진 전 장관에게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인력 등용(?)

▲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

내부인사로 떠오르는 사람은 오춘식 하이닉스 부사장과 최진석 전무이다.

오춘식 부사장은 현재 기술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256메가 D램을 불루칩 개발을 주도하고 최고관리임원을 지내는 등 기술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하이닉스 노조는 “과거 현대전자의 실패한 경영자는 다시 우리의 앞날을 막으려 하지 말라”며 오춘식 부사장에 대해서도 불가론을 펼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최진석 전무가 다크호스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최진석 전무는 지난 2002년 삼성에서 영입한 인재로 2001년 삼성전자 근무 당시 차세대 반도체 핵심공정 개발 공로로 두 단계나 발탁승진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하이닉스 사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 노동조합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외부인사 불가론을 담은 성명서를 내더니 20일에는 5개 항목의 성명서를 내고 내부인사 검증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실패한 역사를 우린 다시 원하지 않는다.▶누구나 다 부활의 주역은 아니다. ▶순간의 실패는 영원한 낙오다. ▶이제 오로지 노사화합 뿐이다.▶주식 가치 향상 이라는 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노조는 “퇴직한 지 10년이 훨씬 넘은 옛 임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현대전자의 실패한 경영자는 이제 다시 우리의 앞날을 막으려 하지 말라”며 특정 인물을 겨냥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부임원 외의 다른 임원이 올 경우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 오춘식 하이닉스 부사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해야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2위, 14분기 연속 흑자 행진 등 하이닉스의 실적을 눈부시다. 채권금융기관의 지분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있기는 하지만 하이닉스 사장의 무게를 생각할 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는 사장인선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하이닉스 노조, 경영진, 채권단의 갈등과 주도권 싸움으로 번져 하이닉스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마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시설투자를 비롯해 해결할 난제가 많이 있다. 사장인선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이닉스 사장자리는 어떠한 직ㆍ간접인 압력이 행사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회생은 임직원들의 엄청난 노력과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하며 하이닉스를 잘 맡아 이끌어 갈 사람이 하이닉스의 새로운 선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이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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