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 맞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가정폭력 사건은 가해자가 남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남편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내에게 16년여간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던 L씨(49)는 최근에야 이혼소송에서 승소, 지긋지긋한 가정폭력의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이씨는 남매를 키우며 겉으로 보기엔 아내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생활을 했지만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결혼 초부터 거친 성격의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내성적인 이씨를 꼬집거나 구타해 이씨의 몸은 온통 멍자국이 날 정도였다는 것. 특히 이씨가 직장에서 퇴직하자 아내는 퇴직금을 가로채기 위해 이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집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30대 중반 직장인 K씨. 아내 P씨가 집어던진 집기에 맞아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은 그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재산 전부를 내놓으라고 요구, 어려움을 겪고 있다. K씨는 몇년전 전처의 외도로 이혼 후 P씨와 재혼했다. 재혼 당시만해도 전처 소생의 아이를 1년 후 키우겠다는 약속을 받았건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처 소생의 아이는 어머니가 집 인근에서 따로 살면서 키우는데, 이들과 인연을 끊을 것을 강요했다. K씨와 함께 사는 집도 자신의 명의로 한 P씨는 이혼할 경우 시어머니가 사는 집 전세금까지 달라고 요구. K씨가 말을 듣지 않자 'P가 이혼해주지 않는다'고 회사 간부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창피해서 회사도 못나가고 집도 나왔다. K씨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성실한 편. 반면에 P씨는 직선적이고 다혈질 적이다. 하지만 K씨는 최근 16년간 구타당하다 이혼과 동시에 재산도 지급받게 된 앞의 L씨 사건에 용기를 얻어 이혼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 같은 남편 학대사건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어나다 지난해에서야 증가추세가 꺾였다. ‘매 맞는 남편’에 대한 신고는 1999년 167건,2000년 218건,2001년 347건으로 늘어나다 2002년에는 239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음을 감안한다면 실제 폭력에 시달리는 남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국 ‘남성의 전화’가 지난해 1년 동안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내에 의한 폭력을 호소한 사례가 1144건으로 전체 상담건수 2775건의 41.2%에 달했다.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칼에 베이거나 다리뼈가 골절돼 깁스를 한 채 찾아오는 남편도 있다”며 “매맞는 남성은 대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가정에는 충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남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여성들은 대외적으로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이지만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한 상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소장의 설명이다. 이소장은 “남편들 역시 ‘매맞는 아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 문제와 직장,사회적인 명예 등 때문에 문제 공개나 이혼을 주저한다”며 “특히 아내의 폭력을 신고하거나 주변에 알리면 오히려 ‘못난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에 문제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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