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희생자 ‘두 번 죽인’ 나 원내대표의 ‘다양한 해석’ 발언 구설

5·18민중항쟁구속자회와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관련 발표자 지만원씨와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5·18민중항쟁구속자회와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관련 발표자 지만원씨와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 씨가 참석한 5·18 공청회를 주최했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이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던 의원들에 대해 11일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진화하려고 나섰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난 9일 발언까지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이 의원의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나 ‘5·18 유공자란 이상한 괴물집단’이라고 표현한 김순례 의원의 발언이 이른바 ‘망언 파문’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하루 뒤 이를 수습하고자 나섰던 나경원 원내대표마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도리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나 원내대표는 10일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이미 정치권의 범주를 넘어서 5·18 관련 당사자들까지 항의차 광주에서 상경할 만큼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어설픈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 역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언은 망언일 뿐 역사 왜곡은 결코 다양한 해석이 될 수 없다”며 “일본이 일제 치하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할 때 우리는 망언이라고 부르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 원내대표를 직격했고, 야당인 정의당에서도 같은 날 정호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자의적 해석의 칼을 대면 역사왜곡이란 괴물이 탄생된다. 나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은 해석을 빙자해 5·18 망언을 두둔한 동조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주요지지기반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호남지역인 민주평화당은 한층 격앙된 어조로 나 원내대표를 질타했는데, 문정선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5·18의 역사는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 검증된 역사지만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해석 차이란 말로 감쌌다”며 “나 의원의 인식 수준은 학살 잔당들과 한 치 다를 바 없는 내란선동의 동조”라고 일갈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까지 11일 KBS라디오에 나와 “더 얄미운 건 나 원내대표”라며 “만약 3·1운동을 부인하고 ‘역사적 사실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JTBC에 출연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의 문제”라며 “역사적 해석이라고 보는 건 얼토당토않다”고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으며 5·18 당시 시민학생투쟁위원회 총위원장(시민군 대장)이었던 김종배 전 국회의원도 5·18 망언에 항의 농성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11일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600명이 투입됐다는 말에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사실 자체를 역사적으로 정리됐는데 (해석이) 다르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전 의원은 “전두환조차 북한군 개입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고 이순자도 그건 지만원이 한 이야기지 우리하고 관계없다고 했는데, 만약 5·18에 한 사람이라도 북한하고 관련된 사람이 있었으면 전두환이 가만있었겠느냐”라며 “내가 5·18 당시 장례위원장을 맡아 사망자를 시민들에게 전부 확인시킨 뒤 광주 상무관에 시신을 안치시켰는데 한 사람도 북한과 관련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전두환 물러가라’ 외치면서 ‘김일성은 오판 말라’ 이런 구호까지 같이 썼었는데 북한군이 일으킨 게릴라전이었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김영삼 대통령이 5·18을 민주화운동이라고 역사적 정리를 하면서 국가기념일로 지정까지 해줬고 망월동 묘지를 광주 5·18 국립묘지로 승격까지 시켜줬다. 그런데 그 후신인 한국당의 일부 의원들이 지만원 말을 듣고 5·18 광주항쟁이 북한 특수군의 게릴라전이라고 하나”라며 이미 김무성·서청원 등 한국당 의원들마저 당내 일부의 5·18 망언을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이 일로 인해 보수와 진보보다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정계가 재편될 수 있어 한국당으로선 큰 손실”이라며 “다시 군사쿠데타 세력들이 준동해 수구 보수화되면서 확장성이 떨어지고 한국당 내에서도 이 문제로 갈등이 있을 것이라 상당히 차기 정권 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5·18민주화운동 단체 회원 20여명은 직접 국회를 찾아 정론관에서 ‘5.18 망언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백승주, 이완영 의원 제명 및 지만원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 ’을 진행한 뒤 항의 차원에서 한국당 대표실 방문을 시도했으며 이들 외에도 여러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모레 대규모 상경 투쟁할 방침인 만큼 한국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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