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출마 철회 등 ‘반쪽 전대’ 불가피…5·18 파문엔 당내 ‘엇갈린’ 목소리 계속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모처럼 지지율 상승세를 탔던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 고수로 인한 후폭풍과 지만원 씨의 5·18 망언 파문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이 같은 논란을 수습하려 했지만 전대 문제에 대해선 대다수 당권주자들이, 5·18 발언 파문에 대해선 야권으로부터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자칫 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는 게 아닌지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후보들 vs 선관위, ‘보이콧’과 ‘사퇴’로 대치 끝에 洪 출마 철회까지

먼저 한국당 전당대회 개최일자를 놓고 몇몇 후보들과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6명의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 일정 고수에 대한 반발로 10일 전대 보이콧을 공식 선언하자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1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끝까지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하면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를 분명히 하듯 박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선거 때 우리 당 후보자가 사망했지만 선거 연장하자고 주장한 바도 없고 합의돼 있는 경쟁 일자를 유·불리에 의해서 연기하자,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당이 생기고 어느 정당도 전당대회를 연기한 적이 없다. 원칙이 중요한 것이지 둘이 나오든 하나가 나오든 한 사람도 안 한다 그러면 나는 그래서 전당대회 해야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전대 흥행을 위해 원칙까지 바꿔가며 황교안, 오세훈 두 후보한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더니 이제 와서 원칙을 운운한다는 홍준표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도 “나는 그 사람의 양식을 의심하는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내용을 알면서 그렇게 고집 피우는 것”이라며 “새롭게 사람을 영입하고 이럴 때는 당비를 내겠다고 하는 자동 지출서만 제출하면 책임 당원으로 간주하고 후보로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두 사람이나 그런 적이 있고 국회의원 때도 여러 번 있었다”고 곧바로 맞받아쳤다.

이 뿐 아니라 박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과 일자가 겹치면서 전대 흥행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1면 톱은 못 간다 할지라도 사이트 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언론에서 북미회담에 휩쓸려서 대한민국 제1야당의 전당대회를 보도 안 하겠나? 그건 아주 비겁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이처럼 선관위 입장이 분명한 가운데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선관위 측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는데,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미북정상회담 때문이라도 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인 27일에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라며 “우리끼리 한가하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박덕흠 비대위 위원의 경우 아예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를 보이콧한 후보들에 대해선 징계조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당에게 해를 입힌 것이다. 해당행위로 보고 윤리위에 제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선지 이날 선관위가 전당대회 일정 연기 여부 등을 논의하고자 연 것으로 보였던 전체회의에서도 정작 전대 일정을 재고하자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회의 직후 박 위원장을 통해 전해졌으며 특히 그는 자신의 아들 공천 여부와 연결시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선 “양아치 수준”이라고 원색적 비난까지 퍼부었다.

이토록 당에서 하나 같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자 결국 전대 보이콧을 천명한 후보들 중 홍준표 전 대표가 먼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전대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여 이번 전대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끝내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홍 전 대표가 전대 후보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그간 전대 연기를 주장해온 나머지 5명의 후보들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 중 안상수 의원이 같은 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후보 등록과 관련 “연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일단 저희들은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던 만큼 사실상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경쟁하는 ‘반쪽짜리’ 전당대회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당 일부서 나온 ‘5·18망언 파문’, 與에 구실 준 자충수?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5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고위원, 허영 최고위원 등이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발언과 관련 손피켓을 들고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57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고위원, 허영 최고위원 등이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발언과 관련 손피켓을 들고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 일정 문제 못지않게 당을 들쑤셔 놓은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바로 지만원씨의 ‘5·18 망언 파문’인데, 지씨가 지난 8일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북한군 5·18 개입설을 주장했을 뿐 아니라 이 의원 역시 “5·18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사실을 확인해가야 한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5·18에 대해 “사실을 근거로 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그냥 폭동이 민주화 운동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그 수위만큼이나 후폭풍도 엄청나 즉각 여당과 다른 야당들은 물론 당내 일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기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해당 발언과 관련한 논란을 진화하고자 가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가 도리어 역풍을 불러일으켰는데,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더 얄미운 건 나 원내대표가 ‘역사적 사실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하다가 반응이 나쁘니까 ‘5·18 희생자에 아픔을 줬다면 유감이다’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기류 속에서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방미 일정 중인 이해찬 대표까지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세에 나섰을 정도로 5·18 망언 파문에 총력을 쏟아 부었고, 바른미래당에서도 11일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설에 오른 의원들을 꼬집어 “국회의원이 역사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것을 국회와 국민 차원에서 놔둘 수 없다”고 경고했으며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팩트에 대한 문제인데 해석에 대한 문제란 건 5·18 특별법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면서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 역시 같은 날 장병완 원내대표가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징계 이전에 출당 등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사태를 한국당의 조직적·의도적 역사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모든 당력을 집중해 대처할 것”이라며 한국당 압박대열에 동참했는데, 이런 연장선상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4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12일 중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최고수준 징계인 ‘제명’까지 거론하며 한 목소리로 한국당을 몰아붙였는데, 의원 제명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원내 한국당 의석수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최근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한국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분위기에 제동은 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 한국당 내부 질타에도 김진태 “맨날 반성하니 지지 잃어” 응수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원내 6선 중진인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때문에 한국당 일각에서도 여당에 정국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는 이번 파문이 일어나게 만든 데 대해 질책하는 발언들이 나왔는데,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여야 4당이 3명의 한국당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하자 “우리 당 일이니 다른 당은 신경 써주지 않기 바란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서 비대위 회의에선 “어려운 시점에 ‘당에 부담을 주는 그러한 행위는 안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든다. 지지도가 좀 올라갔다고 해서 자만하고 긴장을 풀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논란 수습을 위해 5·18공청회 개최 경위 등 진상 파악에 나설 것을 김용태 사무총장에 주문했으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도 북한군의 5·18 개입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믿지 않고 당의 입장도 믿지 않는다는 쪽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지만원 선생을 5·18 위원으로 추천하지 않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단 김 위원장 뿐 아니라 당의 6선 중진인 김무성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최근 일어난 상황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하며 해당 의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마저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 퇴행적 급진 우경화 현상은 보수결집은커녕 보수 환멸을 조장하며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해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당권 행보 도중 한국당 제주도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일단 5·18 공청회 공동주최자이긴 했으나 그날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뒤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이번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성 필요성을 내비친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당이 여론 눈치 보면서 맨날 반성하고 징징거리기만 하니 지지를 잃고 있다”며 “이제는 강력하고 확실한 색깔을 가진 야당을 만들어 주사파 정권에 대항해 싸워야 할 때”라고 일갈했는데, 당 안팎의 비판에도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향후 어떤 식으로 이번 논란에 대응할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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