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회 일정·횟수 놓고 갑론을박…전대 연기나 후보 단일화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박관용 한국당 선거관리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박관용 한국당 선거관리위원장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초 오는 27일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일정을 놓고 여러 이유로 일부 후보들의 이의제기가 계속되면서 점차 당권 경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 황교안 외엔 ‘불만 가득’…잡음 끊이지 않는 경선 룰

전당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당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일부 후보들을 중심으로 경선 룰과 관련해 문제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앞서 책임당원 자격 여부를 놓고 한 차례 논란이 일면서 특정 후보를 향한 견제구가 쏟아진 데 이어 이번엔 TV토론회 횟수 등을 놓고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것 아니냐며 저마다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를 14일 대전에서 충청·호남권역, 18일 대구에서 대구·경북권역, 21일 부산에서 부산·울산·경남 및 제주권역, 22일 경기에서 수도권 연설회 등 총 4차례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으며 TV토론은 본 경선에서 2회 실시를 원칙으로 하되 방송사 협의에 따라 컷오프 시행 전 1회 추가 실시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 대해 원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당 대표 후보들이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는데, 당장 홍준표 전 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V토론 일정은 후보자 측 대리인과 합의 하에 정하는 것이 관례”라며 “투표 며칠 전까지 3회 이상 본선 TV토론을 마치도록 해야지 투표 당일 TV토론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 사상 한 번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전 대표는 당권 경쟁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의식한 듯 “당 선관위에서 정한 잠정적 TV토론 일정을 보니 특정후보를 위해 TV토론을 최소화해 검증 기회를 안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특정후보에 줄선 선관위에 관여하는 실무자급 국회의원의 작품이라고 들었다. 선거하지 말고 그냥 추대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선 “당 선관위에서 전대 일정을 모바일 투표 하는 날과 지역현장 투표하는 날, 이렇게 본선 TV토론을 두 번 한다고 잠정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후보자의 정견과 정책 검증, 신상 검증 없이 깜깜이 선거를 하라는 것”이라며 “TV토론은 적어도 4회 이상, 모바일 투표 이틀 전까지 실시해 국민과 당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후보의 정책, 인물검증을 피하기 위해 깜깜이 전대를 추진하는 것은 모처럼 호기를 맞은 당 지지율 상승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예 홍 전 대표는 같은 날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한 자리에선 당 선관위까지 겨냥 “선거 당일 날 선거 토론회를 하는 것은 어떤 경우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발표하면 안 되고 TV토론은 투표 전에 해야 한다”며 “어느 투표가 검증하지 않고 할 수 있나. 전당대회가 파행으로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선 “당원 연설회는 전당대회장에서 파이널로 하면 된다”며 “구시대 유물인 동원 연설회는 생략하고 부산·대구·대전·광주·경기·강원·인천·서울2회 등 바른미래당처럼 8회의 TV토론회를 제안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경선 중 TV토론회 관련 불만은 비단 홍 전 대표 뿐 아니라 또 다른 당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내비쳤는데,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북콘서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설 수가 늘어나기보다 어떤 형태로든 토론이 늘어나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정당은 충분한 검증 기회를 가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터넷도 있는데 방송사 사정으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적 추이에 맞지도 않고 퇴행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원내 출신 당 대표 후보군인 주호영, 정우택, 심재철, 안상수 등 4명의 의원들마저 6일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후보들과 룰 미팅 한 번 없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가. 토론회는커녕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합동연설회가 컷오프 뒤에 잡혀 있어 책임당원들은 말 한 마디도 못 듣고 컷오프 조사에 응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공정한 룰인가”라며 “토론회를 피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우리 당이 과거 독재시절보다 못한 당으로 퇴보했느냐”고 한 목소리로 당 선관위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후보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동보조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 같은 논란 속에 황 전 총리는 6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어느 언론에선 (내가) TV토론을 제한적으로 얘기했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싶으면 많이 하는 것이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반영해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선수가 경기규칙을 정해달라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선관위가 판단할 것”이라고 당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놔 다른 후보들과 대조를 이뤘다.

◆ 미북회담 일정과 중복 문제도 ‘도마’ 올라…전대 연기론 대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7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기존 일정에 따라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7일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기존 일정에 따라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오훈 기자

여기에 경선 룰 외에 전당대회 일정까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는데, 2차 미북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27일과 겹치면서 그간 컨벤션 효과를 노려왔었던 한국당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지난해 6·13지방선거 하루 전에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정상회담에 뒤덮여 선거 참패를 맞았던 경험 때문에 자칫 이번 사안이 김태우·신재민 폭로와 손혜원 투기 의혹, 김경수 지사 구속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궁지에 몰렸던 정부여당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6일 “당 사무처에 날짜 변경을 실무적으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며 “국민적 관심사이자 한국당의 전환점이 될 전당대회가 미북정상회담에 묻혀버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의 후보들도 당 선관위와 이견을 보이지 않은 채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홍 전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미뤄 지방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으며 당사에서 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 오 전 시장까지 이 자리에서 “전대가 최대한 국민 관심을 끌 형태로 진행돼야 하는데 소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보름 이상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대 연기론에 힘을 보탰다.

이밖에 김진태 의원은 6일 “전당대회는 1주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으며 안상수 의원 역시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전당대회를 1주일 내지 2주일 늦추자”고 밝혔고, 그와 함께 주호영, 정우택, 심재철 의원까지 7일 전당대회를 연기해달라는 일정조정 공문을 당 비대위와 선관위 앞으로 제출했다.

다만 당 지도부인 비대위 내부에선 일견 선관위와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인데,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안에선 연기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과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강한 주장이 있었다. 제 생각은 원칙적으로 전당대회 날짜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회담 이후에도 남북정상회담이나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지도부가 빨리 구성돼야 대응 등을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심지어 나경원 원내대표조차 6일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 간 유·불리도 있고 실질적으로 당 행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수순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미북회담과 관련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었는데, 당 선관위 부위원장인 김석기 의원마저 1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전대 일정 변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후보들의 주문과 달리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황 전 총리는 시점까지 특정하면서 전대 연기를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일단 “다 관계없다. 당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 방향과 같이 가면 되는 것”이라고만 입장을 내놔 이런 자세가 자신감의 반증인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판세 뒤흔들 ‘후보 단일화’ 변수, 성사 가능성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앞서 다른 당권주자들에게 후보 단일화 의사를 적극 타진한 바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앞서 다른 당권주자들에게 후보 단일화 의사를 적극 타진한 바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경선 룰이나 전대 연기 등 여러 변수에 있어서도 당의 결정만 따르겠다며 황 전 총리가 일견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데에는 최근 여야 통틀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라는 결과를 얻은 데 따른 영향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1∼25일까지 전국 성인 2515명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해 29일 발표한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17.1%로 여권의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보수야권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우엔 무려 31.9%를 기록하며 타 후보들과 압도적 격차를 나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당권 경쟁에 있어서도 일부 후보는 벌써부터 황 전 총리에 맞서기 위한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홍 전 대표의 경우 김문수 전 경기지사, 주호영 의원 등과 TK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선을 그은 바 있고, 오 전 시장마저 7일 출마 회견에서 홍 전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출마선언 단계에서 단일화는 전혀 생각한 바 없다”고 일축해 예상보다 순탄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지난달 30일 ‘애국세력 대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해 스스로 물러난 바 있고, 유력주자와 달리 군소후보들은 ‘당 대표 후보 4명’으로 정해놓은 컷오프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전히 단언할 수 없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 만큼 선거 막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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