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종전선언’ 빅딜 성공하나…트럼프 발언에 기대감 상승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사실상 확정…북미 서로에게 ‘상징적’ 국가
北,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 채택하나…협상 끝내고 본격 경제발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이 비핵화 상응 조치에 대한 윤곽을 드러내면서 북한의 개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여러 언론의 관측대로 베트남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채택할 경제 모델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 높이는 美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모습. ⓒ청와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모습. ⓒ청와대

이번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이 갈등이 더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종전선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종전 협정이 실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미 간 상당 부분 공유,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청와대도 지난 1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미 간 협상에서 진척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어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각 3일 미 CBS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그도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합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을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고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경제적 번영’ 발언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 정부가 비핵화 이행과 대북 제재 완화 동시에 추진하는 상호주의 원칙 제시한다면 비핵화 협상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은 방식은 과거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 할 때 활용한 방안”이라며 “관련 당사국들이 수십억 달러 계좌 만들고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행할 때마다 이 계정에서 돈을 인출하도록 약속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따르면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 조율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이 있다는 것 짐작”한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도 지난달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때 비건 대표는 최종적 비핵화를 위해 전체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 범위 파악을 위한 ‘포괄적 신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하기만 한다면 미국은 북한 및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북 투자를 동원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을 탐색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당근책을 제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최대로 견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기존 협상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비핵화라는 빅딜에 합의하게 된다면 북한은 비핵화와 함께 대규모 개혁개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 어디서 열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 뉴시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2차 정상회담이 ‘2월 말 베트남’에서 열릴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 대부분이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간 제기됐던 ‘베트남 개최설’이 확실시 되고 있다. 회담 장소와 구체적인 개최 시기는 5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이나 그 직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CNN방송은 베트남 ‘다낭’이 유력하다고 1일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정부 관리자를 인용, “다낭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며 (지금) 마무리 단계다”라고 밝혔다.

◆‘왜’ 베트남일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북미정상회담 1차 개최지인 싱가포르는 북미 모두 우호적 외교관계를 맺어왔다. 싱가포르는 미국과는 1966년 외교관계를 수립, 현재 구글·에어비앤비 등 미국 주요 기업 지역본부 외에도 4200개에 달하는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북한으로써도 싱가포르는 우호 국가다. 북한 대사관이 있는 곳 중 하나로 1975년 외교관계를 수립해 2016년 대북제재 이전까지는 북한 주민들은 비자 없이 싱가포르를 입국할 정도로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평양~싱가포르 거리는 4700㎞로 김 위원장의 전용기로 운항이 가능하다. 이때에는 중국 비행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베트남과 1950년부터 수교를 맺은 이후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을 지원했으며 같은 사회주의 이념체제인지라 이른바 ‘형제국가’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역시 북한 대사관도 자리하고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 “올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베트남을 처음으로 방문하신 지 60돌이 되는 때”라고 선대에서부터 이어진 관계라는 점을 말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다.

미국 입장에서도 베트남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과거 미국과 전쟁을 치를 정도로 관계가 험악했지만 현재는 친미국가로 알려질 정도로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이 선정된 점은 ‘미국과의 수교 후 경제성장’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적대관계 청산 후 경제적 번영이라는 상징적 부분들을 보여주기 위해 베트남을 선정했을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하노이에서 미국-베트남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는 베트남이 이런 놀라운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지켜봤다”며 “우리는 협력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함께 밝은 미래를 만들기로 결정 한다면 미국은 그런 약속을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이러한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기회를 잡는 것은 당신 일이다”라며 “북한도 이러한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제 및 체제 안전 보장을 약속했다.

또 리 외무상은 지난해 베트남을 찾아 베트남 북부 산업단지 시찰을 하는 등 베트남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머이’(쇄신)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심지어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 모두 베트남을 ‘롤모델’로 가장 적합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김정은, 베트남 ‘도이모이’에 매력 느낀 이유

북한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 / 뉴시스]

베트남은 1986년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부문에서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하는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채택했다.

물론 베트남식 모델과 중국식 모델 둘 다 공산주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중앙정부 통제 하에 시장을 개방, 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차이점은 중국의 경우 막강한 화교 지본을 바탕으로 국내기업을 활성화 시킨 반면 민족 자본이 없었던 베트남은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투자유치법 제정과 법인세 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 도입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때문에 당의 영향력이 중국보다 더욱 강하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도이모이 정책 이후 베트남은 연 6~7%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외자유치는 베트남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1995년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및 2001년 미국-베트남 무역협정이 발효, 대미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베트남의 수출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중국처럼 민족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고도 성장을 이룩하면서도 ‘체제안전’이 유지되고 있는 베트남식 모델에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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