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판결 불복 이어 ‘법관 탄핵’ 추진 천명…野 ‘文 특검’ 주장까지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시사포커스DB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태우, 신재민 폭로사태는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서고, 뒤이어 터진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야권의 송언석·장제원 의원을 꼬집어 필사적으로 방어해왔던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19대 대선 당시 매크로 프로그램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드루킹 사건 공모 혐의로 법원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시키는 판결을 내리자 연이은 악재 끝에 궁지로 몰린 모양새다.

더구나 정부가 24조원대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치까지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김경수 구속 판결 소식이 나오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기대했던 지지율 반전도 사실상 무산된 데다 아예 야당은 이번 선고를 계기로 지난 대선 결과까지 재검증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어 벼랑 끝으로 몰린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혈로를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金 법정구속, 의외의 결과? 당혹감 못 감춘 黨靑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30일 열린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현직 도지사에게 법정 구속 판결을 내렸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며 이 같은 예상외의 결과에 당장 정치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그간 김 지사는 10월 29일 첫 공판부터 9차례 재판 동안 줄곧 드루킹과의 공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지만 재판부는 컴퓨터 전산 로그 내역과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근거로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는데, 이 같은 판결에 반발한 김 지사는 즉각 항소한 것은 물론 집권여당인 민주당까지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불복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물론 김 지사에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내 대권주자급 인물들이 이미 줄줄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지만 적어도 김 지사에 대해선 이전과 전혀 ‘결이 다른’ 반응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나오는 의미를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 전 지사의 경우 ‘미투’ 파문으로 인한 개인적 차원의 문제였던 데다 1심부터 무죄 선고가 나와 비록 도덕적 비난은 쏟아졌을지언정 정부여당에 대한 실질적 타격은 제한적 수준이었지만,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날선 경쟁을 벌인 안 전 지사와 달리 일찌감치 친문 적자로 꼽혀온 인사인데다 그가 공모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김 지사 신상 관련 이슈가 아닌, 대선 연관 사건이란 점에서 그 파장이 정부여당 전체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과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명 경기지사만 해도 여당 내 대선주자급 인물이지만 당내에서조차 엇갈린 반응이 나온 데 이어 이 지사의 ‘문준용(문 대통령 아들) 취업특혜’ 관련 발언이 나온 뒤엔 아예 당 지도부까지 직접 이 지사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인 반면 이번 김 지사 사례에 있어선 민주당이 초반부터 대책회의를 열고 적극 비호에 나선 데 이어 청와대에서도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참모들이 모여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져 대응에 있어서도 판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또 다른 대권후보군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서울교통공사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을 때 오히려 민주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야권과 합의한 데 이어 최근엔 박 시장의 광화문 광장 확장 공약 관련해 정부의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직접 제동을 걸고 있어 일각에선 김 지사에 대한 태도와 다른 반응이 나오는 데엔 결국 친문 대선후보와 비문 후보에 대한 온도차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 지사는 문 정권 초기부터 공식 직함이 없을 때도 상당기간 청와대로 출근한 바 있으며 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 때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할 만큼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혀왔는데, 문 대통령 또한 드루킹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13일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경남 창원을 찾아 경남지역 숙원사업인 남부내륙철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30일엔 이를 확정해 김 지사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김 지사에 유죄 판결이 나오자 청와대 역시 이에 연루될까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김의겸 대변인은 30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었다.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짧은 서면 반응만 내놓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 與, ‘金 구속 판결 = 사법농단 연장선’ 주장하나 여론은 싸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019년 1월 5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019년 1월 5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일단 사안 자체가 대선 관련 댓글조작 혐의인 만큼 자칫 대선 불복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기에 청와대 차원에선 가급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집권여당이나 지지자들 중심으로 우회적 대응을 하는 모양새인데, 판결 내용 자체보다 판결을 내린 판사에 공세를 집중해 정쟁화시키는 양상이다.

이를 증명하듯 민주당의 사법농단적폐청산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주민 의원은 김 지사에 법정구속 판결 내린 성창호 부장판사를 겨냥 3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사법농단 관여 사실이 적시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측근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으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사단이 조직적 저항을 벌이고 있다”고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확인하고자 김 지사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기했다는 주장마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데,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18조)에는 법관을 바꿔달라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어 민주당이나 김 지사가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데에 비추어 도리어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7년 1월21일 박근혜 정권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인물도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던 성 판사였기 때문인데, 이 때 민주당은 성 판사의 영장 발부 조치에 대해 기동민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한 결과”라며 지금과 달리 성 판사를 극찬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성 판사는 2018년 7월 20일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활비 수수혐의 사건의 1심을 맡아 박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 혐의로 징역 6년, 새누리당 공천 개입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등 총 8년을 선고한데다 당시에도 “인과응보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민주당은 입장을 내놨기에 이번 김 지사 판결에만 성 판사에 불복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래선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30일 전국 성인 1505명에게 조사해 31일 발표한 1월5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해 37.8%에 그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주 대비 1.8%P 상승한 28.5%를 기록하며 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당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대로 좁힌 것으로 나타났는데, 김 지사 구속 판결의 영향도 있었다는 점에서 당장 선고결과를 의심하는 민주당보단 구속에 호평을 보낸 야당에 여론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총공세 돌입한 野, 文 겨냥 ‘특검수사’ 주장까지

자유한국당이 3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3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에 야권의 대여 공세는 점점 거세져 민주당 뿐 아니라 이제 청와대까지 직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3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했다.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불법선거운동”이라며 “이번 판결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댓글조작에 대해 알고 계셨는지 이제 문 대통령께서 답해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의총에서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댓글조작의 몸통이자 최대수혜자가 문 대통령”이라며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이 가짜정권·강탈정권이라고 했는데, 문 정권이야말로 찬탈한 정권임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같은 당 여상규 의원은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지 않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니 수사 단서는 충분히 확보된 것”이라며 “재임 중 소추는 못하지만 수사는 할 수 있다는 학설이 있다. 선거법 위반을 임기 다 마치고 수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비단 이런 주장은 일부 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내달 전당대회에 나오는 한국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대정부여당 공세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 김진태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결국 지난 대선은 여론조작으로 치러졌으니 무효”라고 규정했으며 전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당 19대 대선 후보였던 저는 드루킹 일당이 관련된 부정선거의 직접 피해자”라며 “김 지사와 대선 캠프 간 관계, 당시 문 후보 지시 여부 등에 대한 추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에서도 31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댓글조작은 여론을 조작해 선거결과를 흔들어 놓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와 문 대통령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 등 야권의 압박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지 민주당은 사법 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면서 배수진까지 치고 나섰는데, 삼권분립 위배라는 지적엔 “헌법에 나와 있는 절차”라면서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처럼 극과 극으로 대응한 끝에 어떤 결과를 맞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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