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 아직도 생생해"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가 영정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뉴시스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가 영정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선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29일 여가부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에 따르면 고 김복동 할머니는 암으로 투병 중이신 가운데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셨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 전날 밤 운명을 달리했다. 이로서 한국에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3명으로 줄었다.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940년 만 14세의 나이로 끌려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 끌려 다니며 위안부로서의 험난한 고초를 겪었다.

또 1945년 해방이 된 이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군 병원에서 간호사로 위장돼 노동을 착취당하다가, ‘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 만인 1947년에 귀국했다.

이후 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아픈 기억을 숨기기보다 용기 있게 증언하고, 무력전쟁과 인권문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성폭력 문제를 알리고 지원하고자 인권운동 나섰다.

특히 할머니의 인권 활동은 각종 국제회의와 국내·외에서 이뤄진 증언을 시작으로 수많은 수요집회 참석, 나비기금 설립 등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됐으며 여성인권 피해 재발방지 노력이라는 국제 여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김 할머니의 별세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며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고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했다.

또 할머님 가시는 길에 예의를 다하기 여가부가 장례비를 지원한다. 더불어 진선미 장관은 “불과 이틀 전에 찾아 뵙고 손 잡아드린 김 할머님을 갑자기 떠나 보냈다는 슬픔에 비통한 마음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아픈 역사의 증인이자 인권운동가로서 활동하신 할머님의 뜻을 이어받아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 할머님들의 명예·존엄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 더욱 힘쓰겠으며, 전시 성폭력과 여성 인권문제에도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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