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 보유할 수 없어
인수 후보군, 패키지인수보다는 개별인수 좋아해
롯데캐피탈·카드·손보 “매각되더라도 회사 망하는 것 아냐” 살 길 모색

사진ⓒ롯데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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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찾았다. 매년 진행되는 통상적인 신년 인사라는 게 각 회사의 공식 입장이지만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진행된 만남이다보니 사전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손보와 카드는 당초 28일 예비입찰을 계획했으나 외국계 금융사가 인수 의사를 밝혀 30일로 늦춰졌다. 롯데캐피탈은 2월 중순에 별도로 예비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각 금융사의 매각 인수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 롯데지주, 금융사 매각 발표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말 손보·카드·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으며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설립 2년 이내에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팔아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또 매각대상에는 롯데지주가 소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25.64%,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11.81%, 롯데역사가 들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지분 7.10%, 롯데렌탈이 보유한 롯데오토리스 지분 100%가 있다.

매각 발표 당시 롯데는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고 지배구조 개편 및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특히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규모 계열사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진행하며 지배구조 개선작업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했고 계열사들 간의 지분거래를 통해 순환출자 문제와 행위제한요건을 해소했다.

롯데의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 한화그룹, K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롯데 금융 3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에 IM(Information Memorandum·기업상세소개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IM을 받은 후보들은 예비입찰 참여를 준비할 전망이다.

 

패키지인수보다는 역시 개별인수가

당초 롯데는 손보·카드·캐피탈 3개사를 한꺼번에 파는 ‘패키지 매각’을 선호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금융사를 개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각 사의 특징이 뚜렷한 만큼 개별 인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2014년 74억원, 2015년 888억원, 2016년 1054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3사 중 순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아 선호도도 높다. 할부·리스·대출 등 소매 분야에 강점이 있고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양수해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캐피탈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의무를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바뀌어도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인수 절차도 간편하고 수익성이 높아 KB, 신한 등 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카드는 정부정책 등으로 인해 카드사의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롯데가 유통계열사의 물량을 보장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카드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등의 높은 성장 가능성도 군침을 흘릴만한 조건이다. 또한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편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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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이용자 대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이용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라는 점과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모바일 시장으로의 사업확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카드 계열사가 없는 한화그룹이 인수할 경우 한화갤러리아백화점과의 연계를 꾀할 수 있고 KB국민카드가 인수한다면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오릭스 PE 등 대형 PEF들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해보험은 인수 후 큰 금액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가장 낮다. 그러나 퇴직연금 사업자 중 삼성화재에 이은 업계 2위라는 점과 안정적인 영업망 덕분에 BNK금융그룹이 롯데손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BNK금융은 롯데손보를 인수함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은행권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은 매각, 운영은 운영

매각 이슈와는 별개로 각 금융사들은 올해 운영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은 지난 11일 충남 부여 롯데 리조트에서 진행된 ‘2019년 전략워크숍’에 참석해 “내실경영 실천과 전산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전 직원이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힘써달라”고 당부하며 올해 3대 추진 전략으로 취급액 확대, 손해율 개선, 미래 위한 투자를 제시했다.

지난 11일 충남 부여 롯데 리조트에서 진행된 ‘2019년 전략워크숍’에서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충남 부여 롯데 리조트에서 진행된 ‘2019년 전략워크숍’에서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롯데손보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대표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임직원들의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고 안심시켰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2일 신년사를 통해 “가맹점수수료 인하, 마케팅 비용 규제, 국내외 경기둔화, 조달비용 상승, 회사 지분 매각 절차 진행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수익구조 다변화, 디지털 플랫폼 컴퍼니, 협업을 통한 효율성 개선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롯데카드 지난 23일 금융당국이 진행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했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참석이 아닌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한 참석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꾸준한 이슈 추적을 통해 카드사가 받을 영향을 미리 알고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인사에서 내부 출신 고정욱 전무를 새 CEO로 선임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중금리대출 '캡론M'에서 상품을 확대한다. '캡론' 9.9~19.9%로 금리는 동일하지만 대출 최고한도는 8000만 원으로 늘었다. '캡론_연계대출'은 제휴채널을 통해 유입된 고객을 대상으로 9.9~17.9% 금리로 8000만 원의 최고한도가 책정됐다.

또한 롯데캐피탈은 최근 롯데렌탈과 11억4100만원 규모의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리스물건은 자동차 302대이며, 리스기간은 2020년 1월15일까지다. 월납 방법으로 지급되는 리스료는 9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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