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10명 달하나 황교안·홍준표·오세훈 견제에 집중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중),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2·27전당대회가 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속속 출마 선언에 나서는 등 자유한국당의 당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권주자급 당 대표 후보들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당권 레이스는 시작됐다는 듯 주요 현안 관련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자신을 겨냥한 경쟁자들의 견제구에 적극 대응하는 등 벌써부터 경선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는 일찌감치 이번 당권구도 ‘3강(强)’으로 꼽히는 분위기여서 이런 흐름을 우려하는 일부 인사들은 스스로 전대 불출마까지 표명하며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강력한 ‘반발’ 움직임이 날로 굳어지는 삼국지 구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黃·吳·洪’은 공공의 적? 거물들도 불출마로 견제 나서

내달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인사들이 불출마 입장을 표하는 한편으로 다른 쪽에선 총선 승리를 공언하며 당권주자들이 공식적인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후보군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먼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입당 직전까지만 해도 초반 당권 구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투톱’을 이룰 것으로 관측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갈등의 분열의 작은 불씨라도 제가 만들어선 안 된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24일 당내 중진으로 전대 출마 여부 번복 가능성도 점쳐졌던 김무성 전 대표까지 “나는 출마한다는 말은 안 했다. 계속 몰아가지 말라”고 입장을 내놨다.

불과 하루 전인 23일 만해도 김 의원은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화합과 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하며 이전투구로 갈까 걱정된다.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발언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풀이됐으나 김 의원은 24일엔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결국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공천권 행사할 수밖에 없는데 다른 주자들이 가만히 있겠나, 그걸 걱정하는 것”이라며 “당의 일원으로서 이런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당에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의 비박계가 지원했었던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24일 오후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예 “(과거) 불출마 입장을 이미 밝혔기에 당 대표 나온다는 건 아니고 김무성 대표 본인은 흔들림 없이 마음을 비운다는 생각”이라며 ‘당에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는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당이 분열과 파국으로 갈 경우 중진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이런 뜻”이라고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급기야 같은 날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비대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출마할 수 있겠느냐. 없다”며 “저는 출마를 하는 대신에 당 통합의 밀알이 됐으면 한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고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4일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4일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에 전당대회 불출마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김 위원장은 자신의 불출마 결정을 내세우면서 “당의 분란과 어려움과 혼란 단초 제공한 분이나, 책임 있는 분들, 혹은 당 기여 확실하지 않은 이런 분들은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3인의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촉구했는데, 앞서 김무성 의원도 “분열의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 대권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이번 전당대회에 나와선 안 된다”고 역설해 결국 이들의 결단도 ‘3강’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군소 당권주자도 ‘3강 견제’ 집중…‘관리형 대표’ 필요성 역설

일찌감치 3강에 이목이 쏠리다 보니 심재철, 정우택, 김진태, 안상수, 조경태, 주호영 의원이나 김문수 전 지사 등 원내외를 막론하고 다른 당 대표 후보군의 공세도 일단 유력주자로 비쳐지는 이들에 집중된 상황인데, 오는 28일 출마선언 검토 중인 심재철 의원은 21일 YTN라디오에서 “대선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대선후보 개인의 부침에 따라 당도 오르락내리락해진다. 총선 관리에 대단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2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황 전 총리나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모두 적절치 않다”고 보다 노골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지난 21일부터 1박2일로 부산-대전 등을 찾아가는 등 이미 당권 행보에 시동을 건 정우택 의원 역시 22일 대전에 있는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연봉홀에서 열린 이은권 의원 의정보고회에 참석해 “대권주자가 당 대표 되면 우리 당은 또 다시 친박과 비박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24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선 3인을 겨냥 “당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던 후보 또 배신을 했던 후보,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 있는 후보는 저는 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23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안상수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권주자 비켜!’라 쓰여 있는 송판을 격파하는 태권도 퍼포먼스까지 보이며 “이 분들 중 한 분이 당 대표를 맡게 된다면 향후 당은 대선후보들의 각축장이 되고 갈등은 격화돼 최악의 경우 분당 우려까지 있다. 통합의 용광로가 아니라 갈등의 블랙홀이 될 것이고 결국 총선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한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대선주자들의 당권도전을 비판하며 격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상수 의원 블로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한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대선주자들의 당권 도전을 비판하며 격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상수 의원 블로그

마찬가지로 같은 당 주호영 의원 역시 23일 경북 지역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권주자가 당 대표 된다면 공정한 총선공천과 보수대통합은커녕 당 분열을 자초할 것이다. 보수대통합을 위해 대권주자들이 이번 전대에 나선다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며 거세게 몰아붙였고 조경태 의원까지 21일 BBS라디오에 나와 “이번 전당대회가 어떤 개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나 또는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서 치러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은 경쟁구도상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3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선택적 공세에 나서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김진태 의원은 지난 16일 “황 전 총리, 홍 전 대표 모두 전당대회에서 자유롭게 경쟁하자”면서도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등 피해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검증해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압박했으며 23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자리에선 “어디서 뭐하다가 잔치판 벌어지니 ‘이렇게 싸울게’ 한다”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을 직격했다.

반면 원외후보 중 하나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4일 페이스북에서 당내 일각의 ‘황교안 불가론’을 꼬집어 “저는 황 전 총리가 우리 당에 입당하길 권했던 사람이고 황 전 총리의 입당과 출마 예상 행보에 따라 우리 당이 활기차게 발전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반박한 데 반해 지난 22일 TK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홍 전 대표 측을 향해선 “황교안 불가론에 입각한 TK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하는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 온갖 견제에도 ‘갈 길 가는’ 3인…삼국지 계속될지?

이런 가운데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등 3인은 자신들을 향한 온갖 견제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황 전 총리는 김 위원장이 전대 불출마를 촉구한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 지방의원 여성 협의회 정기총회 및 발대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상황이 누구는 하고 누구는 뒤로 미루고 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고 김 위원장의 요구를 단번에 일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 전 총리는 자신의 등판으로 계파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가 한 마음이 돼서 한국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가고 있고 거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합해서 다음에는 총선을 이기고 그 다음에는 나라를 바로 잡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오 전 시장 역시 이날 경북 구미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 “누구는 대권주자다, 누구는 아니다라고 써 있는 것도 아닌데 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대권주자 감들은 이번에 나오지 말라든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당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이들과 함께 김 위원장에게 불출마 요구를 받았던 홍 전 대표 또한 이날 “당권·대권 분리론은 이미 당헌에 명시돼 있다”며 “대선 1년6개월 전에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당권출마를 지금도 금지하고 있다”고 반응해 현재 대선이 3년 남은 시점이므로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도 이들이 전대 불출마 요구를 거부할 거라 예상했는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오늘 이렇게 말하는 건 비대위 차원의 권한행사가 아니라 당시 비대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든, 개인으로서든 이번 당권의 역사적 무게가 어떠하다는 것을 말을 하고 기록에 남겨두기 위해서다”라며 “이분들이 정말 출마한다면 어떻게 말리겠나. 말릴 힘이 없다”고 시인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지도부 발언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는 이들 3인의 기세가 남은 한 달 동안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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