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공세 속 반박하는 靑-침묵하는 與-확전하는 孫

손혜원 의원이 20일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손혜원 의원이 20일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손혜원 사태가 자진 탈당 선언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합동 공세와 함께 나날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 손혜원 논란에 입 다문 與 지도부, 민심 동향 의식했나

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21일은 물론 22일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손 의원 의혹과 관련해 일언반구 언급조차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찍이 야권에선 홍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손 의원의 탈당 회견장에 함께 한 것을 두고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조차 묵묵부답으로 대응했으며 홍익표 수석대변인 역시 “손 의원은 이미 당적을 정리했으니 따로 말이 없고, 서영교 의원 얘기도 아무 발언도 없었다”고만 전했다.

여기에 청와대에서도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 간 친분을 꼬집어 지난 1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초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만 당일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초현실적 상상력이다. 나 원내대표가 김 여사를 향해 말했기 때문에 저희가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김 여사가 무관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다. 당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제한적으로 대응했을 만큼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인데, 손 의원 보좌관이던 김재준 행정관이 문 대통령의 홍은동 사저를 매입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대응 가치가 없다”는 반응만 내놨다.

이렇듯 청와대와 여당 모두 가급적 말을 아끼는 데에는 자칫 이번 사태가 집권 3년차로 접어든 문 정권의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증명하듯 최근 정부여당 지지도는 손 의원 사태의 여파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 2509명에게 조사해 21일 발표한 1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신뢰수준 95%±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은 전주보다 0.5%P 하락한 49.1%로 한 주 만에 반등세가 꺾인 반면 부정평가는 45.6%로 0.8%P 올랐으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같은 기간 지지율 역시 39.8%로 한 주 만에 40%선이 다시 무너졌고 제1야당인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4%P 오른 24.3%를 기록했다.

◆ 與, 개인별 우회지원 나섰으나 내부서도 이상기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 의원 탈당 이후론 의원마다 개별적으로만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21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투기는 아니다. 북촌 한옥마을도 북촌 주민들이 재개발하려고 하자 일부 문화인들이 그 지역의 한옥을 사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한옥마을이 보존됐다”며 “(손 의원은) 돈이 아니고 문화에 미친 것이다. 상업적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손 의원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표창원 의원 역시 21일 CBS라디오에 나와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 의도는 순수성이었다면서 “손 의원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해당 지역의 전통문화 예술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렸다. 현재 너무 과장돼서 몰아붙이고 단정하는 그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힌 데 이어 손 의원의 탈당에 대해서도 “많은 의원들이 만류했다”며 ‘꼬리 자르기’란 시각을 일축했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같은 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목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도시재생으로서 앞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꼭 투기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라며 “이런(투기)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좋은 의도로 하는 문화계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손 의원을 옹호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문광위 위원이던 손혜원 의원의 행동엔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DB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문광위 위원이던 손혜원 의원의 행동엔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DB

다만 여당 의원이라고 모두 손 의원을 두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 금태섭 의원은 21일 MBC 뉴스외전에 나와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던 점을 들어 “공직자 윤리라고 생각하는 이해충돌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자기 이해관계가 있는데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나전칠기 작품의 경우 판권이 문제가 되니 손 의원 쪽에서 ‘기획이나 디자인을 내가 해서 내 작품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걸 국립박물관에 구입하란 발언을 했다. 그러면 이익충돌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침묵하던 정부에서도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손 의원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는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요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과 도시재생사업 관련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다.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고발도 접수되고 있어서 잘못이 확인되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부담된 듯 “여러 문제가 잇따라 나온다.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더 겸허해야겠다는 다짐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손 의원과 한층 거리 두는 자세를 취했다.

이처럼 손 의원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이 점점 나오는 데에는 연일 터져 나오는 여러 의혹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비쳐지는데, 지난 18일엔 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 측에 지인의 딸을 채용하라고 여러 번 인사 압력을 줬다는 의혹이 보도된 데 이어 21일엔 과거 6번이나 독립유공자 선정이 거부됐던 손 의원의 부친인 송용우 씨와 관련해 지난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기 전 손 의원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의원실로 불러 이를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무관한 사안들에서도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처음 논란을 일으킨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22일 손 의원이 국회 문광위를 배정받으면서 백지 신탁한 ‘크로스포인트 인터내셔널’ 명의로 목포 건물 2채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놓고 공직자 윤리법 위반인지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야권은 이런 의혹들을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손 의원의 탈당과 관계없이 여당까지 싸잡아 공세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 배수진 친 손혜원, 사면초가에 전방위 ‘강대강’ 맞불

특히 한국당은 이번 사태를 ‘손혜원 랜드 게이트’로 명명하고 부패방지법·부동산실명법 위반, 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손 의원을 검찰 고발키로 했을 뿐 아니라 21일엔 첫 진상규명TF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2일엔 아예 목포로 지도부가 내려가 손 의원 조카의 게스트하우스인 창성장 등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현장을 일일이 방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전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문화 알박기라고 두둔했다. 민주당 의원 모두가 나서도 투기는 투기”라며 “초선 한명의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이렇게 당이 떠들썩한 것을 본 적 없다. 민주당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한국당의 공세에 손 의원도 가만있지는 않았는데, 당장 같은 날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감조차 못 잡으면서 어찌 4선 의원까지 되셨는지 의아하다. 곧 반전의 빅카드가 폭로된다”며 “부디 뒷전으로 한 발 물러나 조심하기 바란다”고 나 원내대표에게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의원은 같은 날 “23일 오후 2시 목포 구도심의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1시간 동안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 자리에서 현 국면을 뒤집을 반전 카드를 폭로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 사태 초반부터 매입 부동산이 29채로까지 보도되다 보니 손 의원도 의원직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을 만큼 사실상 강공 외엔 선택지가 없는 실정인데, 여기에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물론 여당 소속인 금태섭 의원과도 자신을 비판하면 주저 없이 공방을 벌일 정도로 여야를 불사하고 확전일로로 대응하면서 어느 한쪽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선지 손 의원은 이제 여론전에도 돌입한 모양새인데, 지난 15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 이후 분당 1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21일 오후 6시까지 3164명의 후원자가 6869만원을 보냈다고 22일 SNS를 통해 후원금 입금 내역도 전격 공개해 일부 보도에서 나오는 목포 현지에서의 손 의원 비판 여론에도 맞대응했다.

하지만 손 의원이 3일 만에 다시 여는 기자회견에서 승부수로 내놓은 ‘빅카드’가 용두사미에 그치거나 현재 막 시작한 검찰 수사가 점점 손 의원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이미 탈당했더라도 어떻게든 정부여당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아 사실상 여야의 명운이 걸린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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