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제기돼왔던 증권거래세 폐지…정부·여야·업계 한목소리
인하 폭 작을 경우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 있어
시장 상황 충분히 고려해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사진 / 임솔 기자
사진 / 임솔 기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등 세제개편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26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현재 2100 안팎에서 머물고 있는 것을 우려해 증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15일 금융투자업계 대표들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폐지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세제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이 부과되고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까지 이중과세되는 문제점이 있어 조세형평성·조세중립성·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난달 "현행 증권거래세와 상장주식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법률적으로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복적인 세금은 과잉 속성이 있다"며 "경제적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이해찬 당대표는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느낀다”며 “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활성화 여건을 만드는 데 당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도 “거래세 폐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또한 1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증권거래세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검토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정부에 전했다”고 밝혀 증권거래세 인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심리를 개선해 회전율이 상승하고 일평균거래대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시장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르므로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일시적으로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한국의 경우 1995년 7월 증권거래세율이 0.5%에서 0.45%로 인하됐을 때 4000억원 후반이었던 일평균거래대금이 5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6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상승했고 이후에 오히려 거래대금이 하락했다. 1996년 4월 증권거래세율이 0.45%에서 0.3%로 인하했을 때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거래세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주식의 실질 거래비용 부담이 대부분 거래세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인하 폭이 적어서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증권거래세 인하는 기재부 내부적으로 밀도 있게 검토한 바 없다”며 “해당 문제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해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정부와 여야, 업계 모두 의지가 강력해 결국에는 인하 또는 폐지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권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증권거래세가 없고 아시아권 국가들은 증권거래세가 있지만 증권거래세율이 0.3%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0.1%~0.15%수준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부과하는 국가는 많지만 소액 양도소득의 경우 이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혁신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국내 경제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의 인하는 필요하지만 업계와 주식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체계적·단계적으로 인하해 최종적으로는 폐지까지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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