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효과’에 판 커질 조짐…‘통합’ 강조에도 친황 논란까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아직 어느 누구도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당 당권 경쟁이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전당대회까지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인데도 당 안팎이 이렇게 들썩거리는 건 범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으로 정치권에 본격 발을 내딛었기 때문인데, 그의 이 같은 행보가 이미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표한 인사들의 의지까지 흔들어놓을 만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그가 입당 일성으로 내놓은 ‘통합’ 역시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당락을 좌우할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황교안 효과? 출마 선언도 안 했는데 들썩이는 경선판

한때 계파 갈등 재발 가능성 때문에 거물급 인사들의 전당대회 출마조차 내부적으로 자제시키는 분위기가 흐르면서 전당대회 흥행까지 우려되던 게 언제였냐는 듯 ‘황교안 효과’가 불과 입당 이틀 만에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단 이런 변화는 당장 당 지지율에서부터 확인해볼 수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14~16일까지 전국 성인 1505명에게 조사해 17일 발표한 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난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전주 대비 0.9%P 상승한 24.8%의 지지율을 얻어 다시 25%선에 바짝 다가섰으며 리얼미터에선 이를 ‘한국당의 오름세에는 황 전 총리의 입당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에 한국당은 민주당에게 빼앗겼던 대구·경북지역 1위 자리를 탈환한 것(한국당 33.7%, 민주당 31.1%)으로 나타났는데, 보수의 아성이라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5.3%P나 떨어진 반면 한국당은 2%P 올라 희비가 엇갈렸고 심지어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당 34.6%, 민주당 33.5%를 기록해 1위가 뒤바뀌는 등 영남권에서 약진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단지 기존 보수층의 결집에 따른 게 아니라 중도층까지 끌어들인 결과라는 데에 더 의미가 있는데, 이념성향별로 볼 때 중도층에서 지난주보다 2.5%P 오른 22.7%의 지지율을 얻어 ‘친박 색채’보다는 ‘통합’을 강조했던 황 전 총리의 회견 내용 역시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황교안 효과가 나타나자 당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 모두 황 전 총리에 견제구를 던지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쳐온 심재철 의원은 지난 14일 CBS라디오에 나와 황 전 총리를 향해 “황 전 총리는 이른바 친박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계파 갈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며 “당 대표에 나가기보다는 백의종군하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태극기부대’ 등을 비롯해 지지층이 황 전 총리와 중첩되는 김진태 의원 역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 주께 퍼포먼스를 겸해 (당권 도전) 공식선언을 하려고 한다”면서도 “황 전 총리는 입당한 후 바로 당 대표에 나오는 것을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와 당이 어려울 때 조용히 있다 갑자기 나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현재 당권 구도만으로는 황 전 총리 견제가 어렵다고 느꼈는지 “황 전 총리도 나오는 마당에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출마했으면 한다”며 거물급 주자 출마도 종용했는데, 김 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 직후 “지금은 출마 안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면서도 “지금은 가능성 없는데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 (출마) 그럴 수도 있다. 권유하는 분들이 있어 이유가 합당한지 생각 중”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고, 당초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의원도 “‘현재’로는 불출마”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 뿐 아니라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지난 14일 자신의 당권 도전 여부와 관련 “30일 출판기념회에서 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준비는 한 지 오래됐다”고 덧붙여 사실상 전대 출마로 점쳐지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홍 전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전 총리를 겨냥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찾아 반갑다”고 ‘황교안 효과’를 비꼬면서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황 전 총리에 맹공을 퍼부었다.

굳이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내 갈등만 유발시킬 수 있는 표현임에도 홍 전 대표가 이렇듯 공세수위를 높인 데에는 이미 황 전 총리를 당권 경쟁후보로 보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건데, 이런 공세에 황 전 총리 또한 같은 날 홍 전 대표의 ‘황교안 레밍 신드롬’이란 글에 대해 “못 봤다”면서도 “홍 전 대표는 저와 (검사) 초임 때 같이 한 분이다. 그 마음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즉각 반응했다.

◆ 저마다 명분 삼는 ‘통합’, 경쟁자 견제 및 표 결집용 ‘만능 카드’?

한때 핵심 친박으로 꼽혔던 김진태 의원조차 당권 도전을 앞둔 가운데 최근 “지긋지긋한 계파가 사라지고 당이 통합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시사포커스DB
한때 핵심 친박으로 꼽혔던 김진태 의원조차 당권 도전을 앞둔 가운데 최근 “지긋지긋한 계파가 사라지고 당이 통합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도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뒀는지 특정 프레임에 갇히는 데엔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입당 회견 당시 탄핵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줄곧 ‘통합’을 강조하는 식으로만 대응한 데에서도 그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통합’은 결국 확장성과도 직결되기에 대선주자급 인사들일수록 당 통합, 나아가 보수통합을 거론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앞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친박계였던 윤상현 의원을 만나는 등 보수통합 행보에 나선 바 있고 홍준표 전 대표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제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며 또 다시 과거를 놓고 패 갈라 시시비비할 때가 아니라고 역설했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대선주자급 후보군이 아니더라도 점차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김진태는 김진태이기 때문에 당원들이 겹치지도 않고 동요도 없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의 ‘고정 지지층’에 자신감을 보이던 김진태 의원조차 16일 간담회에서 “지긋지긋한 계파가 사라지고 당이 통합하면 좋겠다”며 과거에 비해 통합 쪽에 한층 방점을 두는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또 다른 당권주자인 정우택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가 입당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나 탄핵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통합’을 강조하는 답변만 내놨던 데 대해 “대답하기 곤란하지 않았겠나. 두 번, 세 번 해도 같은 얘기를 한다면 결국 언론에서 좋은 평이 안 나올 것”이라며 정략적 태도라고 꼬집은 데 이어 “대권주자형이 당대표가 되면 저는 오히려 당이 화합이 아니고 당이 오히려 분열 또는 갈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경쟁후보의 ‘통합’ 발언을 역공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실제로 황 전 총리의 통합 발언이 무색하게 이미 당내에선 이를 그저 ‘빛 좋은 개살구’처럼 허울 좋은 명분 정도로 인식하는 모양새인데, 황 전 총리가 입당하던 지난 15일 추경호, 박완수, 민경욱, 박대출, 김기선 의원을 비롯한 ‘통합과 전진’ 소속의 한국당 초·재선 의원 7~8명이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원외 출신인 황 전 총리를 지원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급기야 ‘친황’까지 만들어지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말로만 통합? 벌써 ‘친황’ 언급되기도…일부선 차별화 나서

자유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움직임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칫 ‘황교안 효과’가 아니라 이전처럼 다시금 ‘당 분열’을 촉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나 원내대표는 16일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친박, 비박을 넘어섰더니 친황이란 말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로 가기 위해선 더 이상 계파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 원내대표는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한국당 당규 제34조까지 들어 “전당대회 하면 그 캠프에 못 들어가는 걸 잘 알지 않나. 통합으로 가는 데 있어 당헌당규를 따르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는데, 구설에 오른 ‘통합과 전진’ 측에선 결국 민경욱 의원 브리핑을 통해 “계파적 성격으로 우리 모임을 봐선 안 된다”며 “어느 한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일부 당권주자는 대체로 계파대결 구도로 흐르는 당권 경쟁 양상을 비판하면서 도리어 당내 입지가 빈약한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기도 했는데, 전대 출마시기를 고심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7일 전국위원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계파 의존 정치를 하게 되면 조금 쉽게 뭉텅이 표를 거둘 수 있는데 저는 좀 어려운 길을 가겠다”며 “지금까지 친오(친오세훈)는 안 나온 것 같다. 탈계파, 초계파의 자세로 이번 전대에 임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자신과 같은 원외 출신 후보면서 최근 당협위원장 교체작업으로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권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 홍 전 대표에 대해선 “선거 패배 책임지고 물러난 이후에 첫 번째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며 적극 견제구를 던졌는데, 지금은 정치적 셈법에 따라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시기인 만큼 전당대회가 있는 다음 달이 오기 전까지 각자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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