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노려왔던 野, ‘기회는 이때’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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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최근 여당에서 중요 이슈와 관련 당의 큰 흐름과 다른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상황이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의원 개개인은 헌법기관으로서 당론과 배치된다 하더라도 소신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당론과 관계없는 소신 투표도 어쩌면 기본일 수 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연일 주장이 엇갈릴 경우 ‘불협화음’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늘어난다. 그렇기에 여당의 경우에는 이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지지도가 떨어질수록 당청 관계가 벌어졌던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당에서 연일 ‘한몸’,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나 당의 주류 견해와는 달리 이견을 적극 드러내는 의원들이 많이 나왔다.

◆당 지도부 ‘결정’ 지적한 우상호·박영선

이용호·손금주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먼저 당내 중진인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과 역시 당내 중진인 박영선 의원은 이용호 의원의 복당과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거부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영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부터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순혈주의는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과 포용에 늘 무릎을 꿇었다”면서 “로마가 천년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곧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 불허에 대한 이견을 표출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 오훈 기자]

우상호 의원도 지난 14일 “보수정당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하고 오세훈, 황교안 두 사람을 받아들여 반문연대를 주창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하게 된 데에는 민주평화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이용호, 손금주 의원에 대한 입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평화당에서 강력하게 입당을 반대했다”고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의석수가 아쉬운 상황이지만 민주평화당과의 ‘연대’ 관계 유지가 더 우선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130석 미만의 의석수로 개혁입법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도 우려스럽다”며 “반문연대에 맞서기 위해서 범진보진영의 개혁전선을 정립하고 확대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 개별인사에게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정의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영 고성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내고, 창원성산 지역구를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 이용호, 손금주 의원을 받아들이고, 민주평화당과 개혁입법에 대한 MOU도 맺었으면 한다”고 내년 총선 전략을 제안했다. 즉 현재 당 지도부가 내린 결정이 정치적 전략 부재를 노출했다고 지적 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불협화음에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탈원전’이다.

◆당내 불협화음 키운 송영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오훈 기자]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이다. 최근에는 자유한국당이 주축인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의 참여자가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탈원전은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특히 현재 미세먼지가 전국 곳곳에서 재난 수준의 기승을 부리면서 탈원전 정책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발단은 송영길 의원이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개최한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탈원전 속도조절론을 제기한데에서 비롯된다. 송 의원은 이날 신한울 3, 4호기 공사 재개 필요성을 언급하며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신한울 3, 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탈원전으로 바로 가기 어렵기에 장기적으로 연착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그야말로 뒤집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사업 육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은 전혀 급진적이지 않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은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노후원전은 수명연장 없이 폐쇄하는 것으로 2083년까지 2세대, 6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이 나타나자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신속하게 논란을 진화하려 했지만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탈원전 노려왔던 野, ‘기회는 이때’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송 의원의 발언을 앞세워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탈원전 부작용이 공격적으로 나타나고 민심 이반도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하지만,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을 갈 때는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세력 집단이여야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여권 내에서도 탈원전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여당은 즉각 신한울 3,4호기를 재개하고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이전 정부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정해지고 진행돼온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건설 철회행위는 정부정책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과 관련 산업 인프라가 한 순간에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용기 있는 고백에 대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귀 기울여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반드시 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대한 재추진 문제도 다시 한 번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굽히지 않는 송영길, ‘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송 의원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송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지만 중장기 에너지 믹스(mix)·균형 정책은 필요하다”고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원자력발전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화력발전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할 경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발전시설용량은 약 110(GIGA WATT)로 가용용량을 평균 64 기가와트로 볼 때 그중 20%면 약 13 기가 와트를 태양력과 풍력 등으로 생산해야 한다”며 “13기가 와트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새만금 태양광발전부지 22개가 필요한 셈이다. 산지가 70%인 국토에서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증가비율만큼 먼저 줄여할 것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과 상관없는 원자력이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라며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에너지 효율화 산업분야에 집중투자해 에너지 과소비 중독사회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원자력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 원전을 대체할 상황이 올 때 원전해체산업, 핵폐기물처리산업이라는 큰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원자력기술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산업현장에서 성장동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들을 수렴하여 공론화 해보자는 충정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송 의원이 당청과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바라보고 있다. 또는 총선을 앞두고 폭발력 있는 이슈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불협화음이 당청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부에서의 제어력 저하가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과 조직 내 불협화음은 주로 정권 말기에서 나타나기에 전체 임기에서 반환점을 이제 막 돈 시점에서 이같은 논란이 나오는 것은 그간 우려해온 조기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징후라는 주장이다.

특히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앞으로 당내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며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레임덕이 가속화되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부지기수로 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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