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 프레임’ 공세 이어 야권서도 黃 겨냥 ‘견제구’ 쏟아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보수진영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초 예고한 대로 15일 자유한국당에 공식 입당하며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11일 입당 의사를 표한 지 불과 나흘 만의 행보로, 과연 초미의 관심사인 당권 도전 여부도 밝힐 것인지 그의 입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일단 민감할 수 있는 그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내달 27일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 시점에 입당을 단행한 건 결국 당 대표 출마 준비에 들어가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아 벌써부터 쏟아지는 견제구 속에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조심스런 황교안 “친·비박? 생각 안 해…통합하는 데 진력할 때”

황 전 총리의 입당 일성을 통해 우선 꼽아볼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통합’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기자들에게 내내 ‘통합’을 강조했는데, 작게는 ‘보수우파의 통합’에서 크게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론분열을 극복하는 ‘국민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분명히 하려는 듯 황 전 총리는 입당 기자간담회에서 “당에 들어가면 계파와 관계없이 많은 분과 만나 소통하고 함께 일할 각오로 정치에 들어오게 됐다”며 “계파 싸움을 할 시간도 없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 되는 것이 첫 과제”라고 못을 박았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탄핵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조차 “언제든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어떤 제한을 둘 일이 아니다”라며 “얼굴에 계파 이름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잖나. 원칙 없는 것은 안 되지만 통합의 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적잖은 포용력을 과시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하면서 굳어진 ‘친박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반응으로 해석되는데, 범보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어온 만큼 보수진영 내 일부 지지층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통령 선거 당선을 위해선 중도성향 유권자 등도 끌어들이는 ‘확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이날 회견에서 비박계를 어떻게 아우를 것인지 질문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누가 친박인지 비박인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다.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당에 들어왔다”면서 “제가 단합·화합·통합에 대해 여러 번 말했는데 보수우파가 합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잡고 그런 방향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답하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통합과 새 정치를 내세워 넘어가려는 자세를 취했는데, 향후 탄핵백서 등을 주장하는 강성 친박계를 황 전 총리가 이런 두루뭉술한 논리로 설득시킬 수 있을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줄곧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던 그가 이날 회견 중 ‘국정농단’에 대해선 “지난 정부가 한일 모두가 마치 국정농단, 적폐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탄핵 등 다른 쟁점에 비해선 훨씬 분명하게 입장을 내놨는데, 박 전 대통령에 한정된 탄핵과 달리 ‘국정농단 프레임’은 자칫 지난 정권에서 중책을 맡아온 본인 경력과도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극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범여권, 黃 등판에 긴장보다 반색?…‘도로 친박당’ 공세 강화

 

이렇듯 황 전 총리의 정계 입성에 각 정당에서도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일단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선 정치신인격인 이 ‘다크호스’의 등장을 크게 경계하기보다 오히려 보수진영에 대한 반격에 나설 기회로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상당기간 입었던 정권 초반과 달리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경제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성과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처한 정부여당에게 있어선 황 전 총리의 등장은 다시 국민들에게 ‘탄핵 사태’를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4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부활을 상징하는 대권 후보가 (나오면) 보수진영은 결집하겠지만 중도 진영이 넘어가기 어렵기에 저희로선 내심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평한 바 있다.

실제로 그간 미투 논란부터 서울교통공사 취업 특혜 의혹을 비롯해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태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안이 연이어 터지면서 다음 총선을 걱정해야 될 처지로 몰렸던 민주당 입장에선 국면 전환을 노릴 만한 소재이기도 해 당장 황 전 총리가 회견을 가진 15일부터 당 지도부 발언 중 ‘도로 친박당’과 같은 표현까지 나오며 본격 공세에 돌입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황 전 총리를 꼬집어 “진정어린 사죄와 반성 없이 마치 개선장군처럼 정치하겠다고 나서고, 한국당의 대표적 당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개혁을 약속한 한국당의 선택이 도로 친박당인 셈”이라며 “한국보수의 비극이고 씁쓸한 현주소”라고 일침을 가했고, 같은 당 이재정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가 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린 당사자들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국민 앞에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에서도 같은 날 박지원 의원이 15일 황 전 총리를 겨냥 “그분이 총리하면서 대통령 탄핵될 수 있도록 무슨 일을 했는가. 황 총리야말로 박근혜 국정농단의 실질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며 “한국당은 박근혜당이다”라고 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선 “소수의 태극기부대와 친박이 지지한다고 대통령이 되겠느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보듯 양지에서 큰 공직자들은 (정치권에서) 못 견딘다”며 “친박이니까 당 대표는 되지만 대통령은 어렵다. 너무 빨리 정치권에 들어온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문정선 대변인은 아예 황 전 총리를 좀비에 비유했는데 “세월호 참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던 인면수심의 좀비, 두드러기를 핑계로 병역을 회피한 희대의 보수참칭 좀비가 황교안”이라며 “황교안의 등장은 좀비정치의 비극적 서막”이라고 논평하기에 이르렀다.

◆ 표정 엇갈린 보수진영…긴장한 바른미래·복잡한 한국당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범여권이 황 전 총리 등판 첫날부터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같은 날 바른미래당에서도 황 전 총리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는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의 가장 상징적 인물”이라며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총선을 위해 영입하고 정치에 나서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채이배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 핵심부역자”라며 “낯 두꺼우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듯하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황 전 총리의 등판에 바른미래당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건 향후 황 전 총리의 보수통합 행보 여하에 따라 자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어 사실상 자당 존립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당 대표 차원에선 말을 아꼈던 민주당과 달리 바른미래당에선 심지어 손학규 대표까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을 장악하면 한국당은 다시 수구보수 원형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계파싸움과 분열이 불 보듯 뻔하게 됐다”고 황 전 총리 비판에 동참했다.

그러면서도 황 전 총리가 이날 통합 행보를 천명했던 바와 달리 장차 친박 색채를 강화해나갈 경우 바른미래당에겐 도리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자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을 포기하게 되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어 한편으론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하태경 의원은 15일 TBS라디오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해 “당 대표도 지금 1순위”라며 “전대 직후에 (유승민 탈당 등) 급변사태설 이런 게 있었는데 그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한국당에서도 황 전 총리의 입당에 대해 제각각 사정에 따라 표정이 복잡해진 모습인데, 비박 출신임에도 지도부 소속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지평이 좀 더 넓어진 것 같다. 튼튼한 당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순수하게 환영 의사를 표한 데 반해 차기 당권주자들이나 계파별 좌장급 인사들은 이해득실을 고려하면서 경계하는 모양새다.

당장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15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환영하는 바지만 전당대회에 차기 대선주자들이 나설 경우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되며 그 결과는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며 “대선주자는 당내 선거에 나오지 않기 위한 게 집단지도체제였는데 단일지도체제로 확정되면서 결국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걱정이 많다”고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친박계에서도 홍문종 의원이 하루 전인 14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분이 우리 편인가 저기 편인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다”며 황 전 총리에 친박 색채를 분명히 해줄 것을 주문했고 일찍이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쳐온 정우택 의원은 12일 황 전 총리를 겨냥 “많은 검증 과정에서 혹시 부정적 입장이 더 많이 나왔을 때는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는데, 이렇게 저마다 ‘동상이몽’인 가운데 황 전 총리가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그의 선택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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