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지도체제 가능성 높아져…대권 위해선 ‘당권 차지’ 불가피

단일지도체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자유한국당의 거물급 당권 주자로 점쳐지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김무성 전 대표(중), 홍준표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단일지도체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자유한국당의 거물급 당권 주자로 점쳐지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좌)와 김무성 전 대표(중), 홍준표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달 27일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실상 현행 단일지도체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권구도 역시 대권주자들 중심의 거물급 3파전으로 정립될 모양새다.

현재 한국당 당권주자로는 친박계의 정우택·김진태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나 비박계의 김성태, 주호영,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띄우기엔 상대적으로 흥행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거물급 주자들의 등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박계에선 TV홍카콜라로 세를 모으며 사실상 출마 준비에 들어간 홍준표 전 대표와 일찍이 친박계로부터 전대 출마 러브콜을 받아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추가로 김무성 전 대표의 등판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결국 3파전 구도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거물급 대결구도 재편’ 전망 이유는 단일지도체제 때문

이미 다수의 후보군이 오르는 가운데 거물급 주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의원총회를 통해서도 결론 나지 못했던 당 지도체제 문제 때문인데, 지난 10일 의총에선 과거 김무성 전 대표 시절의 합의형 집단지도체제와 홍준표 전 대표 때와 같은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양측이 거의 백중세를 이룬 끝에 결국 비대위로 그 공을 넘겼다.

여기서 단일지도체제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으면서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 지도체제이고, 합의형 집단지도체제는 한 번의 선거로 1등이 대표를 맡고 2등 이하가 최고위원을 나눠 맡는 방식인데 현재 당권이 당 대표에 집중돼 원내대표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단일지도체제보단 당권이 최고위원들에게 분산되는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쪽은 대체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경태, 주호영, 김진태, 안상수 의원과 김문수 전 지사 등인데, 이들 중 일부는 앞서 ‘합의형으로 전환하자’는 성명까지 낸 바 있다.

하지만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일부 있을지언정 강력한 리더십으로 계파 갈등 가능성은 줄인다는 점에서 그간 당 봉합을 우선 강조해왔던 현 비대위로 공이 넘어가게 되면 오 전 시장과 김태호 전 지사, 정우택 의원 등으로부터 지지 받고 있는 단일지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14일 의결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당권구도 역시 대선 출마 인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친박계 측에선 크게 반발해 유기준 의원의 경우 10일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당내 다수 의견이 분명히 있는데 다수 의견 아닌 안이 채택돼 전국위에 가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17일 열릴 상임전국위·전국위에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관행상 전국위가 비대위에서 의결한 지도체제 안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어서 사실상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의총에선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한 의원 수가 두어 명 더 많았다고는 하지만 이날 의총 출석률이 높지 않았던 데다 단일지도체제에 비해 집단지도체제가 우월하다고 주장하기엔 ‘봉숭아 학당’ 비아냥을 들었을 만큼 지도부 혼란만 일으키고 2016년 총선 패배란 결과로 끝났다 보니 단일지도체제를 무작정 반대하기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고, 촉박한 전당대회 일정도 감안하면 당장 큰 변화를 주기엔 부담감이 따른다는 부분 역시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단 단일지도체제로 확정되면 당권을 잡은 쪽이 당협위원장 교체부터 총선 공천에 이르기까지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달리 해석하면 당 대표가 되지 못한 계파는 말 그대로 ‘공천 학살’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오는 2·27 전당대회에 지금보다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홍준표 등 출마 가능성에 기존 주자들 견제 나서…거물 등판론 반증

특히 지난 2일 “당 대표 도전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당권 도전 의지를 드러낸 오 전 시장 뿐 아니라 홍 전 대표도 지난달 26일 씽크탱크 프리덤코리아 창립식을 통해 “당을 집단지도체제로 가자는 것은 곧 계파 나눠먹기 공천을 하자는 것”이라며 똑같이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홍 전 대표의 등판도 한층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권 도전 의사를 표명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거물급인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권 도전 의사를 표명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거물급인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때문에 거물급 등판을 경계하는 기존 당권주자들의 경계심 역시 연일 높아지고 있는데, 정우택 의원은 지난달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꼬집어 “이번에는 당 대표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심재철 의원 역시 10일 BBS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황 전 총리, 홍 전 대표는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대표는 차치하고 황 전 총리까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19년은 우리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 회복의 한 해가 돼야 한다”는 신년 메시지를 내놓는 등 불출마를 예상하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무색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전당대회에 등판할 거란 시각은 여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친박계 김태호-비박계 오세훈 정도로 비쳐져온 현재 구도를 깨고, 홍 전 대표에 이어 김무성 전 대표까지 등판하게 되면 이 비박계 거물들에 맞설 후보가 딱히 없는 친박계로선 결국 ‘와일드카드’ 격인 황 전 총리에 전대 출마를 종용할 수밖에 없는데 단일지도체제 하에선 당권을 쥐는 길이 곧 대권가도로 연결되는 것과 다름없기에 대권을 염두에 두는 황 전 총리로서도 비박계가 당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당권 도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김 전 대표의 경우 이미 지난달 7일 의총 참석 직전 기자들에게 "다음 전당대회는 당이 화합하고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불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던 만큼 출마 가능성이 낮지 않느냐고 지적하지만 김 전 대표가 홍준표, 황교안 등 거물급이 나오지 못하도록 자신의 불출마란 카드를 선제적으로 던졌다는 점에서 불출마 선언 당시와 달리 홍 전 대표나 황 전 총리가 출마를 강행하게 되면 이 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김 전 대표 역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불출마 의사를 표한 지난달 7일 “대통령을 잘못 모셨던 핵심들, 그리고 탈당했다 복당한 사람 중에 주동적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 출마를 안 하는 게 옳다”며 “저부터 실천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번 한 번은 쉬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대통령 잘못 모셨던 핵심’이나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었던 사람’ 등은 각각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전대 출마가 유력한 오 전 시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분과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박계 좌장 격인 김 전 대표와 전당대회에 대해선 얘기를 따로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일각에선 김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듯한 오 전 시장의 이런 행보 역시 역설적으로 김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을 반증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친홍’ 홍준표-‘비박’ 김무성, ‘친박’ 황교안의 3자 구도 전망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가 당권을 쥐기 위해 친박 측과 손잡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가 당권을 쥐기 위해 친박 측과 손잡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또 비박계로서도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걸린 것이나 다름없는 이번 전당대회에 당내 입지가 빈약한 원외 출신의 오 전 시장을 대표주자로 내세우기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김 전 대표 등판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데, 당장 유튜브 방송 개국 20일 만에 구독자 수 20만 명을 확보하는 등 상당한 세를 과시하고 있는 홍 전 대표에 맞설 만큼 충성도 높은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원내 인사는 김 전 대표뿐이란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김 전 대표 본인보다도 김 전 대표 지지층이 당대표 출마를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어 출마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친박 측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걸로 보고 비박계 대표주자로 김 전 대표의 등판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개 보면 친박이 당 대표 나올 만한 분이 없었다. 그런다고 하면 홍 전 대표가 직접 나와서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지원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도 본래는 비박이었는데 친박으로 귀순해서 원내대표 됐다. 지금 당 대표도 똑같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을 지낸 전원책 변호사는 '오늘밤 김재동'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차기 자유한국당 당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가 유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홍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의 2파전 구도로 전개될 텐데 홍 전 대표는 앞서 당 대표 재임 당시 친홍계 당협위원장을 포진시키는 등 기존 친·비박과 별개로 자신만의 정치세력을 구축하는데 힘써왔다는 점에서 강력한 당권 행사를 원하는 그가 타 세력과 제휴하는 형태로 출마하진 않을 거란 시선이 많아 단일지도체제 확정 이후 한국당 당권경쟁은 ‘친홍’ 홍준표, ‘비박’ 김무성, ‘친박’ 황교안의 3자구도 쪽이 보다 설득력 있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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