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고용보험 의무가입…보험사·설계사 입 모아 ‘반대’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잇따라
보험설계사 구조조정 가속화 이끌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사진 / 임솔 기자
사진 / 임솔 기자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사에서 “앞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직, 예술인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의결한 것의 연장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직업에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이 있으며 약 44만명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현행법상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연금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하며 근로계약도 체결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 보험설계사가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보험업계는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약 41만명 규모의 보험설계사들이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 436억원에 달할 것이며 4대보험에 모두 가입하면 연 6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능률 보험설계사들은 강제 해촉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보험 의무적용으로 인한 (보험사의) 관리비용의 증가로 약 40만명의 보험설계사 중 15만7000명(약 38.6%)에 달하는 인력이 조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보험사들이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는 전년대비 1만명 가량 감소하며 10만명 선이 깨졌다. 지난 2013년 6월 15만3674명에 달했던 생보사 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지난해 9만9886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고용보험 가입까지 현실화되면 보험사들의 설계사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한 손보사 소속 설계사 A씨는 “보험설계사는 월급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 성과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고 근무 기간도 상이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설계사 수당도 점점 줄어들고 보험사도 운영이 어려워 M&A를 시도하는 와중에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설계사의 경우 다른 특수고용직과 특성이 매우 다르다”며 “보험설계사는 4대보험 적용 의무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 이론에만 입각할 것이 아니라 현실과 현장을 오롯이 파악하고 이해한 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당사자 모두가 피해를 입는 불미스러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번 ‘특수고용직 노동자 고용보험 의무가입’의 경우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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