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새해 정국구상 철저해부

설 이후 탈당하고 개헌안 발의해 도덕성 검증받을 터
호남세력 결집위해 정상회담 개최···친노세력 재결집도?



▲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노무현 대통령이 구석에 몰린듯하다. 우려했던 여당발 정계개편의 물꼬가 터졌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난처하다. 대통합신당에는 찬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탈당만은 막으려했기 때문이다.

대선을 불과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벌어진 여권의 핵분열은 더욱 복잡해진 대선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 뻔하고 청와대 입장에선 당·청간의 관계를 다시 짜야 하는 형국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됐다.

오히려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한나라당과 각종 민생현안을 협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는 노 대통령의 영향력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국정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레임덕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출발단계부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특히 탈당세력은 노 대통령과 기존의 여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여 한나라당 등 야당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더욱 절실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물꼬를 틀 수 있는 단초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을 짚어보자.

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제안했던 ‘개헌’ 논의가 활발하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야당은 일제히 ‘개헌 반대’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탈당·개헌 그리고 중립내각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갈 때까지 가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9일 열린 ‘민생회담’에서 회담의제는 아니었으나 개헌 문제가 거론됐고 노 대통령은 당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강재섭 한나다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이라도 된다면 시도를 하는 것을 이해하겠으나 열린우리당 의석이 줄어들고 노 대통령이 제대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내놓는 것은 대선판도 흔들기 아니냐”라며 “18대 국회에서 국회 중심의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개헌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한나라당 후보들도 수차례 찬성 입장을 밝혔었다”며 “개헌안을 내놓으면 왜 한나라당의 판이 흔들리느냐. 그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발의할 테니 찬성이든 반대든 해라”며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심판을 받고 싶다”고 강하게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헌안이 통과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적다. 정가에서도 여당은 ‘정계개편’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어 개헌논의까지 할 생각조차 못하는 상황이고 야당은 일제히 반대하기 때문에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통령도 현 상황에 대해 “개헌이 이 시기에 필요한지 안한지에 대해 논의조차 덮어버리는 상황”이라며 통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개헌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개헌안이 통과가 돼든 안 돼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한 정치평론가는 “노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탈당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설 이후에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총리도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의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개헌을 전제로 한다면 탈당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며 “실제로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있다. 여러 정황상 아마도 (탈당을)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헌은 정략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탈당뿐만 아니라 향후 대선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중립내각까지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은 한나라당이 줄 곧 주장했던 것이다. 노 대통령도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의 공조 위해선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임기 단축을 시사하는 발언에 이어 개헌 발언과 중립내각 구성을 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호남세력 결집과 정상회담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단순한 레임덕 방지를 넘어 향후 대권후보까지 지목할 것이라는 말이 들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영남후보론’이 그 모태다. 호남후보로는 차기 대권에서 재집권이 어렵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로는 부족한 것이 있다. 과거 참여정부는 ‘동교동계’의 몰락을 재촉했고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분신인 박지원, 권노갑 씨 등 DJ의 최측근들을 구속했기 됐다. 김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이 모조리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부정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만하다.
결국 호남 영향력이 대통령이상인 김 전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정국을 풀어가고 재집권을 하기 위한 해법에서 전략적 차이가 존재한다. 김 전 대통령은 먼저 호남의 지지층을 복원한 뒤 개혁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노 대통령은 영남세력을 먼저 아울러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이후에 호남세력을 포괄하자는 것이다.

결국 지난 9일 단행된 특별사면에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풀려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분석에 힘이 쏠리는 형국이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호남민심을 돌리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이 원하는 ‘남북정상회담’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대북관련 발언을 쏟아낸 바 있고 정동영·이재정 전 통일장관들도 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전 대통령도 최근 정상회담을 재촉하는 듯한 발언도 한 몫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은 가능성이 있으며, 또 해야 한다고 본다”며 “노무현 정권이 시작됐을 때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일단 합의가 돼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얘기가 거의 다 됐다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비판에 대해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한 측이 곧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해 차라리 안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지 않았느냐”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반적인 기류는 ‘남북 정상회담 불가론’이다.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은 변수 중에서도 그 영향력을 점치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북한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자는 입장을 발표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결국 반한나라당 연합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을 잡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회담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노세력 규합해 재집권?
노 대통령은 향후 노사모 핵심멤버들과 국참을 중심으로 친노세력 재결집을 위한 전략을 만들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참 관계자는 “노무현 지지세력을 다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차기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한 바 있어 향후 노 대통령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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