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금주·이용호 입당 ‘일단 유보’…한국당, 지만원 반발에 ‘진퇴양난’ 형국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예상외의 변수 때문에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일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1년 가까이 무소속으로 잔류해오던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돌연 입당 신청서를 내면서 당내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5·18진상조사위원으로 한때 지만원 씨가 거론되었다가 일부 무산될 기미가 감지되자 급기야 지씨 본인까지 직접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손금주·이용호 입당, 기존 지역위원장 등 내부 반발에 발목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소속이었으나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탈당해 줄곧 무소속을 유지해왔던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갑자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입당을 선언해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물론 이들은 그간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기 위한 민주평화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받아왔음에도 분명히 선을 그으며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어 ‘예상된 수순’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129석 규모의 제1정당인데다 굳이 2석 더 얻어도 원내 구도에 변화는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던 만큼 이번에 두 의원이 입당 선언을 하게 된 데엔 이전과 달리 민주당 입장에 변화가 일어났던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이들이 입당 의사를 표한 지난달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일어나고 민주당 지지율까지 연속 하락 중이던 시점인데다 지역별로는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까지 이탈세가 나타나고 있어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이들 두 의원을 영입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던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는데, 신년 들어 당청 지지율 동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두 의원이 입당 선언을 했던 10여일 전과 달리 점점 분위기는 묘하게 흐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율은 YTN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부터 1월 4일까지 전국 성인 2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한 주 전보다 1.5%P 상승하며 30% 후반대로 소폭 반등하는 데 성공했고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18명에 실시한 1월 2주차 정례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선 문 대통령 지지율마저 전주 대비 2.8%P 올라 48.5%를 기록한 반면 부정평가는 46.9%로 떨어지며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다.

이처럼 불과 열흘 남짓한 사이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다 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두 의원의 지역구에서 다음 총선을 준비해온 기존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의 반발 역시 고려할 수밖에 없어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 광역·기초의원과 당원들은 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신의와 의리를 저버린 ‘철새’ 정치인을 받아주면 당원과 지지자의 반감이 한 번에 터져 나올 것”이라며 이 의원의 복당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무소속 의원의 입당 여부와 관련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사진 / 오훈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무소속 의원의 입당 여부와 관련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래선지 당 지도부도 그간 이들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기보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데,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양석 한국당 의원이 “손 의원은 민주당 입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 의원 사보임을 촉구하자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현재까지 당적 변경한 일이 없다. 손 의원은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이해찬 대표도 지난 2일 박희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신정훈 나주화순 지역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두 의원이 입당을 선언한 지난달 28일조차 당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이 “이들 의원이 지역위원장 자리를 요청했는데 현역 지역위원장이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안 된다’고 답했고 ‘그러면 경선이라도 하겠다’고 해서 입당을 신청한 것”이라며 “지역이 혼란스럽게 되는 정계개편을 애써서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어 이들의 입당 여부를 놓고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친문 반대 기류에 평화당까지 경고…孫·李 ‘계륵’ 되나

일단 두 의원은 지난달 28일 “지역위원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힌 데다 입당과 복당 결정을 서류 접수한 날부터 각각 14일과 30일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입당은 허가, 복당은 불허토록 규정되어있는 당규 때문에라도 민주당 역시 좋든 싫든 입당 여부를 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미 예고한 대로 9일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여의도 당사에서 열었지만 이번 첫 회의에선 두 의원의 입당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13일에 다시 논의해 마무리 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두 의원이 과거 국민의당에서 활동하면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점도 친문계를 자극하고 있어 입당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앞서 친문 핵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의원님께 죄송하지만 복당·입당 신청을 거두어 주기 바란다. 복당 및 입당은 정치인에겐 당연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께는 불쾌하고도 익숙한 구 정치”라며 “이 문제는 매우 무겁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두 의원이 의사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당 지도부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지도부까지 에둘러 압박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의원은 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선 아예 자신이 이들의 입당에 반대하는 이유와 관련 “국민들 생각이 완전 다른 건데 이걸 해야 되느냐. 총선 앞두고 탈당, 입당, 정계개편 이런 것들이 일어났는데 최근 3년 동안은 그런 게 국민들에 별로 지지받지 못했다”며 “본인들이 노크해왔다고 그걸 받아주느냐의 문제는 또 별개의 문제”라고 못을 박아 이번 심사 회의를 통해 나온 ‘유보’ 결정도 결국 대놓고 거부할 수는 없으니 당내 반대 기류를 의식해 입당을 자진 철회하라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설령 입당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해도 두 의원에 러브콜을 보내온 민주평화당이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당장 정동영 평화당 대표부터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용호, 손금주 의원을 민주당에 입당시킨다는 것은 원칙의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정치를 하게 되면 협치 종식, 협치 파탄”이라고 경고했던 만큼 집권 3년차를 맞은 문 정권을 개혁입법을 통해 지원해야 하는 여당으로선 평화당의 입법연대까지 고려했을 때 입당 수용여부를 놓고 한층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만원 인선 거론, ‘진퇴양난’ 자충수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민주당이 무소속 의원의 입당 문제 때문에 복잡한 심정이라면 마찬가지로 한국당에선 자당 몫의 5·18진상조사위원 선정 문제 때문에 고민에 휩싸여 있다.

이미 여야는 지난해 2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헬기 사격했다는 의혹 등을 진상규명하기 위한 특별법을 합의 처리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까지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모두 마친 상태지만 법안이 공포된 지 열 달이 다 되도록 한국당 몫인 조사위원 3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다른 야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논의만 계속 이어가면서 인선 확정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엔 한때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받았다가 내부 반대로 무산된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반발 때문인데, 앞서 지난 11월 이종명 의원에 의해 추천받았음에도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반대해 임명되지 못했다며 김성태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집회를 했던 그가 나경원 원내대표로 원내지도부가 바뀐 뒤엔 이제 화살을 나 원내대표에게로 돌리면서 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5·18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해온 지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임명할 경우 그 후폭풍도 상당하겠지만 정치적으로도 ‘극우 프레임’에 갇혀버릴 수 있어 차기 선거를 위해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노리던 현 지도부로선 지씨를 끌어안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보수정당이란 성격상 지씨를 위시한 태극기부대 등 강성 우파의 표심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는 데 딜레마가 있는데, 지난 4일 나 원내대표와 만났다고 밝힌 지 씨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당시 나 원내대표는 “당신(지 씨)에 대한 세간의 평이 안 좋다. 다른 사람들을 위원으로 앞세우고 지 씨는 뒤에서 코치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4일 만남 당시) 아버지뻘 되는 사람을 앞에 놓고 안하무인격으로 조롱했다”며 자신을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방법 외엔 단호히 일축하고 있는 지 씨는 김성태 원내대표 때 그랬듯 이번엔 나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으로 가 “나경원은 전라도의 딸”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그 여자 XX 아니야?”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내에선 여전히 지 씨를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진태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사찰·조작·위선정권 진상규명 연석회의’ 자리에서 “(지만원) 이 분 그렇게 이상한 분 아니다. 꼴통이 아니다”라며 “지 씨를 (한국당 몫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 당에서 굉장히 고심 중인데 나 원내대표가 (지씨를) 추천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면 강효상 의원은 9일 논평을 통해 “지씨의 폭언과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비상식적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놨다.

자칫 이번 사안이 다른 정당들의 공세용 소재로 이용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게 아닐지 노심초사하는 당 지도부에선 이번 사안을 어떻게든 조심스럽게 처리하려 하고 있지만 9일 나 원내대표 주재로는 처음 열린 중진들과의 연석회의에서마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는 10일 열리는 의총에선 지씨 논란이 다시금 당 내홍으로 비화되는 것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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