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폭염이 8.8 재보선 정국을 강타했다. 불볕 더위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대부분 당원과 당직자들로만 치러진 유세 현장은 썰렁했고 후보자들은 간간히 지나가는 유권자의 표심 잡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휴가철에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어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로 갈지 후보자들은 걱정스런 표정이 앞선다. 그러잖아도 갈수록 투표율이 떨어지고 정치 무관심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치러진 재보선 평균 투표율이 35%에 불과하고 이번에는 투표일이 임시공휴일이 아니어서 직장인들의 참여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난 6.13 지방선거 때보다 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등돌린 유권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정치권 움직임은 분주하다. 한나라당은 권력형 비리를 집중 부각하는 ‘부패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완승하겠다는 각오이다. 반면 민주당은 ‘일당독재’에 대한 견제심리에 호소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5대의혹을 집중 거론해 민심을 되돌려 보려 애쓰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론 대통령 후보도 총출동해 한여름 땡볕이 무색할 정도로 열기를 뿜어내면서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역대 재보선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구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데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선거 후에 불어닥칠 정계개편 가능성 등 때문에 어느 정도 과열은 예상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더라도 국회의원 재보선이 아니라 대통령 예비선거 쯤으로 이번 선거의 성격이 변질 될 경우 사생결단으로 맞붙을 것이 뻔하고 그러다보면 이상과열의 후유증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정국대치가 심화되고 이전투구식 정쟁으로 번져나갈 조짐도 내다보인다. 재보선 열기에다 ‘이회창 불가론 분석’ 문건 파문, 5대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 요구 등 몇몇 현안이 맞물리면서 양당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재보선 때문에 정국경색까지 우려되는 지경이라면 차라리 안 하느만도 못하다는 개탄도 나올 법하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나 낮은 투표율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무엇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유권자 또한 정치 후진국의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관심과 냉소주의로는 한심스러운 정치판의 악순환을 방치하고 조장할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맘 먹기에 따라 정치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적극적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경쟁력 있는 선량을 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잡는다면 선진정치로 발돋움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재보궐 선거 승패 수도권에서 결정될 듯 8.8 재보선이 중반전에 접어든 28일 13개 선거구 가운데 서울 종로 등 11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합동연설회가 열려 각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저마다 지지를 호소하며 치열한 득표경쟁을 벌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특히 이번 재보궐 선거의 승패가 수도권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고 수도권에 당직자들을 대거 출동시키는 등 선거중반 ‘표심’을 잡기 위한 총력 득표전을 펼쳤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불볕 더위 때문인지 유세장을 찾은 유권자들은 많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부인 한인옥 여사 및 종로에 출마한 박진 후보 내외와 함께 미사를 보며 박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 서청원 대표는 오후 백중우세로 분류하고 있는 경기 하남과 서울 영등포을 합동연설회장을 차례로 방문, 김황식 권영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또 강재섭(종로) 김진재(영등포을.부산진갑) 하순봉(인천서.강화을)최고위원과 김영일 사무총장(종로.하남) 등 핵심당직자들을 격전지로 보내 민심잡기에 주력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종로의 명륜동 뒷산 배트민턴 공원을 방문한데 이어 오후엔 서울사대 부속여중학교에서 열린 종로 합동연설회에 정대철 최고위원과 김근태 상임고문, 정동채 비서실장 등과 함께 참석, 유인태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한화갑 대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고있는 경기 하남(문학진 후보) 합동유세와 거리유세에서 이회창 후보를 겨냥, ‘국세청을 동원, 세금을 거둬 대선자금으로 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기관을 동원해 돈을 거둬 사리사욕을 채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광옥 최고위원 등도 영등포을 합동유세장을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편 이날 합동유세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은 ‘부패정권 재심판론’과 ‘이회창 후보 5대 의혹’을 주장하며 격론을 벌였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일제히 ‘부패.무책임 정권’이라는 주장을 부각시키며 ‘6.13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린 김대중.민주당 정권을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심판해야 한다’며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 후보 5대 의혹’이라며 이회창 후보 관련 논란을 집중 제기하고 ‘부패원조이자 특권.엘리트 집단인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지 않도록 당의 체질을 바꾸고 있는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굳히기 작전 돌입 한나라당은 8.8 재보선 중반전에서도 전체 13개 지역중 호남 2개지역을 제외한 11개 전지역 우세라는 초반 판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일찌감치 굳히기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서울 금천(이우재)과 인천서.강화을(이경재), 경기 광명(전재희, 안성(이해구), 제주 북제주(양정규) 등 5곳은 안정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도 민주당 공천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흥진 후보가 중도사퇴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는 한 박 진 후보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역연고가 없다는 약점을 안고 출발한 서울 영등포을(권영세)과 5명의 후보간 각축으로 혼전양상을 띠고 있는 경기 하남(김황식)도 자체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와 안정된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 부산진갑의 경우 한때 무소속 하계열 후보의 약진으로 김병호 후보가 고전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양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이들 일부 경합지역도 내주 중반을 넘어서면 안정권으로 편입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우리당이 선거운동전에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큰 격차로 11개 전지역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부패정권 심판론’이 약효가 여전하다는 판단하에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서청원 대표 등 지도부가 수도권지역을 교대로 돌며 심판론 확산에 주력, 판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昌 5대 의혹 부각 민주당은 8.8재보선 중반 판세에 대해 13개 지역 가운데 광주 북갑 김상현 후보만 확실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전북 군산 강봉균 후보는 무소속 후보들과 경합 상태이고, 나머지 11개 지역은 패색이 짙다며 어두운 기색이다. 서울 종로와 금천, 영등포을, 인천 서.강화을, 경기 안성, 광명 등 수도권 6개지역은 공식 선거운동 돌입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큰 변동이 없다는 것. 당 관계자는 28일 “수도권 6개지역은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15-30% 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부산 3개지역은 50-60% 포인트 차”라며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하남에선 한나라당 후보의 경력 및 자질문제를 제기하면서 상대적으로 문학진 후보의 ‘인물론’이 먹혀 그나마 한 자히 수 차이여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중앙당 차원에서 집중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5대 의혹’ 공세가 서서히 유권자의 관심권에 들면 ‘이슈전’이 될 것으로 보고 공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서울 금천, 인천서.강화을, 경기 안성, 제주 북제주군의 한나라당 후보 4명에 대해선 안기부자금 유용사건 연루 의혹을 적극 부각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부패정권 심판론’에 대비한 약효에 대해선 당 관계자들도 자신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당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로 투표율이 30%미만으로 떨어지면 우리당이 유리할 것으로 일부에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당 지지자들의 결집도가 현재 한나라당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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