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연급 올라간 중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시기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이기에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차 정상회담을 중국에게 설명하고 함께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시 주석을 만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중국이 주연급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고가 확실시 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란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자다. 이는 중국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끼어드는 존재가 아닌 협상 당사자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의도로 보여진다.

북한은 이처럼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에겐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는 일타쌍피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즉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수준의 의제,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얻기 위해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의도라는 것.

신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8번 사용할 정도로 경제 발전을 최대 관심사로 둔 김 위원장이 경제완화에 미동이 없는 미국을 움직일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년사에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이 혈맹국가인 중국에게 기대겠다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신년사를 보면 대내 경제 문제 관련해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한테는 이번에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중국 개방 현지를 간다고 하는 것은 신년사 관철을 위한 모임 같은 것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주민들한테 ‘당신들 열심히 지금 하겠다고, 신년사를 관철하겠다고 노력하는데 나도 이렇게 몸으로 직접 노력한다’ 보여주면 그게 미국한테도 개방개혁 의지가 확실하게 전달된다”고 진단했다.

◆북-중 ‘동상이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시진핑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은 출구가 보이지 않던 무역전쟁을 잠깐 멈추는데 합의하면서 한동안 이견을 보였던 미중 간 대북공조도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이 섣불리 북한의 배후에 서서 미국의 전방위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29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당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미 양측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을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을 통해 시 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북한이라는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방금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양 정상의 전화통화가 김 위원장 신년사 전에 진행됐기 때문에 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북한과의 중재역으로서의 역할을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중국의 역할을 요구해왔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100% 협력’을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어 무역전쟁 휴전을 기점으로 대북 대응에 있어서도 미중이 공조를 이루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기에 최근 복잡하게 꼬인 북·미 대화에 중국이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자로 알려진 중국으로선 멈춰 서버린 북미 간 대화를 본궤도에 올리는 성과를 통해 무역협상을 매듭짓고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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