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부정 전망만 가득…보험산업도 얄짤없어
IFRS17·K-ICS 도입 연기됐지만 종합검사·보험료 인상·각종 규제 등 한숨
신기술 및 신보장 상품 확대해 경쟁력 돌봐야

사진 / 시사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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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지난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및 암보험 과소지급 논란,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해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보험업계는 새로 맞이하는 2019년에도 그리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은 물론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의 CEO 신년사에서도 ‘리스크 관리’, ‘위기경영’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올해 보험업계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여기서는 위기의 보험업계가 녹록지 않은 보험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지 알아본다.

 

▲ 2019년 우리나라 경제전망

최근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도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2.8%, 2017년 3.1%를 기록한 후 2018년 연초에는 3.0% 안팎이었으나 하반기에 2.7%로 하락 조정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p이다. 추가 인상을 예고한 미국이 실제 인상을 단행할 경우 격차는 1%p 이상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며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상승하고 있는 유가 역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한 건설투자 둔화 등 내수부진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30일 한국갤럽은 ‘한국인이 보는 2019년’ 조사 결과에서 올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1%,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53%,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36%라고 전했다. 살림살이 전망에 대해서는 각각 11%, 41%, 48%로 조사됐다. 부정적인 전망이 월등히 높아 조사 대상 50개 국가 중 49위에 그쳤다. 국민들도 올해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 보험업계 별 현황 및 전망

2018년 보험업계 수입 보험료는 2017년 대비 1.1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2019년 역시 2018년에 비해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18년 -4.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도 -3.8%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2018년 3.0% 성장에서 올해 2.7%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31일 생명보험협회 월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생명보험업계의 해지환급금과 효력상실환급금은 20조38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7514억원 증가했다. 신계약 유치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기존 계약마저 해약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보험연구원은 2019년 보험산업의 위기요인으로 경기 침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해약환급금 증가를 꼽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수입 기준 생명보험의 역성장과 손해보험 성장세 둔화의 공통원인으로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감소와 해약 증가를 지적했다. 그로 인해 2019년 생명보험의 일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7.4%, 손해보험은 28.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하며 이를 중점으로 올해 업무를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교육 등 사전적 소비자보호와 분쟁조정 등 사후적 소비자보호의 실효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증가하는 감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보험금지급 관행 개선 등 보험소비자 권익 강화로 인해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증가할 예정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도입이 1년 연기되긴 했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보장성보험 판매수수료 인하 압박, 세제혜택 축소 등으로 인해 보험산업의 보험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 역시 보험사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소비자들에게 보장성보험은 30~40대에 납입하고 60~70대에 지급받는 구조인데 고령인구가 많아지고 청장년층이 적어진다면 보험사로서는 지급할 보험료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 인슈어테크, 사이버보험, 미니보험 등 신기술 및 신보장 상품 확대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보험산업을 구하는 최선의 해답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보험산업은 어려울 때마다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등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왔다.

지난달 27일 보험개발원은 조직개편을 통해 인슈어테크 전담팀을 구성하고 인슈어테크 매트릭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험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온라인으로 상품과 가격 비교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으며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사물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보험 가입자의 위험 분석 정확성을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도 출시됐다. 대표적으로 삼성화재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인 ‘애니핏(Anyfit)’과 연계해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경증질환의 조기진단을 통해 건강관리를 유도하고 운동목표 달성을 통한 보험료 할인 혜택과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고객이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도와주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며 치매보험과 간병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유병자와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치매간병보험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편 필요성은 인정받았으나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했던 사이버상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해상은 인터넷·모바일 금융사기 피해를 보장해주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에 있다. 해당 상품은 인터넷 쇼핑몰 사기 피해 외에도 인터넷 직거래 사기 피해, 사이버 금융범죄(피싱·스미싱·메모리해킹)로 인한 금전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업계 최초의 개인형 사이버위험 전용 보험상품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최근 개인의 사이버위험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한 상품”이라면서 “현대해상은 앞으로도 차별화된 보장과 신상품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이 6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사이버보험 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료를 최대한 낮춘 미니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기능만 남기고 보험소비자 입장에서 쓸데없는 담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가 특약을 없애 보험료를 1만원 이하 수준으로 대폭 내린 소액보험을 말한다. 보험소비자들에게 가입과 유지 부담을 줄여 유치 가능성과 계약 유지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삼성생명, 라이나생명,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주요보험사에서 암, 치아, 스키, 낚시여행 등 기간이 짧거나 보장금액은 낮지만 보험료가 낮은 미니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삼성화재·에이스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실속형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토스 앱에서 간편하게 미니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토스 앱 캡쳐출처 : 시사포커스(http://www.sisafocus.co.kr)
토스 앱에서 간편하게 미니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토스 앱 캡쳐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토스는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해 부담 없는 보험료로 쉽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을 국내 최고의 보험사들과 함께 손잡고 내놓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미니보험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그밖에도 기존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새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상품개발과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느 때보다 추운 보험업계가 황금돼지해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지 업계는 물론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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