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우당 옷 벗어던진 30명 탈당파 의원들

109석으로 원내 제2당으로 추락···정계개편 현실화
각개전투 후 대통합 통해 역전극 노리는 위장이혼?


지난 6일 열린우리당 신당파 의원 23명이 집단탈당을 결행했다. 앞서 탈당한 6명의 의원들과 이후 탈당한 유선호 의원까지 총 30명의 의원이 우리당 옷을 벗어던진 것이다.

그간 내홍을 겪던 여당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원내 과반도 못 미치는 109석으로 한나라당에 이은 제2당으로 추락했다.

청와대의 빅딜 대상도 이젠 한나라당의 몫이다. 당정관계나 국회운영을 위해 한나라당과 교섭을 해야 하는 마당이다. 이름뿐인 여당으로 추락한 것이다.

차기 대선구도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겠다던 여당이 분열됨에 따라, 향후 후보 선출문제, 경선과정도 순탄치 않게 됐다.

탈당파간의 기싸움도 치열해 지고 기존의 여당과도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혼돈을 겪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쏠리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원 포인트 개헌’도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고, 임시국회에서도 부동산 법안 등 각종 민생문제가 표류할 확률이 커졌다.

이러한 사태를 맞이하게 한 탈당파 의원 30명이 누구인지, 탈당밖에는 선택이 없었는지 짚어보자.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천정배, 염동연, 정성호, 김한길, 강봉균 노현송, 김낙순, 이종걸, 조배숙, 박상돈, 전병헌, 조일현, 우제창, 변재일, 최용규, 장경수, 노웅래, 제종길, 이강래, 서재관, 양형일, 주승용, 우제항, 우윤근, 최규식, 이근식, 유선호 의원. 이들은 지난주까지 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이름이다.

30명, 그들은 누구인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우리당의 창당주역 중 한 명인 천정배 의원의 탈당선언이다. 이미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이 독자탈당을 감행했으나 천 의원만큼의 충격을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신기남, 정동영 전 의장들과 함께 천·신·정 트로이카로 불리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당 원내대표, 법무장관까지 지낸 참여정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선도탈당을 제기했던 염동연 의원의 결심도 천 의원만큼 파장이 컸다. 우선 참여정부 수립의 1등 공신이자, 노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신년 회견에서 여당 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한 상태의 결정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임종인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고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으로 이어지던 열린우리당 탈당 도미노는 김한길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한 23명의 집단 탈당으로 분당이 확실시 된 듯하다.

특히 김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집단탈당은 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건 열린우리당의 붕괴나 마찬가지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이러한 실용보수 성향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정체성과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심으로 한 분화의 길을 걷게 됐지만 얼마 전까지 여당 지도부를 맡았던 인사들이 주도한 탈당이라 도덕적인 책임공방도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의 탈당은 정치세력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탈당한 천정배 의원 측이 짙은 개혁 성향이었다. 반면 김 전 원대대표가 이끈 집단탈당파는 외견상 실용보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남은 우리당은 덩달아 중도개혁그룹이 장악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천정배 의원 그룹 ▶김한길 의원 그룹 등 세 갈래로 나뉘게 됐다. 여기에 민주당을 포함시키면 총 4개의 그룹이 반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떠도는 ‘위장 이혼설(說)’
지난 6일 결행된 열린우리당 의원의 집단탈당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장이혼이 아니냐는 말이다. 이미 시작된 대권전쟁에서 승리를 점칠 수 없자, 일단 분화돼 자신의 지지기반을 각자 만든 후, 대통합을 노린다는 것이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를 이용한 극적인 대통합은 국민들의 심중을 당길 수 있을 뿐더러, ‘힘들지만 해냈다’라는 식의 문구로 자극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 일각에선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과는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 회의 때마다 고성이 오가고 폭력이 난자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덤덤하기 그지없는 식의 헤어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선 “탈당이라는 강을 통해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자”라고 했고 “이별은 했지만 대통합의 씨앗은 뿌려졌다”는 다소 알 수 없는 듯한 발언으로 이별을 하고 있다.

물론 탈당세력이나 잔류세력 모두 이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잔류 의원은 “떠나는 것은 쉽지만 다시 만나는 것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잔류 의원은 “대분열에서 대통합으로 가는 것은 현실성이 없지 않는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집단탈당은 치밀하게 기획된 위장이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당은 2, 3개 교섭단체로 흩어졌다고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마지막 대통합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에 대해 “노선이나 정책이 맞지 않아 탈당했다면 민노당이나 한나라당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한나라당 2중대란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한나라당의 ‘위장이혼’ 주장과 청와대의 ‘한나라당 2중대’ 발언에 대해 탈당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집단 탈당파의 대변인 격인 양형일 의원은 “국회주변에서 탈당의 진정성과 정당성을 이해 못하고 시비 거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 또한 민심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양 의원은 이어 “왜 떠났는지조차 이해 못하는 안목으로 비서실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현 주소가 아닌가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나라, 오히려 위기감 팽배
한나라당이 ‘위장이혼’ 의혹을 주장하는 것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권가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서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대통합신당이 이뤄질 6~7월, 숨겨진 대권후보가 드러날 11월이 되면 현재 한나라당 후보로 짜여져 있는 대권가도도 변화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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