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철통방어·역습’ 성공…망신당한 이만희·‘한국당 몸통’ 의혹 제기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 31일 열린 운영위원회가 새로운 사실이나 문서가 공개되지 않고 언론에 나왔던 내용이 재탕되면서 ‘애초에 운영위를 소집할 사안이 아니다’는 여당의 논리에 묻히게 됐다. 그리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김태우-자유한국당의 ‘3비 커넥션’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라 내상도 만만치 않게 입게 됐다.

하지만 한국당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운영위 소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특별검사(특검) 수사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카드를 내밀고 있다.

한국당이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향후 정국은 현재와 정반대로 흘러갈 공산도 높다. 특히 지난 운영위 때처럼 언론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폭로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는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은 왜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에 목청을 높이는 것일까. 현재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에서는 맛보지 못한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정당 지지율이 20% 중반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결정적 한 방’ 없이 ‘몰아치고 엎어치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 31일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사진 / 박고은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달 31일 열린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사진 / 오훈 기자] 

지난 31일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민간인 사찰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을 놓고 일전을 벌였지만 여야 모두 상대방을 압도할 만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사찰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가 됐는지 밝히겠다”고 말하고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을 대거 투입해 매서운 공세를 예고했음에도 여권에 타격을 줄 만한 공세보다 여야 입씨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에만 바빴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날 첫 질의자였던 나 원내대표부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방패를 뚫지 못한 모습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나타난 것을 보면 이 정부는 무차별하게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해 포렌식으로 그 사생활을 캐고 자신들의, 실세의 비리 의혹은 묵인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면서 “그런데 ‘나 몰라라’ 하고 있고 1인의 일탈로 규정한다. 정부의 위선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예전에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대통령이 ‘이런 사건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얘기했다”며 “민간인 사찰 다 부인하는데 지금 저희가 증거·정황·자료를 보면 민간인 사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일방적으로 민간인 사찰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렇게 생각하는 구체적인 내용과 질문을 주시면 성실하게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라고 무리하게 말씀하신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나 원내대표가 김 전 수사관을 ‘공익제보자’라고 말한 것에 대해 “유착관계에 있는 건설업자가 뇌물수수로 조사받고 있는 시점에 검찰청 특수수사과에 가서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며 “마치 청와대의 관심 사건인 것처럼 위장해 사건에 개입하려고 했고 저희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봐서 즉시 업무 배제를 했다. 이게 비리 혐의자가 아니고 공익제보자냐”고 반박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되려 엎어치기를 당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 폭로라면서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저는 환경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해온 전문가로서 작년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기술본부장으로 근무했던 김정주이고 이번에 보도가 된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저는 2017년 8월 30일 환경부와 기술원 노조 그리고 환노위 여당 위원의 집요하고 지속적인 괴롭힘과 인격적인 모독, 그리고 폭행과 허위사실 유포로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면 도저히 사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서 괴롭혔고 지금도 그때의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는 잠을 들지 못합니다. 이 억울함을 국회와 국민들께서 꼭 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저희가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하자 이만희 의원은 “특감반에서 박형철 비서관이 이인걸의 주도에 의해서 모든 특감반원이 참여해서 만들었던 것”이라며 “모든 감사관들이 움직인 것이다. 그래서 관계된 공공기관의 수십 명의 공공기관장들에 대해서, 감사들에 대해서 사표를 받고 종용한 것”이라고 조 수석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이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뭐 대단한 폭로라고. 이 사람이 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이라며 “이 양반이 낙하산 인사예요. 낙하산 인사를 쫓겨났다고 저렇게 폭로를 합니다”라고 비꼬았다.

이에 덧붙여 임 실장도 “저희가 확인해 보니까 3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확인했다”며 “퇴임사까지 다 정상적으로 마치고 퇴임하신 것으로 조금 아까 저희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무사히 방어전을 치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인사검증 문제까지로 전선을 확대, 조 수석의 책임론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전희경 의원은 조 수석 임명 후 낙마자와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강행된 사람들의 표를 내세우면서 “조 수석하고 다 인연이 있다. 참여연대 출신, 민변 출신”이라며 “이분(조 수석)은 무능하신 분이 아니라 전능하신 분”이라고 맹공격했다.

이어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출신이고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연루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 있다”며 “전참시라고 있어요. 전지적 참견시점이라고. ‘전대협·참여연대로 구성된 시대 착오적 수구 좌파 정권의 척수’”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의 역습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 박상민 기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 박상민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수사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모씨와 지난 10월 통화한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리기업인과 비리공직자, 비토세력간 3자 야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최씨가 김 수사관에게 ‘월요일이라도 딜이 들어가게끔 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지목하면서 “최씨의 비리를 덮기 위해 다른 정보를 제공해서 이것을 엎어야 한다는 딜이 오간 것처럼 보인다”며 “저런 사람이 의인이 되고 저런 사람이 쏟아내는 내용 때문에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해야 하나. 기가 차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태우 사건의 본질은 3비 커넥션”이라며 “비리 기업인을 스폰서로 두고 정보 장사를 일삼은 비위 공직자가 궁지에 몰려 쏟아내는 음해성 가짜 뉴스를 정치적 비토세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정치공세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비리 기업인, 비리 공직자, 비토 세력 간의 삼자 결탁, 이게 본질이고요. 이것의 몸통은 저는 자유한국당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4일 김태우가 검찰에 원대 복귀→대검의 징계 절차가 11월 30일에 시작→김태우가 언론을 통해서 이른바 폭로를 시작한 게 12월 14일로 약 2주간 시간을 둔 것에 대해 “누군가와 협의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게 적폐세력의 반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태우가 MB 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갔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은 점을 들어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영향 때문이라는 이런 소문이 있다. 왜 이런 소문이 도냐 하면 이중희 비서관과 김태우 특감반원의 부친끼리 아는 사이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됐다고 하고 김태우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중희의 아버지와 자기 아버지가 부대 부사관으로 근무해서 상당히 절친한 사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고 조 수석도 “확인은 못해봤지만 최근에 그런 사실을 파악했다”고 답했다.

또한 김태우의 변호를 맡은 석동현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인 점을 근거로 “이게 3자 결탁, 심하게 말하면 저는 3자 야합”이라며 “이 3자 야합에 의한 정치가 뭐냐. 뒤집어 씌우기 정치로 고상하게 영어로 얘기하면 블레임 정치”라고 맹비난 했다.

이 의원은 “블레임 정치는 세단계가 있다. 첫째 누군가가 이상한 폭로를 합니다. 그 사람이 범법자냐, 비위자냐 상관없다. 두 번째 단계는 여기에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정치권을 비롯한 비토세력이 개입해서 부풀리기를 하고 이슈화를 시킨다. 마지막으로 공격 대상, 지금으로 보면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려서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외면하는 ‘같은 보수’

진보성향의 정치인 및 매체를 아울러 보수성향 정치인 및 매체 대다수에서도 지난 31일 열린 운영위 소집을 민주당의 판정승으로 보고 있다. 

보수야당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을 향해 예리하게 공격할 것처럼, 사냥개처럼 폼만 잡다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온순한 양처럼 아무 내용도 없었다”며 “겉으로만 시끄럽게 하고 내용은 타격이 없었다”고 한국당의 완패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보수 성향 매체인 조선일보도 “한국당은 15시간 동안 재탕, 삼탕식 질의로 변죽만 울리다 끝냈다. 각종 의혹에 대한 기초 조사와 사실 확인 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줬다. 멍석을 깔아놓고 기회를 날린 셈이다. 이번 헛발질을 본 국민은 한국당이 또다시 콘텐츠 없는 웰빙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것”이라고 혹평했다.

◆헛방 혹평에도 웃는 한국당…‘특검·국정조사’ 카드 내놓아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지지율 상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일까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이 ‘헛방’이라는 혹평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마지막 주간집계 국정수행 지지율이 45.9%로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경제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우 사태’와 여당 의원의 ‘공항갑질’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즉 문 대통령의 발목을 ‘김태우 사태’가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25.7%로 5주 연속 20%대 중반을 유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한국당이 절대 놓지 않을 태세다.

심지어 김태우 폭로에 이어 정치계를 뒤흔드는 신재민의 폭로도 한몫하고 있다. 신재민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관련 특검 혹은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민간인 사찰과 함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폭로’ 논란 규명을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사찰 정권, 위선 정권, 재정조작 정권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신 전 사무관 사건에 나타난 국가권력 남용 사건들에 대해 관련 상임위 소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운영위 직후 “청문회와 일종의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이제는 특검 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고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한국당은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5곳을 소집을 촉구했다.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합의를 이뤄 (상임위를) 소집하겠지만 합의가 안 된다면 단독 소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정국이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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